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 ‘외국인 특화거리’, 구호의 2년을 돌아본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4월 17일(금) 13:24

삼호읍 대불주거1로 공원 자리에 붉은 통제 테이프가 둘러쳐져 있다. 녹색 바닥재는 뜯겨 있고 인부도 자재도 보이지 않았다. 현장 현수막의 사업명은 ‘외국인주민 특화거리 조성사업 공사.’ 지난 2년간 영암군이 외쳐 온 ‘다양성 공존’, ‘아시아 문화거리’, ‘전국적 명소’라는 수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2024년 5월 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다양성이 공존하는 특화거리를 만들겠다”던 군수의 약속은 2년이 흘러 여기에 이르렀다.

사업 담당 군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서 이 사업의 성격을 스스로 규정했다. “환경 정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관광객 유치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 2년간 공식 석상에서 되풀이해 온 약속들이 담당 부서의 실무 판단으로는 하나씩 부정되고 있다. 1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결국 생활권 환경정비다. 문제는 정비 자체가 아니라, 그 실체가 2년간 ‘외국인 특화거리’라는 이름 아래 포장돼 왔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대목은 정책 설계의 공백이다. 2023년 주민수요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항목은 방범CCTV 등 안전대책(31.7%)이었다. 축제 공간과 상징 조형물은 10개 항목 중 꼴찌 수준이었다. 그러나 1순위 수요는 공사 내역에 반영되지 않았다. 2024년 출범한 추진위원회 22명에는 외국인 주민 6명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의견이 사업 설계에 실질적으로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참여의 형식이 곧 참여의 실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민관협력은 구호로 남았고, 다양성 공존은 문서로 남았다.

삼호의 문제는 전국 지방정부가 ‘다문화’, ‘글로벌’, ‘특화’를 앞세워 내놓는 사업의 전형적 한계이기도 하다. 당사자 없는 정책, 수요조사 없는 설계가 반복돼 왔다. 영암군은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남은 공기 안에라도 주민 1순위였던 안전시설을 포함시킬 방법을 찾고, 외국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협의 구조를 늦게라도 만들어야 한다. 2년의 구호를 3년의 구호로 연장하지 않기 위해서다.


[바로잡습니다]
본지 2026년 4월 17일자 사설에서 ‘추진위원회 22명 명단에는 외국인 주민 당사자가 없었다’고 기술했으나, 보도 이후 영암군 확인 결과 외국인 주민 6명이 포함돼 있었음이 확인돼 해당 내용을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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