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포] 영암군 삼호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 2년만의 실체 “차량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4월 17일(금) 1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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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평일 낮, 영암군 삼호읍 대불주거1로. 도로 한쪽에 큼직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차량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영암군 외국인주민 특화거리 조성사업 공사. 착공일 2026년 3월 10일, 준공일 2026년 6월 7일.”
현수막 아래로 펼쳐진 광경은 단출했다. 녹색 바닥재가 찢겨 들린 공원 자리에는 검은 방수포와 철거 자재가 수북했고, 주황색 안전콘과 붉은 통제 테이프가 현장 전체를 에워싸고 있었다. 인부도, 자재를 옮기는 트럭도 없었다. 한쪽 모퉁이에는 뜯어낸 포장재와 비닐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길 건너편으로 시선을 돌리면, 새로 단장한 간판들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이었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간판 위에 통일된 틀이 얹혔을 뿐, ‘외국인 특화거리’임을 알리는 별도의 안내판이나 표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영암군이 2년째 추진해 온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 조성사업’ 현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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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다양성이 공존하는 특화거리”
2024년 5월 13일, 삼호읍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 조성 추진위원회 발대식’은 요란했다. 지역 상인과 주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원 22명이 위촉됐고, 민관협력체가 공식 출범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이날 “추진위 발족을 시작으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다양성이 공존하는 특화거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관협력’, ‘다양성 공존’, ‘특화거리’. 이 세 단어가 이후 2년간 이 사업을 설명하는 공식 어휘가 됐다.
2025년 5월 본격 착수 단계에 접어들자 사업의 구상은 더 화려해졌다. 군은 삼호읍 대불주거1로 5길과 13길 약 400m 구간에 ‘아시아 테마 중심의 문화거리’를 조성해 외국인 근로자 유입과 관광객 유치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총사업비는 10억 원이었다.
같은 해 8월 한 지역지 보도에서는 구상이 한층 확장됐다. 전통시장 연계, 다국적 음식점 집적, 공연장, 특화 조형물,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앙감놀이터’까지 등장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외국인특화거리는 영암이 가진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명소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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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환경 정비라고 해야 될 것 같아요”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난 13일, 사업을 담당하는 영암군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사업의 현재를 설명했다.
“지금 그 사업비 내에서는 환경 정비라고 해야 될 것 같아요. 상권 활성화까지는 못하고요. 좀 깨끗하게 좀 안전하게 내국인들도 좀 다닐 수 있고 하게.”
관광객 유치는 가능한가 묻자 답은 짧았다. “관광객 유치까지는 제 입장에서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특화 콘텐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딱 특화할 수 있는 그거는 좀 약간 부족하긴 해요. 어느 나라를 특정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어서.”
이 관계자는 군이 내부적으로 이 거리를 ‘외국인 특화거리’보다 ‘글로벌 하모니 거리’로 부르고 있다고 했다. “특화하기 애매해서, 내국인 외국인이 좀 다 어울려서 깨끗하게 거리를 만들어 가는 게 1차 목표”라는 설명이었다.
사업 초기 구상의 핵심이었던 ‘차 없는 거리’도 사실상 포기됐다. 주차장 부족이 이유였다. “거기를 이제 막아버리면 초기에는 그렇게 생각을 하셨을지 모르겠는데, 이제 담당해 보니까 그쪽에 주차장도 부족하고, 차 없는 거리를 하기에는 아직은…”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10억원의 실제 용처
군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10억 원 사업의 실제 집행 내역은 간판 정비와 가로등 설치, 거리 정비, 공원 정비 정도로 요약된다. 간판 정비는 현재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공원(놀이터)은 지난 3월 10일 착공해 오는 6월 7일 준공 예정이다. 나머지 거리 정비와 가로등 설치도 오는 7월 안에 모든 공사가 마무리된다는 게 군의 계획이다.
이 중 주민이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은 통일된 틀의 간판들이다. 그 외에는 주거와 상업이 혼재된 지역의 일반적인 가로정비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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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 있는 것들
문제는 이 사업이 단순 가로정비가 아니라는 점이다. 외국인 주민을 위한 정책 사업으로 설계됐고, 2024년부터 민관협력체를 가동해 주민수요를 수렴하겠다고 약속했으며, 2023년에는 280명을 대상으로 한 주민수요 조사 용역까지 실시했다.
본지가 입수한 2023년 4월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 조성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80명이 꼽은 조성 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문 1순위는 방범CCTV 구축 등 안전대책 마련으로 31.7%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2순위는 환경개선 및 정비로 24.2%, 3순위는 주차장 확보 등 접근성 강화로 10.1%를 차지했다.
반면 그동안 군이 전면에 내세웠던 축제·조형물·랜드마크 관련 항목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10개 항목을 대상으로 한 중요도 평가에서 ‘축제와 행사를 위한 이벤트 장소 마련’은 9위(5점 만점에 3.91점), ‘진출입부 지역 상징물 설치’는 10위(3.71점)로 가장 낮게 평가됐다. 주민들이 원했던 것은 화려한 상징물이나 축제 공간이 아니라 안전한 생활환경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주민이 가장 절실하다고 답한 방범CCTV는 군 관계자의 현재 공사 설명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주민 수요 3순위였던 주차장 확충 역시 이번 사업과는 별개로 남았다. 결국 주민이 가장 원했던 두 가지는 10억 원 사업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민관협력체의 구성도 따져볼 부분이 있다. 2024년 5월 출범한 추진위원회 22명에는 외국인 주민 6명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의견이 사업 설계에 실질적으로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23년 용역조사에서 외국인 응답자 84명은 사업의 필요성을 5점 만점에 3.94점으로 평가했다. 내국인 응답자(3.42점)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사업을 가장 필요로 하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사업 설계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전남도 40억 공모 - “군비 부담이 너무 많다”
지난 10일 전라남도는 총사업비 40억 원 규모의 외국인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내 외국인 밀집지역 1곳을 시·군 공모로 선정해 벽화와 야간경관, 랜드마크, 커뮤니티 공간, 다국어 안내, 안전시설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삼호읍은 외국인 주민 비율이 20%를 웃도는 전남 최상위권 외국인 밀집지다. 공모 참여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그러나 영암군 내부의 온도는 달랐다. 군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렇게 답했다.
“그 40억 중에서 40%가 도비, 나머지는 저희가 군비로 해야 해요. 24억을 저희가 부담해야 하는데, 부담이 너무 크다 보니까 어떤 식으로 접근할지는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도가 발표한 40억 공모 사업의 지원 내용은 영암군이 이미 10억 원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상당 부분 겹친다. 벽화와 야간경관, 다국어 안내, 안전시설 등이 그렇다. 만약 삼호가 선정될 경우 동일 지역에 최대 50억 원이 투입되는 구조가 된다. 그러나 10억 원 사업조차 담당 부서 스스로 “환경 정비 수준”이라고 규정하는 상황에서 24억 원의 추가 군비 부담을 감당할 명분과 여건은 뚜렷하지 않다.
2년의 구호, 남은 3개월
정리하면 이렇다. 2024년 5월부터 2026년 4월까지, 2년 동안 ‘민관협력’, ‘다양성 공존’, ‘아시아 문화거리’, ‘관광객 유치’, ‘전국적 명소’라는 말들이 오갔다. 추진위원회가 발족했고, 용역이 발주됐으며,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2026년 4월 13일 현재, 현장에 걸린 현수막의 공식 사업명은 “외국인주민 특화거리 조성사업 공사” 한 줄이다. 뜯긴 바닥 위에는 통제 테이프가 둘러져 있고, 거리는 한산하며, 간판만 새로 걸렸다.
사업은 7월까지 마무리 예정이다. 본지 취재 당시 기준으로 남은 기간은 약 3개월. 그 안에 ‘아시아 문화거리’가 실체를 갖출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남은 것은 10억 원짜리 생활권 환경정비사업이다. 그리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특화거리를 만들겠다”던 2년 전의 약속과, 그 약속이 아직 해소되지 못한 채로 남은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가 있다.
[바로잡습니다]
본지 2026년 4월 17일자 보도에서 ‘추진위원회 22명 명단에 외국인 주민 당사자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으나, 보도 이후 영암군 확인 결과 외국인 주민 6명이 포함돼 있었음이 확인돼 해당 내용을 바로잡습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