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연속 SA등급 너머, 공약 변경은 어떻게 승인됐나 민선8기 공약 검증 ④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6년 05월 15일(금) 1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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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영암군은 지난 4월 14일 민선8기 공약이행 평가에서 4년 연속 전국 최우수 SA등급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영암군은 민선8기 출범과 함께 10대 분야 120개 공약을 약속했다. 군이 스스로 밝힌 추진율은 91%, 폐기된 공약은 0건이다. 이 훈장 너머에 남아 있는 120개의 약속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본지는 4회에 걸쳐 군이 직접 작성·발간한 공식 자료를 되짚어 민선8기 공약 이행 실태를 재구성한다. 유지·변형의 궤적과, 그 실적이 어떻게 평가되고 홍보됐는지를 들여다본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편집자주>
공약은 약속이다. 4년 전 영암군수 선거에서 당선자는 1만 3,689표의 선택을 받았다. 그가 내건 120개 공약은 당시 유권자에게 제시한 약속이자, 4년 군정 운영의 기준이었다.
본지는 1·2·3회에 걸쳐 그 120개 공약 가운데 48개가 임기 중 변경됐고, 상당수는 변경 후 기준으로 ‘완료’ 또는 ‘완료계속’ 처리됐음을 짚었다. 그렇다면 그 변경은 어디서, 어떻게 승인됐고, 그 결과는 어떤 평가 체계 안에서 ‘4년 연속 SA등급’으로 이어졌는가.
본지가 「주민배심원 회의 운영 결과보고서」 4년 치를 교차 점검한 결과, 민선8기 동안 주민배심원 회의에 오른 공약 변경 안건은 모두 68건이었다. 이 가운데 66건이 승인됐고, 2건이 미승인됐다. 변경 안건의 최종 승인은 본회의 참석자 과반 찬성으로 결정됐다. 4년간 최종 투표 참여 인원은 해마다 21~27명이었고, 과반 의결 규칙에 따라 11~14명의 찬성으로 조정안이 승인될 수 있는 구조였다.
주민배심원 회의 운영은 영암군이 용역계약을 통해 (사)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맡겼다. 그리고 영암군에 ‘4년 연속 전국 최우수 SA등급’을 부여한 평가기관도 같은 단체였다.
4년 연속 SA등급, 무엇을 평가했나
영암군은 지난 4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선8기 공약이행 평가에서 4년 연속 전국 최우수 SA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표현은 본 시리즈의 출발점이었다.
다만 4년 연속 SA등급은 모두 같은 성격의 평가 결과는 아니었다. 임기 1년 차인 2023년에 받은 SA등급은 「공약실천계획서 평가」 결과였다. 이는 임기 초 영암군이 작성·공개한 공약실천계획서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작성됐는지를 보는 평가다.
반면 2024년부터 2026년까지의 SA등급은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 결과였다. 이 평가는 공약이행완료, 해당 연도 목표달성, 주민소통, 웹소통, 일치도 등 항목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평가의 기본 자료는 지자체가 누리집에 공개한 공약이행 자료였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지자체 공개자료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보완자료 제출과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따라서 “4년 연속 전국 최우수”라는 표현은 서로 다른 성격의 평가를 하나의 홍보 문구로 묶은 것이다. 첫해는 계획서의 충실성 평가였고, 이후 3년은 지자체가 공개한 공약이행 자료와 정보공개 체계에 대한 평가였다.
이 평가는 공약 관리와 공개 체계를 보는 외부평가다. 매니페스토본부의 ‘완료’ 기준도 통상의 사업 종결만을 뜻하지 않는다. 입법 공약은 법·조례 통과로, 재정 공약은 재정 확보로 완료에 해당할 수 있다. '공약 내용 이행 후 계속 추진 중인 사업'이나 반복사업은 별도 분류된다.
주민배심원 회의는 누가 운영했나
영암군에서 공약 변경 안건이 다뤄진 자리는 매년 열린 주민배심원 회의였다. 회의는 분임 토의와 전체 회의로 구성됐다. 공약명, 사업내용, 사업기간, 예산, 목표 등 공약실천계획의 조정안을 배심원단이 심의하고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이 회의 운영은 영암군이 직접 맡지 않았다. 영암군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영암군은 민선8기 임기 동안 매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주민배심원단 구성 및 운영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12월 「민선8기 공약 실천계획 점검 주민배심원단 구성 및 운영 용역」 계약금액은 1,343만 2,000원이었다. 2023년 10월 「민선8기 공약 이행현황 점검 주민배심원단 구성 및 운영 용역」도 1,343만 2,000원. 2024년 9월 「2024년 공약이행현황 점검 주민배심원 운영 용역」은 1,346만 원, 2025년 10월 「2025 민선8기 공약이행현황 점검 주민배심원 운영 용역」은 1,380만 원이었다.
민선8기 4건의 계약금액은 총 5,412만 4,000원이다. 민선7기 마지막 해인 2021년 11월에도 영암군은 같은 단체와 「민선7기 공약 이행점검 주민배심원단 구성 및 운영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포함하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건, 6,755만 6,000원 규모다.
주민배심원 보고서는 매년 영암군이 매니페스토본부에 의뢰해 배심원단을 구성했다고 적고 있다. 보고서에는 분임 토의 진행자로 ‘촉진자’가 등장한다. 촉진자는 토의 진행을 돕는 역할이며,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고 보고서에 규정돼 있다.
다만 그 촉진자들은 모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광주·전남본부 또는 광주·전남네트워크 집행위원으로 표기됐다. 회의 운영부터 결과보고서 작성까지 한 단체가 맡았고, 그 결과를 평가한 단체도 같았다.
주민배심원은 무엇을 심의했나
주민배심원제의 명분은 분명했다. 보고서들은 선거공약을 “고용계약서”라고 표현하고, 공약을 중심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주민 승인 없는 일방적 공약 수정은 대의민주주의와 정책선거 노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반복해서 제시됐다.
그러나 실제 회의가 다룬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2022년 회의는 민선8기 출범 직후 공약실천계획 수립 단계에서 열렸다. 이때는 공약 조정·변경 안건 10건과 주민배심원단이 직접 선정한 평가 안건 10건이 함께 다뤄졌다.
2023년 이후부터는 성격이 달라졌다. 2023년 19건, 2024년 21건, 2025년 18건 모두 영암군이 조정·변경이 필요하다고 제출한 안건이었다. 주민배심원단이 120개 공약 전체를 독자적으로 점검해 문제 공약을 고르는 구조가 아니라, 군이 회의에 올린 조정안을 심의하는 구조였다.
미승인된 2건은 모두 2024년 회의에서 나왔다. 「서창저수지 생태개발」 변경 안건은 11표 대 10표, 기권 2표로, 「군민의 강 조성」 변경 안건도 11표 대 10표, 기권 2표로 미승인됐다.
승인된 안건 가운데도 반대표가 적지 않은 사례는 있었다. 2023년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 변경 안건은 14표 대 11표로 통과됐고, 같은 해 「농산물 전문유통법인 설립」 변경 안건은 16표 대 8표, 기권 1표로 승인됐다. 2025년 「복합문화공간 조성」 변경 안건은 분임 단계에서 분임원 4명이 모두 반대했으나, 전체 회의에서는 14표 대 7표로 통과됐다.
주민배심원제는 공약 변경 과정에 주민 참여 절차를 도입한 장치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 오른 안건은 군이 가져온 조정안이었다. 배심원단이 120개 공약 전체에서 점검 대상을 직접 고르는 구조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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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승인된 두 변경안, 서로 다른 길로 갔다
주민배심원 회의가 모든 변경안을 승인한 것은 아니었다. 2024년 회의에서 미승인된 「서창저수지 생태개발」과 「군민의 강 조성」은 이후 서로 다른 경로로 처리됐다.
「서창저수지 생태개발」은 2025년 회의에 다시 올랐다. 2024년에는 목표 변경안이었지만, 2025년에는 예산과 사업내용, 목표가 함께 바뀐 안건이었다. 변경 전 사업은 단독주택용지 50호 기반시설 조성이었고, 변경 후 사업은 무장애 생태로드, 경관조명, 분수, 방문자센터, 주차장 조성 등이었다. 사업비도 90억 원에서 118억 원으로 조정됐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부지 문제가 있었다. 2024년 보고서는 당초 사업대상지 4필지, 3만 982㎡가 법원 임의경매 개시 결정 상태였고, 2024년 7월과 10월 경매를 거쳐 일부 토지가 매각 완료됐다고 기록했다. 2025년 보고서는 사업대상 부지 소유자의 매각 불가 의사로 당초 계획인 주거단지 조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고, 이에 따라 저수지 주변 생태로드 조성으로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2025년 회의에서 담당자는 해당 용지의 80% 이상을 소유한 토지 소유자가 매각 불가 의사를 밝혔고, 해당 소유자가 자체적으로 주거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초 공약 내용과 조정된 내용이 완전히 다른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변경안은 18표 대 2표, 기권 1표로 승인됐다.
반면 「군민의 강 조성」은 다른 길을 갔다. 2024년 회의에 제출된 변경안은 사업기간을 2027년에서 2028년으로 늦추고, 사업내용을 ‘군민의 강 0.3km 조성’에서 ‘도심물길 0.28km 조성’으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영암군은 사업구간 토지매입 장기화 우려와 사업착수 미정, 구간 변경 필요성을 변경 사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안건 역시 11표 대 10표, 기권 2표로 미승인됐다.
미승인은 공약 폐기를 뜻하지 않았다. 변경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군민의 강 조성」은 원안 기준으로 남았다. 이후 영암군 자체평가에서도 이 공약은 폐기가 아니라 추진 중인 공약으로 분류됐다. 2024년 상반기에는 ‘정상추진’ 20%, 2024년 하반기에는 ‘일부추진’으로 한 단계 내려갔다가, 2025년 상반기에는 다시 ‘정상추진’ 50%로 매겨졌다.
두 사례는 미승인 이후의 경로가 한 갈래가 아님을 보여준다. 변경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공약은 원안 기준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다른 형태로 제출되면 그 안건은 새 기준으로 심의된다. 반대로 변경안이 승인되면 이후 자체평가와 공약이행 자료는 변경 후 내용을 기준으로 작성된다.
SA등급이 답하지 않은 질문
4년치 보고서는 주민배심원제의 운영 원칙으로 전원합의를 강조했다. 동시에 분임 단계에서는 전원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과반으로 권고안을 채택하고, 전체 회의에서는 참석자 과반 찬성으로 최종 승인한다고 적었다. 실제 68건 변경 안건의 최종 승인은 이 과반 의결 구조 안에서 이뤄졌다.
보고서는 또 기존 공약이행평가단 운영의 ‘거수기’ 논란을 언급하며, 주민배심원제가 그 문제를 벗어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주민배심원제는 실제로 무작위 선발, 교육, 담당부서 설명, 분임 토의, 전체 표결 절차를 갖췄다. 미승인 사례가 있었고, 일부 안건에서는 상당한 반대표가 나온 점도 확인된다.
그럼에도 주민배심원제는 공약 전체를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장치와는 성격이 달랐다. 2023년 이후 회의에 오른 안건은 영암군이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출한 변경안이었다. 배심원단은 그 안건을 두고 찬반을 판단했다. 원안 공약이 얼마나 유지됐는지, 변경 후 목표가 본래 약속의 취지를 얼마나 보존했는지를 별도로 평가하는 절차는 아니었다.
매니페스토본부의 공약이행 평가도 마찬가지다. 영암군이 받은 SA등급은 공약 관리, 목표달성, 주민소통, 웹소통, 정보공개 등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평가는 원안 공약 120개가 얼마나 그대로 이행됐는지, 변경된 공약이 본래 약속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독립적으로 판정한 결과는 아니었다.
영암군은 4년 연속 SA등급을 받았다. 그 사실은 영암군의 공약 관리와 정보공개 체계가 외부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1·2·3회에서 확인한 것처럼, 120개 공약 가운데 48개는 임기 중 변형됐고, 일부는 이름과 내용, 예산, 목표가 크게 바뀐 뒤 ‘완료’ 또는 ‘완료계속’으로 분류됐다.
공약은 바뀔 수 있다. 행정 여건과 재정 상황, 중앙부처 사업 변화에 따라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문제는 변경 그 자체가 아니라, 변경된 공약이 어떤 기준으로 다시 ‘이행’이 되고, 어떤 절차를 거쳐 ‘완료’가 되며, 그 결과가 어떤 방식으로 ‘최우수’ 평가와 홍보 문구로 돌아오는가다.
4회에 걸쳐 본지는 영암군이 직접 작성·발간한 공식 자료를 되짚어 민선8기 공약 이행 실태를 재구성했다. 4년 연속 SA등급이 말해주는 것은 공약 관리와 정보공개 체계의 평가 결과다. 본지가 되짚은 것은 그 평가 너머에 남아 있는 원안과 실제 이행 사이의 거리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