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개월 만에 열린 대화의 문, 형식이 아닌 답을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4월 03일(금) 14:05 |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 주민들이 2일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주목할 것은 집회 그 자체보다 함께 전해진 소식이다. 오는 8일 청와대 경청수석,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의 면담이 확정됐다. 지난 1월 세종시 집회에서 요구서를 제출한 이후 두 달 넘게 응답이 없던 정부가 처음으로 대화의 자리에 나오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영암군청 앞 첫 기자회견 이후 7개월이 걸렸다. 한전 본사 행진, 세종시 원정 집회, 광화문 삭발 결의와 청와대 행진까지, 경찰 기동대 앞에서 쓰러지는 주민이 나올 만큼 치열한 시간이었다. 한전 본사 앞에서는 150일 넘게 매일 아침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군 단위 지역에서 시작된 목소리가 중앙정부에 닿기까지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면담이 잡힌 것 자체는 의미 있는 변화다. 다만 그 자리에서 무엇을 논의하느냐가 중요하다. 주민들이 일관되게 요구해 온 것은 입지선정위원회 결정의 무효화, 민관협의기구 설치, 송전선로 계획의 전면 재검토다. 실질적인 진전 없이 ‘경청했다’는 형식만 갖추는 자리가 된다면, 오히려 불신만 키울 수 있다. 그간 한전이 무산된 설명회를 ‘진행’으로 기록하고, 입선위원에게 견학과 수당을 제공하면서 주민에게는 형사처벌을 경고해 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본질은 하나의 송전선로 노선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있지 않다.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위해 비수도권 농촌이 일방적으로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핵심이다. 대통령 스스로 지산지소를 말하고 송전탑을 원시적인 방법이라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책적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
7개월 전 영암군 주민들로 시작된 움직임은 전국 20개 지역, 10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연대로 확산됐다. 이제는 한 지역의 민원이 아니라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구조적 문제 제기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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