| 1,322명이 떠난 자리에서 묻는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4월 03일(금) 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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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암군을 떠난 사람은 1,322명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전국 군 단위 감소율 1위. 하루에 세 가족 넘게 영암을 등진 셈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숫자 앞에서 민선 8기 4년의 성적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 성적표를 들고 현 군수가 재선에 나선다. 4월 6일과 7일, 이틀간의 여론조사로 민주당 영암군수 경선이 결정된다. 재선 도전에서 이 정도의 경합이 벌어진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평가다. 전 군수가 다시 나서야 할 만큼 상황이 나빠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 군수의 재선을 반대한다. 이유를 밝힌다.
방향이 틀렸다
영암은 농업의 고장이다. 한우, 쌀, 무화과, 대봉감, 배, 메론, 수박, 고구마, 민물장어.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화된 생산 품목이 십여 개에 이른다. 여기에 대불산업단지까지. 이 두 축이 영암의 밥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다.
그런데 민선 8기는 이 밥줄을 놓았다.
간척지 우량농지에 대규모 태양광 사업을 밀어붙이고, 고압송전선로가 영암을 관통하게 했다. 농사짓는 땅을 내주고, 사는 곳 위로 송전탑을 세운 것이다.
농지를 내준 것도 문제지만, 남은 농업을 키우겠다던 약속은 어떻게 됐는가. 야심차게 내건 농정대전환프로젝트를 보자. 청년농업인 천 명, 1억 농부 오백 명, 스마트팜 100헥타르. 임기 4년 차에 이르도록 실질적인 예산 확보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구호는 화려했고, 실행은 없었다.
더 심각한 것은 농민단체와의 관계다. 농정의 주체인 농민과 4년 내내 갈등을 빚었고, 끝내 풀지 못했다. 농업을 모르고, 농민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작 군정이 힘을 쏟은 곳은 다른 데였다. 유명가수를 불러 축제를 열고, 국립공원박람회를 추진하는 것이 영암의 미래인가. 1,322명이 떠난 현실 앞에서 그것은 답이 아니다.
소통이라는 이름의 독백
현 군수는 소통을 잘했다고 자부한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자기와 맞는 사람하고만 소통했다. 생각이 다르면 만남 자체를 거부했고, 어렵게 자리가 만들어져도 먼 산만 바라봤다. 반대의견 앞에서 귀를 닫는 사람이 하는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 독백이다.
그 독백은 군청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잦은 조직개편으로 인사권을 휘두르고, 담당자의 의견은 무시됐다. 일을 안 한다는 소리가 밖에서까지 들렸다면, 그것은 공직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사기가 꺾인 것이다.
조직 분위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설계도 안 된 용역에 업체를 먼저 데려오고, 특정 업체에 일감이 몰렸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왔다. 최근에는 도경이 차량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까지 알려졌다.
이런 군정의 결과는 숫자로도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 2년 연속 4등급. 전남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록이다.
인사 청탁으로 돈을 안 받았으니 청렴하다고 하지만, 청렴도는 부당한 청탁, 지위 남용, 특혜 제공, 비공개정보의 사적 이용까지 종합해서 매기는 점수다. 2년 연속 4등급은 우연이 아니다.
일 열심히 하는 것은 인정한다. 열정도 인정한다. 그러나 방향이 틀린 곳에서 속도는 재앙이다.
침묵은 편하다, 그러나
선거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고개를 돌린다. 누구를 지지하면 뭐라도 얻으려는 사람으로 비쳐지고, 편을 들면 선거 후폭풍이 두렵다. 실제로 그랬다. 선거에서 도운 쪽은 챙김을 받고, 반대편은 배제됐다. 이것이 영암 정치를 병들게 한 뿌리다.
그래서 중립을 지키고 구경하는 것이 현명한 처세로 여겨진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편한 침묵이 쌓여 30년이 됐다. 공천이면 당선되는 군수, 무기력한 의회. 지방자치 30년이 남긴 이 풍경은 우리의 무관심이 만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말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글을 올리고 전화하다가 싫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낙선하면 화를 당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순간 최선을 다한 자신에 자부심을 가지면 된다. 침묵하지 않고 행동하는 분들을 응원한다.
다만 한 가지는 당부하고 싶다. 선거가 끝나면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자. 갈라섰던 사이가 풀어지길 바란다. 안 볼 사람들이 아니다.
며칠 남지 않았다
오늘 내가 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내년엔 우리 가족이, 후년엔 우리 마을이 변해가길 바란다.
4년은 너무 긴 악몽이었다. 함께 노력해서 깨어나자.
다음에 웃으며 뵙기를 바란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