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알아보는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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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22일(금) 09:52


천하의 충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자는 충성스럽다고 할 수 없고
천하의 현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자는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不知天下之忠臣者 不可謂之忠
부지천하지충신자 불가위지충
不知天下之賢臣者 不可謂之賢
부지천하지현신자 불가위지현


- 곽재우(郭再祐, 1552~1617), 『망우집(忘憂集)』 권2 「장준론(張浚論)」




윗글은 망우당 곽재우의 문집인 망우집의 「장준론」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장준이라는 인물은 중국 송(宋)나라 고종(高宗)과 효종(孝宗) 때의 명신으로, 금나라가 회남(淮南)을 침략하여 고종이 임안(臨安)으로 피난해 있을 때, 묘부(苗傅)와 유정언(劉正彦)이 난을 일으켜 고종을 협박하여 황태자 부(旉)에게 선위(禪位)하도록 하였는데, 이들을 토벌하여 고종을 복위시킨 공이 있다. 그리고 저 유명한 악비(岳飛), 이강(李綱) 등과 함께 남송의 주전파였으며, 강화파의 주장에 조금도 동조하지 않고 화의를 반대하다가 정승 진회(秦檜)에 의해 영주로 귀양을 가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송나라가 망한 원인이 모두 장준이 사람 보는 안목이 없는 것에 원인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위급한 시기에 여진족들이 두려워하던 이강을 탄핵하여 파직시키고, 악비가 원통하게 죽어도 구해내지 않았으니, 송나라를 망치고 고종을 그릇되게 한 것은 바로 진회가 아니라 장준이며, 악비를 죽인 것도 진회가 아니라 바로 장준이므로, 그 죄가 진회보다 적지 않다고 하였다.

혹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요순(堯舜)도 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한번 시험해 보면 알기가 어렵지 않은데, 이강과 악비의 충성스러움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은 눈과 귀가 없는 것이라 하였다.

세상에서는 더러 장준을 충성스러운 사람이라고 하는데, 망우당이 보기에는 스스로 가장 높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가장 옳다고 생각하여, 마음은 편벽되고 학문도 밝지 못하며, 천하에 어진 사람인데도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충성스러운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망우당은 누구나 다 알다시피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가장 먼저 창의를 한 분이다. 그런데 경상 감사 김수는 왜란이 일어나자 늘 도망을 다녔다. 그러한 김수의 행동이 망우당의 눈에는 저 남송의 진회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중에 절친했던 김덕령 장군이 무고로 참혹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는, 조정에 있는 인물들이 모두 장준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치고 과연 진회나 장준이 아닌 인물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참으로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유민철 아람멀티미디어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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