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없는 2년, 이름만 둘인 사업

삼호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 추진위 2년 기록
추진위 2년 가동했지만…회의록은 없어
2025년 8월, 예산 10억원 2개 부서로 이관
대외는 ‘특화거리’, 내부선 ‘글로벌 하모니거리’
외국인 주민수요, 뒤늦게 재조정 모양새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4월 24일(금) 10:57

본지는 지난 17일자 「영암군 삼호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 2년만의 실체」 보도에서 영암군이 2년간 추진해 온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 조성사업의 현장을 전했다. 약속과 현실의 거리를 짚은 기사였다.

보도 이후 본지는 사업을 소관하는 영암군 인구청년과 담당 팀장과 두 차례 더 통화했다. 정정 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통화였다. 그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사실이 있다. 2년간 가동됐다는 민관협력 추진위원회의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이 왜 이런 모습이 됐는가. 지난 17일의 질문이 ‘현장’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에 확인된 사실들은 그 앞 단계에 관한 것이다. 민관협력이라는 말이 지난 2년간 어떻게 작동했는가, 혹은 작동하지 않았는가.


회의록은 없었다

2024년 5월 13일, 삼호읍행정복지센터에서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 조성 추진위원회 발대식’이 열렸다. 지역 상인과 주민, 외부 전문가 22명이 위촉됐고, 이 가운데 외국인 주민 6명이 포함됐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이날 “추진위 발족을 시작으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다양성이 공존하는 특화거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2년, 추진위가 몇 차례 회의를 열었고 어떤 안건을 논의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식 기록은 없다. 사업을 소관하는 영암군 인구청년과 담당 팀장은 지난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의록이 별도로 없다”고 밝혔다.

공적 자금 1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의 민관협력 추진위원회가 2년 동안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회의록은 형식이 아니라 공적 의사결정의 최소한의 기록이다. 그것이 없다면 추진위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22명의 위원 가운데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어느 것도 확인할 수 없다.

팀장은 이를 대신할 기구로 ‘군정 모니터링단’을 언급했다. 외국인 주민 약 18명으로 구성된 별도 조직으로, 분기별로 회의를 열어 외국인 정책 전반에 의견을 수렴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군정 모니터링단의 논의가 이번 특화거리 사업에 반영됐느냐는 본지의 질문에 팀장은 “그쪽이 반영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군정 모니터링단은 별도의 외국인 정책 협의 경로일 뿐, 이번 사업 설계에는 관여한 바 없다는 것.

추진위 회의록이 없다는 사실과, 군정 모니터링단의 논의가 이 사업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함께 확인된 셈이다.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그렇다면 이 사업은 지난 2년간 누구의 목소리를 수렴하며 설계됐는가.


예산이 떠난 자리 - 2025년 8월 분기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2025년 8월로 돌아가야 한다.

2025년 8월 28일 열린 제319회 영암군의회 임시회 자치행정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인구청년과 김선미 과장은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 사업에 대해 이렇게 보고했다. 사업비 10억 원을 감액해 “도시디자인과에 5억 4,000만 원, 기업지원과에 4억 6,000만 원 각각 예산 이관하여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고의 함의는 세 가지다.

첫째, 2025년 8월 시점에 이미 이 사업은 추진위를 주관하는 인구청년과의 손을 떠났다. 예산 10억 원은 집행 단계에서 도시디자인과와 기업지원과 두 부서로 이관됐다. 지난 17일 보도에서 담당 팀장이 “이 공사는 기업지원과에서 하고 있다”고 말한 맥락이 여기에 있다.

둘째, 사업이 두 부서로 쪼개진 뒤, 각 부서가 추진위 또는 수요조사 결과를 어떻게 전달받아 집행에 반영했는지는 확인할 공식 경로가 없다. 추진위 회의록이 없으므로 전달할 의견 자체가 문서로 존재하지 않고, 이관 과정에서 별도의 정책 인수인계 절차가 있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셋째, ‘민관협력’이라는 말이 형식적으로라도 성립하려면 ‘관(官)’ 쪽에도 최소한의 통합 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25년 8월 이후 이 사업에는 민간을 상대할 단일 창구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구조가 됐다. 추진위원회를 위촉했던 인구청년과는 예산 없이 남았고, 예산을 받아 간 두 부서는 추진위와 직접적 관계가 없다.

지난해 8월의 예산 이관은 행정 절차상으로는 통상적인 집행 이관이다. 그러나 민관협력체라는 약속의 관점에서 보면, 그 약속의 이행 주체가 흩어진 시점이기도 하다.



이름이 둘인 사업

앞서 인용한 군의회 회의록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인구청년과장이 이 사업을 “글로벌 하모니거리 조성사업”이라고 호칭한 부분이다.

반면 영암군이 공식 발표한 보도자료, 현장에 걸린 공사 안내 현수막, 언론 브리핑에서 사용된 사업명은 일관되게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 조성사업”이다. 2024년 5월 발대식 당시의 공식 명칭도, 2025년 5월 본격 착수 단계의 발표에서도, 2026년 3월 착공 현수막에서도 이 이름은 바뀌지 않았다.

‘글로벌 하모니거리’라는 호칭이 등장하는 자리는 두 곳이다. 하나는 지난해 8월 영암군의회 상임위의 예산 심사 답변이고, 다른 하나는 담당 팀장의 설명이다. 팀장은 지난 13일 통화에서 “명칭은 외국인 특화거리지만,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하모니거리라고 한다”고 밝혔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깨끗한 거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정식 명칭 변경 절차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추진위 논의를 통해 이름을 바꿨다는 기록도, 보도자료를 통해 주민에게 공지한 흔적도 찾기 어렵다. 즉,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이고, 의회 답변과 내부 실무에서는 ‘글로벌 하모니거리’인 이중 호칭 구조다.

이름의 차이는 단순한 호칭의 차이가 아니다.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라는 이름은 이 사업의 대상과 목적을 분명히 한다. 외국인 주민을 위한 사업, 외국인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거리 조성이라는 정체성이다. 반면 ‘글로벌 하모니거리’는 대상이 불분명하다. 누구를 위한 거리인지, 무엇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인지가 이름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팀장은 이 전환의 이유를 “특화하기 애매해서”라고 설명했다. 어느 나라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이 사업의 ‘특화’ 대상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외국인 주민’이었다.


가장 원한 사람들의 목소리

지난 17일 보도에서 본지는 2023년 4월 영암군이 실시한 주민수요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응답자 280명이 꼽은 중점 부문 1순위가 방범CCTV 구축이었고, 축제·상징물은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내용이었다.

이 조사 결과를 외국인 응답자 집단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한층 선명한 그림이 드러난다.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 조성사업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수록된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280명 가운데 외국인은 84명(30.0%)이었다. 84명의 구성을 보면 상가 주인은 6명(7.1%)에 그쳤고, 나머지는 상가 직원 37명(44.0%)과 삼호읍 거주자·방문객 41명(48.8%)이었다. 사업 대상지에서 실제로 상점을 운영하는 외국인은 극소수였고, 절대다수는 노동자와 거주민이었다는 뜻이다.

이 84명은 사업 필요성을 5점 만점에 3.94점으로 평가했다. 내국인 196명(3.42점)보다 0.52점 높았다. 격차는 필요성 평가에만 있지 않았다. 야간조명용 가로등 설치 중요도에서 외국인은 4.75점을, 내국인은 4.31점을 기록했다. 주차시설 설치 또는 확충 항목에서는 외국인 4.71점, 내국인 4.22점이었다. 도로정비 및 가로환경 개선은 외국인 4.71점, 내국인 4.08점이었고, 보행안전시설 설치도 외국인 4.64점, 내국인 4.04점이었다. 핵심 항목 전반에서 외국인 응답자가 내국인보다 높은 수요를 나타냈다. 사업 이용·참여 의향에서는 외국인 4.60점, 내국인 4.05점으로 벌어졌고, 특히 외국인의 70.2%가 “적극적으로 이용·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내국인은 41.3%였다.

기대효과를 묻는 문항에서도 집단 간 차이가 분명했다. 내국인이 ‘문화다양성 증진 및 지역 이미지 제고’(17.9%)와 ‘외국인 주민의 지역사회 적응력 제고’(15.3%)를 주요 기대효과로 꼽은 반면, 외국인 응답자는 ‘외국인 생활 편익 증대로 지역 내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36.9%)를 가장 크게 기대했다. 외국인 당사자들은 이 사업을 ‘지역 이미지 개선’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의 정착 여건 개선’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2023년 수요조사에서 이미 최상위 수요로 확인됐던 방범CCTV와 주차장은 당초 사업 기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 수요 항목들은 2025년 집행 단계에 이르러서야 재조정되는 모양새다. 주차장은 본 사업이 아닌 도시디자인과의 별개 사업으로 분리돼 완충녹지 용도변경 방식으로 추진 중이고, 방범CCTV는 경찰서 협의를 거쳐 본 사업에 추가 반영되는 방식으로 뒤늦게 자리를 잡고 있다. 애초에 수요조사 결과에 부합하게 기획됐어야 할 사항들이 집행 단계에서 부서별로 분산 처리되는 셈이다.


민관협력이라는 말

정리하면 이렇다.

2024년 5월 추진위원회 22명이 위촉됐고, 이 가운데 외국인 주민 6명이 포함됐다. 그러나 추진위의 회의록은 남아 있지 않다. 2025년 8월 예산 10억 원은 인구청년과를 떠나 도시디자인과와 기업지원과로 이관됐다. 추진위와 집행 부서를 잇는 공식 경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같은 시점부터 의회 답변과 내부 실무에서는 사업명이 ‘글로벌 하모니거리’로 쓰이고 있지만, 대외 보도자료와 현장 표기는 여전히 ‘외국인 주민 특화거리’다. 2023년 수요조사에서 가장 높은 필요성과 가장 뚜렷한 수요 패턴을 보여준 외국인 응답자 84명의 최우선 요구사항은 당초 사업 기획에 반영되지 않은 채 집행 단계에 이르러서야 부서별로 분산 처리되고 있다.

영암군에 따르면 공사는 오는 7월께 마무리된다고 한다. 그때쯤이면 거리에는 새 간판과 가로등, 정비된 공원이 남을 것이다. 그것은 10억 원이 들어간 도시기반시설 정비 사업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처음부터 도시기반시설 정비 사업이 아니었다. 외국인 주민을 위한 사업이었고, 민관협력을 통해 다양성이 공존하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이었다. 그 약속을 떠받쳐야 할 구조 - 추진위의 기록, 부서 간 연결, 사업명의 일관성, 당사자 수요의 반영 -가 지난 2년 사이 하나씩 흩어졌다.


[바로잡습니다]
본지 2026년 4월 21일자 후속보도 「회의록 없는 2년, 이름만 둘인 사업」 제4절 중 “방범CCTV 역시 기업지원과의 별도 계획으로 추가 설치가 검토되고 있을 뿐, 10억 원 본 사업의 집행 내역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서술은 정확하지 않아 바로잡습니다.

사업 담당 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CCTV에 대해 “사업 내용에 정확히 들어가지 않은 건 아니”라고 답하며 경찰서 협의 이후 추가 반영 중임을 밝혔습니다. 또한 “사업을 가장 원한 집단의 최상위 수요 항목들이 정작 이 사업 바깥에 흩어져 있다”는 서술도 외국인 수요 상위 항목 중 야간조명(가로등 설치)과 도로정비는 본 사업에 포함되어 있어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다만 취재 결과 2023년 주민수요조사에서 최상위 수요로 확인됐던 방범CCTV와 주차장이 당초 사업 기획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가 2025년 집행 단계에 이르러 각각 추가 반영·별개 사업 분리 방식으로 뒤늦게 재조정되고 있다는 사실관계는 그대로입니다. 해당 절은 이 사실관계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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