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공약들은 어떻게 ‘완료’가 되었는가

민선8기 공약 검증 ③
변경 없이 또는 변경을 거쳐 ‘완료’된 공약 점검

범위·규모·주체 달라진 사례들, ‘추진완료 100%’
도서관 지정·120m 복원·임시 자전거도로 재검토
영암읍성 복원, 보도자료 대표 성과로 명단 등재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5월 08일(금) 11:13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영암군은 지난 4월 14일 민선8기 공약이행 평가에서 4년 연속 전국 최우수 SA등급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영암군은 민선8기 출범과 함께 10대 분야 120개 공약을 약속했다. 군이 스스로 밝힌 추진율은 91%, 폐기된 공약은 0건이다. 이 훈장 너머에 남아 있는 120개의 약속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본지는 4회에 걸쳐 군이 직접 작성·발간한 공식 자료를 되짚어 민선8기 공약 이행 실태를 재구성한다. 유지·변형의 궤적과, 그 실적이 어떻게 평가되고 홍보됐는지를 들여다본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편집자주>


지난 회에서 본지는 영암군 민선8기 공약 가운데 당초 약속에서 벗어난 48건 중 다섯 사례를 짚었다. 당초 공약이 추진이 용이한 다른 사업으로 조정·대체되고, 변경된 사업이 ‘완료’ 또는 ‘완료계속’으로 분류되며 추진율에 반영되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당초 약속과 실제 이행 사이의 간극은 변경을 거친 48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영암군 자체평가에서 ‘완료’ 또는 ‘완료계속’으로 분류된 공약은 2025년 하반기 기준 모두 91건으로, 전체의 75.8%에 이른다. 이 가운데는 변경 심의를 거쳐 ‘완료’에 이른 사례와, 변경 없이 원안 그대로 ‘완료’에 매겨진 사례가 함께 포함돼 있다.

지난 회가 변경 심의를 거친 공약의 변형 과정을 살폈다면, 이번 회는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완료’로 처리된 공약이 어떤 실적 위에서 100%로 매겨졌는지를 들여다본다.

이번 회가 살피는 사례 가운데는 약속한 사업이 다른 형태로 조정된 채 완료로 매겨진 경우, 공약명은 같지만 실제 이뤄진 일이 다른 경우, 공약이 가리킨 사업의 주체가 군이 아닌 다른 기관이었던 경우가 포함됐다.


영암읍성 복원

원안 ‘영암읍성 복원’은 2022년부터 2029년까지 8년에 걸쳐 영암읍성 성곽 2,000m를 복원한다는 약속이었다. 「민선8기 공약 실천계획서」는 1단계인 2022~2026년에 시굴·발굴, 복원 타당성 용역, 실시설계 용역을 임기 내 일정으로 잡았다. 2단계인 2027~2029년에는 본격 복원과 활용을 임기 후 일정으로 제시했다.

완료 시기는 ‘임기후’로 표시돼 있었다. 같은 페이지에는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른 실제 필요액도 적혀 있다. 시·발굴 28억 8,800만 원, 남문 복원 15억 원 등 모두 43억 8,800만 원이다. 원안 사업비 8억 7,000만 원의 다섯 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 공약은 2024년 주민배심원 회의에서 사업목표 변경 안건으로 다뤄졌다. 당초 2024년 발굴조사, 2025년 복원 타당성 용역, 2026년 실시설계 용역으로 나뉘어 있던 단계별 목표는 2024년 단일 항목인 “영암읍성 복원(달맞이 공원 조성)”으로 압축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담당자는 “영암 읍성 복원이 이미 완료돼 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을 일단 마무리하는 걸로 변경하려고 하는 이유는, 남문 복원이 영암경찰서 이전과 맞물려 있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고 밝혔다. 같은 회의에서 담당자는 “전체 복원, 즉 남문 복원까지 하면 토지 매입, 발굴 등을 포함해 300억 원 정도 예산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변경안은 그 회의에서 승인됐다.

자체평가는 2024년 상반기 ‘정상추진 20%’에서 하반기 ‘추진완료 100%’로 매겨졌다. 이 시점 자체평가 본문에 새로 추가된 항목은 2024년 12월 완료된 ‘영암읍성 복원 및 달맞이 공원 조성’ 한 건이다.

사업 위치는 영암읍 서남리 971번지 일원, 사업 규모는 1만 9,582㎡로 기록됐다. 영암읍성 복원 구간은 120m다. 경관보도교와 전망대, 바닥분수, 관리사, 산책로 조성 등도 함께 적혀 있다.

원안이 약속한 2,000m의 6%에 해당하는 구간이고, ‘임기후’로 표시돼 있던 완료 시기는 ‘임기내’로 옮겨졌다. 이 사업은 지난 4월 14일 영암군 보도자료가 꼽은 민선8기 대표 성과 13건 명단에도 올라 있다.



영암천 등 자전거도로 조성

원안 ‘영암천 등 자전거도로 조성’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0억 원 군비로 영암천 일원에 자전거도로를 조성한다는 약속이었다. 「민선8기 공약 실천계획서」는 2023년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2024년 공사 단계별 착공, 2025년 공사 준공의 단계별 일정을 명시했다. 단계별 목표 2025년 항목에는 “공사 준공”이 적혀 있다. 사업 규모는 12km로 제시됐다.

2024년 주민배심원 회의에서 사업내용·예산·목표 변경 안건이 올라왔다. 변경 사유는 전라남도가 추진하는 영암천 재해예방사업(2023~2027년) 구간이 자전거도로 조성 구간과 겹친다는 것이었다.

회의록에 따르면 담당자는 “전라남도에서 시행 중인 영암천 재해예방사업으로 일부 구간과 겹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암천 재해예방사업 공사 시행 전 기찬랜드~천황사 구간에 임시 자전거도로를 개설하였기에 영암천 등 자전거도로 조성 공약사항 이행완료로 변경 요청한다”고 밝혔다.

변경 후 사업비는 20억 원에서 1억 원으로 95% 줄었다. 사업목표는 2024~2025년 공사 착공 및 준공으로 압축됐다. 안건은 그 회의에서 승인됐다.

자체평가는 2024년 상반기 ‘정상추진 30%’에서 하반기 ‘추진완료 100%’로 매겨졌다. 2024년 상반기와 하반기 자체평가 본문에 적힌 실적은 5건으로 같다. 가장 진척된 항목은 2023년 12월 착공해 2024년 5월 완료된 정비공사로, 변경 심의에서 거론된 임시 자전거도로 구간에 해당한다.

이후 2025년 상·하반기까지 자체평가 본문에 추가된 항목은 2024년 10월 주민배심원 변경 심의 통과 한 건뿐이다. 도 재해예방사업이 끝나는 2027년 이후에야 본격 마무리가 가능하다는 내용은 자체평가 본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평생학습관 설치

원안 ‘평생학습관 설치’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4억400만 원 군비로 평생학습 거점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약속이었다. 「민선8기 공약 실천계획서」는 사업목적란에 “평생교육 거점 기반 조성 및 평생교육 인프라 구축”과 “종합사회복지관, 도서관, 민간단체 등에서 분산 운영되는 평생학습 지원을 위한 컨트롤 타워 설치”를 명시했다.

단계별 목표는 2022년 평생학습 조례 개정, 2023년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수립, 2024년 읍·면 평생학습센터 추가 설치 3개소, 2026년 군 평생학습관 설치·운영 1개소였다.

자체평가는 2024년 상반기 70%, 하반기 80%를 거쳐 2025년 상반기에 ‘추진완료 100%’로 매겨졌다. 그 시점 자체평가 본문에 적힌 실적은 7건이다. 조례 개정, 홈페이지 정비, 우수 지자체 선진지 견학,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용역 수행, 노후 기자재 정비 및 구입, 읍·면 평생학습센터 운영, 그리고 ‘평생학습관 지정(영암도서관) 2025년 4월 17일’이다.

평생교육법은 평생학습관을 설치하거나 지정·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기관을 평생학습관으로 지정하는 방식 자체가 법적으로 배제된 것은 아니다.

다만 원안 사업개요에는 “종합사회복지관, 도서관, 민간단체 등에서 분산 운영되는 평생학습 지원을 위한 컨트롤 타워 설치”가 사업의 본질로 적혀 있었다. 즉 도서관은 원안 단계에서 분산 운영 기관 중 하나로 명시된 통괄 대상이었다. 자체평가는 그 분산 운영 기관 중 하나였던 도서관을 평생학습관으로 지정한 행정행위를 100% 매김의 결정적 실적으로 삼은 셈이다.


나불도 활성화

원안 ‘나불도 활성화’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50억 원 도비로 추진한다는 약속이었다. 「민선8기 공약 실천계획서」는 사업주체로 “전라남도(관광과)”를 적었고, 사업비 50억 원의 재원 구분은 도비 100%, 군비 0원으로 표시했다. 사업개요란에 적힌 사업명은 “영산호 관광지 미로공원조성”이다.

같은 페이지 마지막 줄은 “전라남도에 나불도 활성화 관련 사업 제안(도와 소통 강화)”으로 끝난다. 공약 분류는 ‘신규’, 완료 시기는 ‘임기내’였다.

자체평가는 2023년 상반기부터 줄곧 ‘추진완료 100%’로 매겨졌다. 가장 최근 발간된 2025년 하반기 정기평가에 이르기까지 자체평가 본문에 적힌 실적은 5건으로 같다.

첫 항목은 “미로공원 조성공사 시행(전라남도): 2022년 12월~2024년 12월”이다. 사업면적 1만4,322㎡, 사업비 51억 원도 함께 적혀 있다. 시행주체가 자체평가 본문에 전라남도로 명시된 것이다.

나머지 항목은 문화재청 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 나불도 내 미개발 국·도유지 매입 협의, 삼호읍 간척농지 마스터플랜 용역, 오토캠핑장 조성공사 실시설계비 확보다.

원안에 적힌 사업기간은 2021년부터다. 영암군 민선8기 출범 시점은 2022년 7월 1일이다. 도 사업기간이 영암군 민선8기 출범보다 1년 6개월 앞서 시작된 셈이다. 이 도 사업은 영암군의 민선8기 신규 공약으로 등록됐고, 임기 시작 5개월 뒤인 2022년 12월 본 공사가 착공됐다. 이어 그 다음 반기인 2023년 상반기에 이미 ‘추진완료 100%’로 매겨졌다.

이 사례는 사업의 물리적 추진 여부보다, 도 시행 사업이 영암군 민선8기 신규 공약의 완료 실적으로 집계된 구조를 보여준다.



온천호텔 활용방안 모색

원안 ‘온천호텔 활용방안 모색’은 2023~2024년 비예산 사업이었다. 목표는 “장기간 휴업상태인 월출관광호텔을 활성화하여 단체 관광객 유치 가능한 특화 관광숙박시설로 재탄생”시키는 것이었다. 「민선8기 공약 실천계획서」는 영업 재개 의지가 없을 경우 중소형 숙박시설 유치까지를 추진 방향에 함께 적었다.

2024년 주민배심원 회의에서 사업기간·목표 변경 안건이 올라왔다. 회의록에 따르면 담당자는 “1997년도에 지어져 27년 된 건물, 건물 안전성 검사 D등급을 받아서 허물어야 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에 자력으로 운영할 의지가 없다”라고 밝혔다.

같은 회의에서 담당자는 “공약을 방향 제시 정도로 변경하려고 한다”라고 정리했다. 변경 결과 2024년 사업목표는 ‘영업 재개 시 호텔 향후 운영계획 검토’에서 ‘전문가 의견수렴 및 향후 운영계획 검토’로 바뀌었다. 새로 추가된 2025년 목표는 ‘연구용역 및 컨설팅 실시’로 잡혔다. 회의 직후 작성된 5분임 배심원 의견서에는 “온천호텔 안건 설명을 듣고 충격적이었다”는 표현이 남아 있다.

자체평가는 2024년 상·하반기 ‘정상추진 50%’였다가 2025년 상반기 ‘추진완료 100%’로 매겨졌다. 그 시점 자체평가 본문에 적힌 실적은 호텔 측과의 협의 1건과 2023년 7월 목욕장·실외수영장 운영 재개 1건이다. 변경 후 사업목표인 ‘연구용역 및 컨설팅 실시’에 해당하는 실적은 자체평가 본문에 등장하지 않는다.


약속의 범위가 좁혀지고, 규모가 줄고, 주체가 어긋났다

다섯 사례에는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약속의 범위가 좁혀지거나, 규모가 줄거나, 사업주체와 성과 귀속이 어긋난 채 모두 ‘추진완료 100%’에 매겨진 패턴이다.

영암읍성 2,000m 복원은 120m와 공원 조성으로, 자전거도로 12km·20억 원은 임시 구간·1억 원으로 매겨졌다. 평생학습관은 분산 운영 기관 중 하나였던 도서관 지정으로, 나불도 활성화는 시행주체가 도(道)로 명시된 사업을 군의 신규 공약으로 등록한 사례로 확인됐다. 온천호텔 활용방안 모색은 향후 운영계획 검토와 연구용역·컨설팅으로 좁혀졌다.

다섯 사례 모두 영암군이 직접 작성·발간한 정기평가에 ‘추진완료 100%’로 기록돼 있다. 원안과 실적이 같은 페이지에 나란히 적혀 있다.

다음 회는 본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본 시리즈가 1·2·3회를 통해 살핀 변경 공약과 ‘완료’ 처리 공약 - 이 모든 자체평가가 어떤 시스템 위에서 매겨졌는지, 4년 연속 전국 최우수 SA등급은 어떤 경로를 통해 만들어졌는지 점검한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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