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료 노동’으로 채우는 백세 인생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4월 30일(목) 1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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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전후의 막막함을 극복하고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실현하려면 여러 가지 장벽에 부딪혀 포기하기도 합니다. 은퇴 후 최소한의 생활비를 확보하고 사회적 자존감을 지켜주는 실전 ‘수수료 노동’ 창출법은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는 저서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거대 조직과 평생직장을 ‘코끼리’에, 고유한 전문성으로 독립적으로 일하는 개인을 ‘벼룩’에 비유했습니다. 은퇴란 곧 무거워진 코끼리 등에서 내려와 스스로 뛰어오르는 단단한 벼룩이 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현직 시절 우리의 시간을 지배하던 ‘임금 노동’이 사라진 빈자리는 세 가지 노동으로 채워나가야 합니다. 나와 가족의 일상을 정성껏 돌보는 ‘가사 노동’, 대가 없이 이웃과 사회에 지식과 재능을 나누는 ‘선물 노동’, 독립적인 지식 노동자로서 나의 고유한 전문성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는 ‘수수료 노동’입니다. 이 중 은퇴 후의 경제적·심리적 안정을 쥐고 있는 핵심은 단연 수수료 노동입니다.
수수료 노동을 캐내는 3단계 실전 공식
거창한 자격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벼룩의 생존 무기인 수수료 노동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명사(직함)를 버리고 동사(행동)로 해체하라
시장은 당신의 과거 직함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에 지갑을 엽니다. ‘연구원’이나 ‘총무팀장’이라는 명사 대신, ‘방대한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요약한다’ 혹은 ‘영수증과 복잡한 일정을 체계적으로 조율한다’처럼 매일 숨 쉬듯 하던 실무를 동사로 쪼개어 보십시오.
2단계 안테나의 방향을 ‘회사’에서 ‘개인’으로 돌려라
그동안 오직 소속된 회사를 위해서만 쓰던 능력을 동네 소상공인, 취업 준비생, 초보 자영업자 등 나의 ‘동사’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타깃(개인)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3단계 완벽주의를 버리고 작게 가판대부터 펼쳐라
퇴직금을 헐어 거창하게 창업할 필요가 없습니다. 재능마켓 플랫폼에 가벼운 금액으로 올려보거나, 관심 분야의 커뮤니티에서 대가 없는 ‘선물 노동’을 제공해 먼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며 신뢰를 쌓는 것이 시작입니다.
글로벌 은퇴자들은 어떻게 경험을 돈으로 바꿀까?
해외 은퇴자들은 이미 자신만의 무기로 다양한 수수료 노동을 개척해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실용성’(평범한 사무직의 반란) 고위 임원 출신이 아니어도 충분합니다. 평생 회사에서 엑셀을 다루고 서류를 챙기던 일반 사무직 은퇴자들은 ‘버추얼 어시스턴트(온라인 랜선 비서)’로 활약합니다. 행정 처리에 취약한 전 세계 1인 기업가나 유튜버들의 실무를 원격으로 도와주고, 글로벌 플랫폼에서 건당 수수료나 주급 형태로 달러를 지급받습니다.
일본의 ‘관계와 감성’ 거창한 전문 지식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팝니다. 누군가의 삶에 깊이 귀 기울여 평범한 이웃의 생애를 한 권의 회고록으로 엮어주는 ‘개인 역사 기록가’로 활동하며 출판 기획료 및 집필료를 받습니다. 또한 젊은 세대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는 경험 대여 서비스를 제공해 시간당 상담료를 받거나, 동네 맛집 투어나 다도 가르쳐주기 등 자신의 소박한 취미를 공유하며 소정의 클래스 참가비를 창출합니다.
유럽의 ‘연대와 장인정신’ 은퇴한 주부들이 맞벌이 부부에게 살림과 육아 노하우를 전수하는 ‘할머니 서비스(Oma Dienste)’를 제공해 시간당 돌봄 수수료를 받습니다. 또한 동네 시니어 장인들이 뭉친 ‘리페어 카페’나 협동조합을 통해 이웃의 고장 난 물건을 고쳐주며 자발적인 기부금이나 합리적인 기술 수리비를 받아 생계를 유지합니다.
성공적인 수수료 노동을 위한 투 트랙(Two-Track) 전략
이러한 수수료 노동을 시장에 선보일 때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크몽이나 숨고 같은 기존 재능마켓 플랫폼은 훌륭한 ‘온라인 가판대’이자 안전한 거래를 돕는 결제창입니다. 하지만 리뷰와 별점이 부족한 초기 단계에서 남의 플랫폼에만 전적으로 매달린다면,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젊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외면받기 십상입니다. 따라서 현명한 시니어 N잡러가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트랙1 기존 플랫폼을 ‘계산대’로 활용하기
재능마켓 플랫폼이나 당근마켓 등에 나의 서비스를 가벼운 금액으로 올려두어, 언제든 고객이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를 열어둡니다.
트랙2 ‘나만의 플랫폼(베이스캠프)’ 구축하기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나의 철학과 전문 지식을 꾸준히 기록합니다. 대가 없이 묻는 말에 답해주고 지식을 나누는 ‘선물 노동’으로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 든든한 신뢰와 팬덤을 쌓는 가장 중요한 공간입니다.
나만의 플랫폼(트랙 2)에서 당신의 지식과 진정성에 감동한 팬들이 정식으로 일을 의뢰하고 싶어 할 때, 조용히 기존 플랫폼(트랙1)의 링크를 건네는 것입니다. 평생 쌓아온 연륜과 묵묵히 기록해내는 힘이 합쳐질 때, 내 이름 석 자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뢰의 플랫폼이 됩니다. 은퇴는 마침표가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다채로운 ‘들여쓰기’라는 점을 잊지 맙시다.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 소장
건강소식 2026년 04월호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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