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농지 전수조사…팔려는 고령농, 밀려날 임차농?

군, “고령농 절반가량 농지 매각 희망해”
9만여 필지…8월부터 현장 심층조사 실시
전국서 잇단 계약 해지·임차농 경작 불안
구두 임대차 양성화·실경작자 보호 관건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7월 16일(목) 11:29

영암지역 9만여 필지를 대상으로 한 농지 전수조사가 이달 말 기본조사 종료를 앞두고 있다. 군 농업정책과는 고령농의 절반가량이 농지를 팔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수조사 이후 농지가격이 떨어지는 경향도 있다고 밝혔다. 오는 8월 현장 심층조사가 시작되면 농지 매각과 관행적인 임대차를 둘러싼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농지 투기와 불법 이용을 차단하고 실경작자 중심의 농지 이용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전국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7월까지 행정정보와 위성자료 등을 활용해 소유관계와 실경작 여부, 농지 이용 현황을 살피는 기본조사를 마친 뒤 8월부터 12월까지 현장 심층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기본조사에서는 농지대장과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직불금 등 행정자료를 위성·항공사진과 대조한다. 정보가 일치하지 않거나 휴경, 시설물 설치 등 위법 가능성이 있는 농지를 추려 현장 확인과 소유자·경작자의 소명 절차를 거친다.


영암 조사 대상 9만 필지 넘어

영암군이 지난 3일 김기천 군의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밝힌 관내 조사 대상 농지는 9만 필지가 넘는다. 기본조사는 읍·면에서 별도로 채용한 조사원들이 행정정보와 위성자료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농지위원회는 8월 심층조사부터 참여할 예정이다.

전남 전체는 6월 30일 기준 조사 대상 174만 필지 가운데 51만 4천 필지의 기본조사를 마쳐 29%의 진행률을 기록했다. 영암군도 지난 3일 당시까지 기본조사 진행률이 30%에 못 미친다고 설명해 비슷한 수준의 진행 상황을 보였다. 조사 초기 지방선거와 공익직불금 관련 업무가 겹친 데다 조사원 채용과 교육도 늦어지면서 상당수 시·군이 7월 들어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기본조사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고 곧바로 농지법 위반이나 처분 대상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 확인과 당사자의 소명 등을 거쳐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심층조사 절차가 남아 있다.


“고령농 절반가량 팔고 싶어 하는데…”

3일 의원간담회에서는 농지가격 하락과 지역사회 혼란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 자리에서 김기천 의원이 “이 조사가 들어간 직후로 농지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미아 영암군 농업정책과장은 고령농 절반가량이 농지를 팔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수조사 이후 가격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현장 반응을 전했다.

농사를 그만두려는 고령농에게 농지는 노후생활을 뒷받침할 주요 자산이다. 전수조사 이후 농지 매물이 늘고 매수세가 위축될 경우 제값을 받고 농지를 처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전수조사가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긍정적인 방향일 수 있다면서도, 지역사회가 상당 기간 시끄럽고 혼란스러울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군 농업정책과는 농지소유자와 임차인, 실경작자의 관계를 최대한 제도권 안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지역 사례와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전수조사가 가격 하락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무 부서도 고령농의 매각 수요와 가격 하락 가능성을 주요 현장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에서는 계약 해지·거래 위축 잇따라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된 뒤 전국 농촌에서는 토지주가 기존 임차농에게 농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거나 임대차 관계를 끝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농지법은 농지를 소유한 사람이 직접 경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임대차도 법에서 정한 경우에만 허용한다. 전수조사에서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거나 허용되지 않은 임대차가 확인되면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일부 지주들이 행정처분을 우려해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회수하거나 농지은행에 위탁하면서, 오랫동안 해당 농지를 경작해 온 임차농이 밀려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농촌의 상당수 임대차가 이웃이나 친인척 사이의 구두계약으로 유지돼 왔다는 점이다. 고령이나 건강 문제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소유자가 주변 농민에게 농지를 맡기고, 임차농은 별도의 계약서 없이 농사를 지어온 경우가 적지 않다.

전수조사가 이 같은 관행과 충돌하면서 지주는 행정처분을 우려하고, 임차농은 계약서가 없어 경작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전국에서는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임차농이 지주로부터 농지 반환을 요구받아 생계 기반을 잃을 처지에 놓이거나, 직불금 수령자와 실제 경작자가 달라 임대차가 해지된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농지를 처분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는 고령농이 매수세 위축과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주가 전수조사를 피하기 위해 임대차 관계를 일방적으로 끝내는 경우 임차농이 신고할 수 있도록 보호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신고를 위해서는 임차농이 농지를 빌려준 지주의 임대차 관계와 계약 해지 사실을 행정기관에 알려야 한다. 지주와 임차인이 같은 마을에서 생활하거나 다른 농지까지 빌려주는 관계라면 신고 이후 해당 농지는 물론 향후 임차 기회까지 잃을 수 있다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영암에서 벼농사를 짓는 A씨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농촌은 모두 얼굴을 알고 지내는 공동체”라며 “현실적으로 누가 지주를 신고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고제도가 마련됐더라도 농촌의 관계망 속에서는 실제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임대차 양성화·실경작자 보호 관건

정부는 구두 임대차를 서면계약으로 전환해 농지대장에 등재하거나 농지은행에 위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는 농지은행 누리집에 토지주와 공인중개사가 농지 매매·임대 물건을 등록하고 농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직거래 플랫폼도 개설했다.

그러나 농지은행을 통해 다른 농지를 공급하는 방식이 기존 임차농의 피해를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농지는 위치와 면적, 토질, 용·배수 여건이 제각각이고, 벼농사는 여러 필지를 묶어 농기계로 작업하는 만큼 기존 농지를 다른 농지로 단순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농지 전수조사는 비농민의 투기성 농지 소유와 직불금 부정수급, 무단 휴경을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실경작자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농촌 고령화와 관행적인 임대차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농지를 팔려는 고령농과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에게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

결국 8월부터 시작되는 심층조사의 성패는 위반 농지를 얼마나 많이 적발하느냐보다, 농지 소유자와 실경작자의 관계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정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령 농지소유자와 임차농이 일방적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충분한 소명 절차와 실질적인 보호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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