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기되지 않은 공약, 사업은 어떻게 바뀌었나 민선8기 공약 검증 ②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4월 30일(목) 10: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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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영암군은 지난 4월 14일 민선8기 공약이행 평가에서 4년 연속 전국 최우수 SA등급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영암군은 민선8기 출범과 함께 10대 분야 120개 공약을 약속했다. 군이 스스로 밝힌 추진율은 91%, 폐기된 공약은 0건이다. 이 훈장 너머에 남아 있는 120개의 약속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본지는 4회에 걸쳐 군이 직접 작성·발간한 공식 자료를 되짚어 민선8기 공약 이행 실태를 재구성한다. 유지·변형의 궤적과, 그 실적이 어떻게 평가되고 홍보됐는지를 들여다본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편집자주>
지난 회에서 본지는 영암군 민선8기 120개 공약 가운데 48건이 임기 중에 변형됐다는 사실을 짚었다. 변형의 외형은 여섯 유형으로 나뉘었다. 가장 많은 것은 공약명이나 사업 내용 자체가 바뀐 ‘대체형’으로 19건, 다음이 목표·예산이 조정된 ‘규모조정형’ 14건이었고, 목표와 예산이 줄어든 ‘축소형’이 7건, 임기 내 완료가 임기 후로 밀린 ‘지연형’이 4건, 여러 요소가 반복 변경된 ‘복합형’이 3건이었다. 확대 방향은 단 1건뿐이었다.
이번 회는 그 외형 너머로 한 걸음 들어간다. 변형은 어떤 사업에서 어떤 모습으로 일어났는가. 본디의 약속과 현재의 모습 사이에는 어떤 거리가 놓여 있는가. 본지는 변형 48건 가운데 대체형과 축소형을 중심으로 다섯 사례를 골랐다. 47건을 모두 같은 깊이로 다룰 수는 없지만, 이 다섯 사례가 변형 전반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가장 또렷이 보여준다.
군내버스 공영제
원안 「군내버스 공영제」의 약속은 단순한 요금 인하가 아니었다. 「민선8기 공약 실천계획서」는 사업비 187억 원으로 「영암 교통공사(가칭)」 설립과 ㈜낭주교통·㈜영암교통의 양도·양수 계약, 공영버스 차고지 구축까지 명시했다. 노선·배차의 통제권을 군이 쥐고, 보조금 구조를 투명화하고, 민간 운수업체 의존을 정리하는 - 운영체계의 전환이 본질이었다.
2023년 배심원 변경 심의에서 공약명은 「영암 맞춤형 대중교통 구축」으로 바뀌었다. 사업비는 22.22억 원, 8분의 1 수준으로 압축됐다. 회의록에 남겨진 담당자의 변경 사유는 “초기 인수비용 부담이 커 재정상태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 필요.” “그래서 우선 ‘영암 맞춤형 대중교통 구축’으로 공약명을 변경하고, 차후 공영제로 전환하려 한다.” 변경 후 사업은 공영제가 아니며, 공영제는 후일의 약속이 됐음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영암군은 2026년 1월 임대 운영해 오던 시외버스터미널을 52억 원 전액 군비로 매입했지만, 이는 공영제 추진과 별개의 사안이다. 자체평가는 변경된 사업을 기준으로 매겨져 2025년 상반기 ‘완료계속’ 100%에 이르렀고, 해당 사업은 지난 4월 14일 군 보도자료에서 민선8기 대표 성과 13건 명단에 등재됐다. 원안의 운영체계 전환은 도달하지 않았는데, 그 자리를 채운 새 이름이 완료된 사업으로 집계되고 홍보된 셈이다.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
원안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은 영암국제자동차경기장 등 기업도시 인프라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이었다. 사업비 7,200억 원, 태양광 50MW와 수소 100MW 설치를 목표로 했다.
2024년 변경 심의에서 공약명은 「대불산업단지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으로 바뀌었다. 부지는 영암국제자동차경기장에서 대불산업단지로, 사업비는 332억 원으로 약 22분의 1 수준으로 압축됐다. 회의록 속 변경 사유는 “대규모 투자비용 대비 경제성이 떨어져 공약사업 예정지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부지를 산업 용지로 변경할 계획.” 2025년 변경 심의 회의록의 한 줄은 더 직접적이다. “당초 공약은 아니었고…그 공약을 이번 공모 선정 사업으로 전환.”
원안의 약속이 경제성 부족을 사유로 추진 가능한 다른 사업으로 갈아끼워진 셈이다. 한편 영암군은 2025년 10월 본 공약과 별개로 사업비 3.5조 원 규모의 「에너지 지산지소 그린시티 100」 청사진을 발표했다. 정부의 서남권 재생에너지 투자 흐름과 맞물려 전남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별도 사업이다. 본디 약속한 신재생에너지 단지는 이행 가능한 다른 사업으로 대체된 채 마무리 수순을 밟았고, 그와 별개의 거대 청사진이 1년 뒤 새로 등장했다.
청년주택 및 마을조성·은퇴자 마을 조성
「청년주택 및 마을조성」 원안은 농림수산식품부 청년농촌 보금자리 사업 틀이었다. 대상은 "40세 미만 귀농·귀촌 청년 및 신혼부부", 사업내용은 단독주택형 임대주택 30호 조성, 사업비는 100억 원이었다.
2025년 5월 영암군이 국토교통부 주관 8개 부처 협업의 지역활력타운 조성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공약명은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으로, 호수는 단독형 타운하우스 44세대(분양 20·임대 24)로, 사업비는 183억 원으로 바뀌었다.
사업 부처가 옮겨졌고, 사업의 성격도 ‘청년’을 위한 농촌 정착 지원에서 인구 유입 ‘일반’ 정책으로 변했다. 변경 심의에서 담당자는 “청년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귀농·귀촌 인구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변경된 사업은 군 보도자료의 민선8기 대표 성과 13건에 등재됐다.
「은퇴자 마을 조성」의 변경 폭은 더 컸다. 원안은 미암면에 택지 50필지를 조성·분양해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지역기업 근로자의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사업비는 80억 원.
2025년 변경 심의에서 사업 방식이 통째로 바뀌었다. “분양 방식이 아닌 농촌 휴양 체류형 쉼터”, “분양이 아닌 임대로…모듈러 하우스로 진행”. 1단계로 14호의 모듈러 하우스 임대를 추진한다. ‘정착’을 약속한 분양형 사업이 휴양·체험 중심의 임대형 사업으로 바뀐 셈이다.
두 사례 모두 본래의 공약이 추진이 용이한 대체 사업으로 갈아끼워진 것이다. 「청년주택 및 마을조성」은 더 유리한 부처 공모사업이 등장하자 그쪽으로 사업의 성격을 바꿨다. 「은퇴자 마을 조성」은 분양 추진의 어려움을 이유로 임대·휴양형으로 사업 방식 자체를 바꿨다. 공약의 정의가 추진이 용이한 형태에 맞춰 다시 그려졌지만, 본래 취지는 퇴색된 모양새다.
공영주차장 설치
원안 「공영주차장 설치」는 영암읍 3개소·삼호읍 1개소의 4개 거점에 공영주차장 1,270면을 공급하는 계획이었다. 그중 삼호읍 용당의 750면 규모 공영주차타워 1개소가 전체 공급의 60%를 차지했다. 2025년 변경 심의에서 “현대삼호중공업과의 해당 부지 기부채납 협의 지연”을 사유로 용당 타워는 사라졌다. 4개 거점 1,270면이 8개 거점 325면의 소형 분산 체계로 재정렬됐다.
담당자 발언이 변경의 성격을 명시한다. “당초 공약은 영암읍 3개소, 삼호읍 1개소에 대형 주차장…현재는 영암읍 7개소, 삼호읍 1개소의 소형 주차장으로…영암군은 대규모 주차장 설치보다는 지역별로 필요한 소규모 주차장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
행정 본인이 정책 방향의 전환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사례다. 변경 후 8개소에는 역리·동무리의 임시주차장과 영암읍 남풍리의 버스공영차고지까지 포함됐다. “공영주차장 설치”라는 공약 평가 단위 안에 임시 시설과 다른 사업의 부속 시설이 함께 합산된 셈이다. 진단(주차난)은 그대로인데 공급 규모는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고, 자체평가는 2025년 하반기 ‘완료계속’ 100%로 매겨졌다.
작아지는 사업, 높아지는 추진율
다섯 사례에서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본래 공약이 추진이 용이한 다른 사업으로 대체되는 패턴이다.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은 경제성 부족을 사유로 다른 공모사업에 자리를 내줬다. 「청년주택 및 마을조성」은 더 유리한 부처 공모로 갈아탔고, 「은퇴자 마을 조성」은 분양 어려움을 사유로 임대·휴양형으로 전환됐다. 「공영주차장 설치」는 협의 지연을 사유로 공급 규모 4분의 1 수준의 소규모 거점 분산 방식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됐다. 「군내버스 공영제」는 본래의 공영제 일정이 임기 후 과제로 미뤄지다가, 사업비 8분의 1의 맞춤형 대중교통 사업으로 대체됐다.
추진율 변화도 비슷한 형태로 움직였다. 「군내버스 공영제」는 추진율이 변경 직전 20%에서 변경 후 반기마다 30%, 60%, 90%, 100%로 가파르게 도약했다. 「공영주차장 설치」는 50%에서 90%, 100%로 단기간에 채워졌다. 추진율의 도약은 사업이 약속대로 진행된 결과일 수도 있고, 사업의 목표 자체가 줄어든 결과일 수도 있다. 다섯 사례에서는 후자에 가깝다.
자체평가 처리도 비슷한 형태로 이어졌다. 다섯 사례 모두 변경 후 일정 시점에 ‘완료계속’으로 분류되거나, 그 길로 향하고 있다. 지난 회에서 짚었듯, 변형된 48건 가운데 24건이 ‘완료·완료계속’으로 집계돼 있다. 이번 회의 다섯 사례는 그 24건 안에 들어 있다. ‘완료계속’이라는 자체평가 처리는 그렇게 다시 쓰인 공약의 종착지가 된다.
폐기 없는 변화무쌍의 공약들
지난 4월 14일 군이 발표한 민선8기 대표 성과 13건의 명단에는 「영암 맞춤형 대중교통 구축」과 「지역활력타운 조성사업」이 올라 있다. 두 사업은 모두 임기 중에 본래 공약을 대체한 사업들이다. 본래 공약이었던 「군내버스 공영제」와 「청년주택 및 마을조성」은 그 명단에 없다.
폐기되지 않은 공약이라고 모두 본래의 약속이 그대로 이행된 것은 아니다. 변경 심의를 거친 공약 가운데는 이름이 바뀐 사업도 있고, 규모가 줄어든 사업도 있고, 사업의 성격 자체가 바뀐 사업도 있다. 그 과정은 배심원 심의 기록과 자체평가 보고서에 남아 있다. 이번 회는 그 가운데 다섯 사례를 짚는 데 그쳤다.
다음 회는 분석의 시야를 더 넓힌다. 본 회가 변경 심의를 거친 공약을 들여다봤다면, 다음 회는 ‘완료’로 처리된 공약을 들여다본다. 변경 없이 원안대로 마무리된 공약 가운데도 본래 약속과 실제 이행 사이에 거리가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약속이 어떻게 ‘완료’로 처리됐는지를 짚는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