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120개 중 ‘원안대로’는 72개…40%는 어딘가 ‘변형’됐다

민선8기 공약 검증 ①
공약실천계획서·배심원·정기평가 3종 교차 검증
공식 ‘폐기’는 0건, ‘완료’ 처리의 모호한 기준
변형 공약 48건 중 절반이 ‘완료·완료계속’ 집계
군 보도자료 대표 공약 13건 중 변경 공약 2건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4월 24일(금) 12:56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영암군은 지난 4월 14일 민선8기 공약이행 평가에서 4년 연속 전국 최우수 SA등급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영암군은 민선8기 출범과 함께 10대 분야 120개 공약을 약속했다. 군이 스스로 밝힌 추진율은 91%, 폐기된 공약은 0건이다. 이 훈장 너머에 남아 있는 120개의 약속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본지는 4회에 걸쳐 군이 직접 작성·발간한 공식 자료를 되짚어 민선8기 공약 이행 실태를 재구성한다. 유지·변형의 궤적과, 그 실적이 어떻게 평가되고 홍보됐는지를 들여다본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편집자주>


영암군은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민선8기 공약이행 평가에서 4년 연속 전국 최우수인 SA등급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민선8기 출범 이듬해부터 매년 같은 훈장을 받아온 셈이다.

그러나 본지가 영암군이 임기 초에 작성·공표한 「민선8기 공약 실천계획서」 본문과, 이후 4년간 진행된 주민배심원 회의 결과보고서 4년치, 반기별 「공약사업 정기평가 결과」 6차례 분량을 교차 대조해 120개 공약을 전수 검증한 결과는 조금 다른 그림을 그린다. 원안 그대로 추진된 공약은 72건으로 전체의 60.0%에 그쳤다. 나머지 48건, 40.0%는 공약명과 내용, 예산, 사업기간, 목표 가운데 최소 하나가 임기 중에 변경된 ‘변형’ 공약이다.

더 주목할 지점은 공식적으로 ‘폐기’된 공약이 0건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공약도 중단되지 않았지만 40%는 원안을 이탈했다. 이 간극이 민선8기 영암군 공약 이행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첫 번째 창이다.


교차 대조된 세 종(種)의 자료

본지는 먼저 영암군이 2022년에 작성·공개한 「민선8기 공약 실천계획서」를 확인했다. 120개 공약 각각에 대한 사업기간과 총사업비, 국비·도비·군비·민자를 포함한 재원 구성, 단계별 목표치, 성과지표가 문서화돼 있다. 이것이 이번 연재가 기준점으로 삼는 ‘원안’이다.

이후 영암군은 매년 주민배심원 회의를 열어 공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치 결과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공약별로 공약명과 내용, 사업기간, 예산, 목표 가운데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바꿀지를 배심원단이 심의한 기록이 수치로 남아 있다. 지난 4년 동안 배심원이 변경을 심의한 공약은 연평균 약 20건으로, 2022년 20건, 2023년 19건, 2024년 21건, 2025년 18건이 그 분포다.

여기에 2023년 상반기부터 2025년 하반기까지 영암군이 반기마다 자체 작성한 「공약사업 정기평가 결과」 6차례 분량을 겹쳐 놓으면, 각 공약이 임기 내내 어떤 진도를 밟았는지 그림이 그려진다. 본지는 이 세 종의 자료를 하나의 표로 통합해 120건 각각에 대해 원안 대비 변경 항목 수와 변경 방향, 자체평가 최종 상태, 배심원 의견 분포, 재원 구조 등을 교차 점검했다. 이번 연재는 그 결과물이다.


원안대로 간 공약은 10개 중 6개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은 ‘유지’와 ‘변형’의 비율이다. 120건 중 원안 틀을 벗어나지 않은 공약이 72건이었고, 나머지 48건은 하나 이상의 요소가 임기 중 바뀐 공약이었다.

변형의 방향은 다양했다. 가장 많은 유형은 공약명 자체나 사업 내용이 다른 사업으로 바뀐 ‘대체형’으로 19건이 여기에 해당했다. 목표치나 예산이 조정된 ‘규모조정형’이 14건, 목표와 예산이 일방적으로 줄어든 ‘축소형’이 7건으로 뒤를 이었고, 임기 내 완료가 임기 후로 밀린 ‘지연형’이 4건, 여러 요소가 반복·중복 변경된 ‘복합형’이 3건 순이었다. 반면 목표가 오히려 늘어난 ‘확대형’은 단 1건에 그쳤다.

숫자의 구조가 말해주는 것이 있다. 변형 48건 가운데 확대 방향은 단 1건이고, 나머지 47건은 모두 축소하거나 대체하거나 지연된 쪽이다. 공약이 원안을 이탈할 때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왔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다.

본지가 ‘심각 변형’으로 분류한 사례는 7건이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공약명 자체가 다른 이름으로 바뀌거나 다른 사업으로 통합된 세 건이다.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과 「청년주택 및 마을조성」, 「은퇴자 마을 조성」이 여기 해당한다. 이들 공약의 원안과 실제 추진 내용이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는 다음 회에서 구체적으로 짚는다.

분야별로는 ‘행복영암 균형발전전략’ 분야가 22건으로 가장 많고, ‘월출산과 역사문화자원 마케팅’ 분야가 18건으로 뒤를 이었다. ‘군민께 힘이 되는 으뜸복지’ 분야 14건, ‘친환경 생태도시 영암’과 ‘생명농업 일번지 영암 실현’, ‘아이들 키우기 좋은 영암교육’ 분야가 각 12건씩이었다. 총사업비는 합산 9,069억 원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민간자본과 기타 재원이 79.7%인 7,223억 원을 차지했다. 군비는 14.6%인 1,326억 원, 국비와 도비는 각 3.3%와 2.1%에 머물렀다. 이 재원 구조는 ‘누구의 공약인가’라는 물음과 맞닿아 있다. 3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폐기 없는 공약, 모호한 ‘완료’의 기준

두 번째로 주목할 패턴은 ‘폐기’와 ‘완료’의 기묘한 분포다. 민선8기 4년간 공식적으로 폐기된 공약은 0건이었다. 그런데 공약명과 내용, 기간, 예산, 목표가 바뀐 공약은 48건이다. 이는 영암군의 공약 관리 체계 안에서 “공약은 폐기하지 않는다. 상황이 바뀌면 변경한다”는 원칙이 일관되게 작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는 선악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의 문제다. 폐기가 0건이라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추진 의지의 표시일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실패’라는 범주를 기록하지 않는 방식일 수도 있다.

‘완료’ 처리의 기준도 눈에 띄었다. 임기 1년 차인 2023년 상반기에 이미 13건이 ‘완료’로 집계됐고, 하반기에는 ‘완료’ 14건에 ‘완료계속’ 5건이 더해져 합계 19건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는 조례 제정이나 제도 도입처럼 단기간에 완결되는 사업도 있었지만, ‘역량 강화’나 ‘프로그램 활성화’, ‘지원 확대’처럼 본래 성격상 지속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사업도 포함돼 있었다. 빠른 이행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짚어볼 것은 ‘완료’라는 처리가 어떤 기준으로 매겨지는가다.

여기서 등장하는 분류가 ‘완료계속’이다. 완료됐지만 계속된다는 다소 모순적인 이 범주가 2025년 하반기 기준 58건에 이른다. 120건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자체평가 최종 상태를 합산하면 완료 33건과 완료계속 58건을 더한 91건, 즉 75.8%가 사실상 ‘완료된 것’으로 집계돼 있다.

더 눈여겨볼 것은 변형된 공약과 ‘완료계속’ 분류 사이의 관계다. 변형 48건 가운데 24건, 정확히 절반이 이미 완료 또는 완료계속으로 분류돼 있다. 원안에서 이탈한 공약의 절반이, 바뀐 내용을 기준으로 이미 ‘끝난 것’으로 집계돼 있다는 뜻이다. 바뀐 공약명과 바뀐 목표를 기준으로 ‘완료’가 매겨지는 구조다. 이 지점의 함의는 3회에서 다시 짚는다.


보도자료가 선별한 13개의 얼굴

영암군은 지난 14일 보도자료에서 민선8기의 대표 성과로 13개 공약을 꼽아 소개했다. 120개 가운데 약 1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영암미래교육재단 설립과 소농·고령농을 위한 기찬장터 부활, 구림관광지 활성화, 마한 역사문화관광 활성화, 영암 맞춤형 대중교통 구축,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 등이 그 명단에 올랐다.

본지 검증에 따르면 이 13개 공약에도 들여다봐야 할 지점이 있다. 보도자료가 꼽은 대표 공약 13건 중에는 원안 공약과 다르게 표기된 사례가 있다. 영암 맞춤형 대중교통 구축과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전자는 원안의 「군내버스 공영제」가, 후자는 원안의 「청년주택 및 마을조성」이 배심원 심의를 거치며 사업 내용과 공약명이 바뀐 뒤에 얻은 새 이름이다. 변경의 경위는 다음 회에서 구체적으로 짚는다.

선별된 13개에도 이런 질문이 따라붙는다면, 보도자료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107개 공약의 운명은 어떠한가. 이것이 본 연재가 앞으로 풀어갈 과제다.


무엇을 기준으로 한 ‘최우수’인가

다시 처음의 숫자로 돌아가 본다. 72건 대 48건. 원안대로 간 공약과 어딘가 변형된 공약의 비율은 10 대 7이 조금 안 된다. 이 숫자 자체만으로는 성공도 실패도 단정할 수 없다. 4년이라는 임기 동안 환경은 변하고,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조정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변형이 어떤 경로로 일어났고, 어떻게 기록됐으며, 무엇을 근거로 ‘이행’으로 평가됐는가다. 다음 회부터 그 경로를 하나씩 따라간다.

이번 시리즈의 두 번째 연재에서는 이름이 바뀌거나 규모가 반토막 난 공약들을 다룬다. 대체형과 축소형으로 분류된 공약들 가운데 대표 사례를 골라 원안과 현재 모습 사이의 거리를 짚는다. 세 번째에서는 군 예산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거나 도·민자에 의존하는 공약이 어떻게 ‘군의 성과’로 집계됐는지, 그리고 ‘완료’ 처리가 붙은 공약이 실제 약속한 만큼 이행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마지막 연재에서는 4년 연속 전국 최우수라는 평가 등급이 어떤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평가의 주체와 근거를 짚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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