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환경자원센터 현대화 사업, 행안부 문턱 못 넘어

행안부 1차 심사서 ‘반려’…전남 9개 사업 중 유일
주민편익시설·기존 부지 활용·재원 조달 보완 요구
주민합의 2년 지나도 핵심 쟁점 구체화 미흡 지적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4월 30일(목) 11:14
▲ 그린환경자원센터 현대화 사업 조감도

행정안전부가 지난 4월 21일 발표한 ‘2026년 제1차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결과, 영암군이 신청한 두 사업 가운데 수소도시 조성사업(350억 원)은 조건부 승인을 받은 반면, 그린환경자원센터 현대화 사업은 반려 처분을 받았다. 같은 심사에서 전남도와 도내 시·군이 신청한 9개 사업 중 7건이 조건부 승인, 1건이 재검토(고흥 우주발사체 국가산업단지) 결정을 받은 가운데, 도내 유일한 반려 사업으로 나타났다.


시급한 사업이었다

그린환경자원센터 현대화 사업은 영암군 군서면 도장리에 위치한 현 시설의 노후화와 처리용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돼 왔다.

2009년 준공된 현 시설은 시설유지보수비가 연간 8~9억 원에 달하고, 처리용량 부족으로 발생하는 위탁처리비도 연간 8억 원 수준에 이른다. 영암군이 2020년 기준으로 집계한 일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일반쓰레기 38톤·하수슬러지 18.9톤·음식물류 14톤·재활용품 35톤이었으나, 현 시설의 일일 소각용량은 30톤 수준에 그쳐 당시 자료상 하루 8톤가량의 초과 물량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미처리 폐기물의 위탁처리 부담도 함께 누적돼 왔다. 대불산단을 끼고 있는 삼호읍의 도시화로 반입량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시설 신설은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과제로 평가돼 왔다.

영암군의회 역시 사업의 시급성을 공식 확인한 바 있다. 군의회는 지난 2024년 10월 29일 제311회 임시회 기간 중 현장방문을 진행하고, 보고서를 통해 ▲필요한 용량을 면밀히 예측해 여유 있게 설계할 것 ▲신규 소각장 설치를 1~2년 안에 완료하고 조기 운영할 것 ▲근로자 휴게시설 확충 등 현장 문제점을 적극 반영할 것 등 세 가지 의견을 집행부에 제시했다.


신청서까지의 사업 변동 과정

본지가 행정안전부 심사 결과 자료와 그동안의 군 자료들을 시간 순으로 대조한 결과, 이번 신청서가 제출되기까지 사업비와 처리용량 양쪽에서 단계적인 변동이 누적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군의회 현장방문이 이뤄진 2024년 10월 시점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이 사업의 총사업비는 662.25억 원으로, 처리용량은 소각시설 60톤/일·재활용선별 시설 35톤/일·슬러지 건조시설 18.9톤/일·음식물 사료화시설 15톤/일로 구성돼 있었다. 이후 2024년 11월 한국지방재정공제회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절차가 진행됐고, 2025년 9월 소각시설은 50톤/일로, 재활용선별 시설은 25톤/일로 각각 변경됐다. 슬러지 건조시설과 음식물 처리시설 용량은 종전 계획대로 유지됐다. 군은 이렇게 정리된 사업계획을 토대로 2026년 1월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했고, 3월 심사를 거쳐 4월 21일 반려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번 신청서상 총사업비는 711억 원이다.

군 환경기후과 관계자에 따르면, 처리용량이 60톤에서 50톤으로 조정된 것은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측 적정성 검토 과정에서 경제성 분석 등을 토대로 재검토 의견이 제시된 데 따른 결과다. 앞서 영암군의회가 현장방문 보고서에서 여유 있는 용량 설계를 요청한 것과는 결과적으로 다른 방향의 결론이 외부 검토 단계에서 도출된 셈이다.

사업비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군은, 입지 미결정 단계에서 빠져 있던 주민편익시설비 60억 원가량이 새로 반영됐고, 일부 항목 조정 과정에서 민간자본 비중도 함께 늘었다는 입장이다. 국비 규모가 2025년 12월 기준 121억 원에서 신청서상 192억 원으로 71억 원가량 늘어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민지원사업비 반영분이라는 게 군 측 설명이다.

다만 삼호읍 도시화와 산업단지 배후 생활권 확대로 폐기물 반입량 증가 요인이 거론돼 온 데다, 영암읍 남풍리 전남형 만원주택 50호와 교동지구 지역활력타운 44세대 등 신규 주거단지 조성도 잇따라 예정된 상황에서, 외부 적정성 검토 이후 누적된 변수들까지 장래 수요 예측에 충분히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별도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신청서상 사업기간은 2027년 착공·2029년 준공으로 잡혀 있다. 군의회가 같은 보고서에서 제시한 ‘1~2년 내 완료’ 의견과 이미 거리가 있는 일정인 데다, 이번 ‘반려’ 결정으로 신청서상 착공 시점부터 불투명해졌다.



행안부가 짚은 세 가지 보완 쟁점

영암군 환경기후과 관계자에 따르면, 행안부가 이번 반려 결정에서 제시한 주된 사유는 세 가지다.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어떤 주민편익시설을 설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검토 미비, 신규 시설이 들어선 뒤 기존 소각시설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 부재, 그리고 사업비 711억 원 가운데 364억 원(51.2%)을 차지하는 민간자본 비중에 대한 재원 조달 계획 보완 요구가 함께 제기됐다.

이 세 쟁점은 모두 폐기물처리시설 사업 신청서의 기본 항목에 해당한다. 같은 1차 심사에서 의정부시 자원회수시설 현대화 사업(2,056억 원), 가평군 자원회수시설 설치사업(824억 원), 안성시 자원회수시설 사업(470억 원) 등 유사 성격의 폐기물처리시설 사업들이 모두 조건부 승인을 받은 점에 비추어 보면, 영암군의 신청서 준비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2년 넘는 준비 공백

특히 주민편익시설 검토가 미흡했다는 지적은 시간의 흐름을 놓고 볼 때 의문이 남는다.

영암군은 2022년부터 약 1년 반에 걸친 주민 갈등 끝에, 2023년 12월 그린환경자원센터현대화사업 비상대책위원회와 18개 조항이 담긴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시설 설치비용의 20%를 주민편익시설 설치비로 반영하고, 가동 기간 중 폐기물 수수료의 20%를 주민지원기금 재원으로 출연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그 이후의 시간이다. 2026년 영암군 군정주요업무 시행계획에 따르면 이번 사업의 중투 신청은 2026년 1월, 심사는 3월에 이루어졌다. 합의 시점인 2023년 12월부터 신청 시점까지 약 2년이 흘렀다. 그러나 군 측 설명에 따르면 그 시간 동안 합의서의 큰 틀 - ‘사업비의 20% 범위 내 반영’ - 외에 구체적 편익시설의 종류·규모·위치 등에 대한 협의는 진척되지 않았다.

군 측은 이에 대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상 주민지원협의체 구성이 사업 승인·업체 선정 이후의 후속 절차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폐촉법상 지원협의체와의 협의는 주민편익시설의 최종 확정 단계에서 요구되는 절차로, 그 이전 단계에서 편익시설 후보군 검토, 설치 가능 부지의 예비 선정, 주민지원기금 운용 로드맵 수립, 비대위와의 후속 실무협의 등 예비계획까지 마련하기 어려웠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비대위와의 합의서까지 도출된 상대 측이 이미 존재했던 만큼, 이러한 사전 준비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었던 시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행정 절차상 단계를 밟아온 것과, 중앙투자심사에서 요구되는 수준의 사업계획을 준비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영암군은 2020년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계획 제출, 2022년 입지선정 공고와 주민설명회, 2023년 주민 합의, 2024년 타당성 조사 및 적정성 검토, 2025년 국비 신청 등 절차를 이어왔다. 그러나 행안부 심사 단계에서 걸린 쟁점들 - 주민편익시설 구체화, 기존 시설 부지 활용, 민자 의존 구조 - 은 모두 사업 막판에 새로 등장한 변수가 아니라, 이 사업의 태생적 핵심 쟁점이었다.

기존 시설 부지 활용 계획 부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짚어볼 대목이다. 신규 시설이 들어선 뒤 2009년 준공 시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사업 신청서의 기본 항목 중 하나이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역시 신청서에 담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6월말~7월초 2차 심사…사업 지연 시 군민 부담 누적

영암군은 행안부의 보완 요구 사항을 정리해 정례 2차 중앙투자심사에 재상정한다는 방침이다. 2차 심사 결과는 통상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발표되는 정례 일정이다.

군 환경기후과 관계자는 1차 심사 직후 행안부 측과 후속 면담을 가졌으며, 보완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면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사업 일정이 늘어지는 만큼 군민 부담은 함께 누적되는 구조다. 기존 자료상 현 시설 유지보수비와 위탁처리비는 연간 16억~17억 원 수준이며, 사업 지연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재정 부담과 폐기물 처리 불안정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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