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개진 상생협약, 악취 민원은 언제 끝나나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5월 29일(금) 11:37

지난해 12월 31일 미암면 주민과 업체, 영암군이 함께 서명한 상생협약은 13년을 끌어온 환경 갈등의 마침표로 받아들여졌다. 10년 가까이 잠자던 군의 갈등조정 조례가 처음 작동한 사례였고, 대화로 갈등을 푼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협약 4개월 만에 같은 사업장에서 폐목재가 연소된 사실이 드러났고, 영암군은 지난 5월 21일 해당 업체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13년간 주민들을 괴롭힌 것은 매연과 악취였다. 협약의 핵심도 그 오염원을 없애고 주민에게 감시 권한을 보장하는 데 있었다. 그런 약속이 넉 달 만에 뭉개졌다. 더욱이 이번에 가동된 우드칩 보일러는 ‘경제성이 없어 가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협약 본문에서 빠져 있던 시설이라고 한다. 약속의 빈틈을 그대로 파고든 셈이다.

행정의 사후관리도 문제다. 협약 체결 뒤 첫 민원이 접수되기까지 약 4개월간 영암군 자체 점검 실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를 먼저 제기한 것도 주민이었다. 협약의 근거인 조례 제13조는 “군수는 협의결과를 이행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노력 규정에 그쳐, 이행을 점검하고 위반을 제재할 장치가 없다. 협약은 서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켜지는지 들여다보는 체계가 없다면 한 장의 종이로 남을 뿐이다. 더구나 13년의 갈등은 약속과 파기가 되풀이된 시간이었고, 사업장이 여러 법인으로 나뉘어 한 법인이 처분받아도 다른 법인 영업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는 구조라고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영암군은 협약 이행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사후관리 체계를 서둘러 마련하고, ‘기존 보일러’ 해석을 둘러싼 모호함도 분명히 정리해야 한다. 업체 역시 당사자로서 약속을 지키는 모습으로 응답해야 한다. 신뢰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된다. 주민들이 13년 만에 손에 쥔 협약이 또 하나의 뭉개진 약속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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