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악취, 민원 넘어 감사청구까지…학평 주민들 ‘뿔났다’

대책위 꾸려 150명 서명 추진
측정기 전원 4개월째 제자리
축사 1곳 과태료·시설개선 명령
배출 영상 처리 경위는 못 밝혀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07월 31일(금) 11:13
▲ 미암면 학평마을 주민들이 축산악취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마을 곳곳에 내걸었던 현수막들. 주민들은 ‘축사악취비상대책위’ 명의로 축사 이전과 악취 저감을 요구했다. 이 현수막들은 게시 직후 훼손되거나 사라져 현재는 걸려 있지 않다.

미암면 학평마을 주민들이 20년 넘게 축산악취에 시달려 왔다며 영암군의 대응을 문제 삼아 주민감사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은 ‘미암면 학평마을 악취 대책위’와 ‘미암면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 명의로 호소문을 내며 공동 대응에 나섰다. 호소문에는 주민 대표 이계영 씨 등 주민들이 발신인으로 기재됐으며, 군수의 현장 방문과 특별점검, 근본적인 악취저감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씨는 3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주민 17명가량의 서명을 받았다”며 “주민감사청구 요건에 맞춰 150명 이상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전남도에 정식으로 주민감사청구서를 접수한 단계는 아니다.

영암군 주민감사 청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감사를 청구하려면 18세 이상 주민 150명 이상의 연서가 필요하다.

주민들은 반복적인 민원과 본보의 지난 3월 보도 이후에도 악취측정기 운영과 축사 관리에서 달라진 점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보도 뒤에도 측정기 전원 구조 그대로

주민들이 우선 문제 삼는 것은 학평마을회관 앞에 설치된 악취측정기의 운영과 관리다.

영암군은 2021년 5월 1,500만 원을 들여 학평마을에 악취측정기를 설치했다. 그러나 본보가 지난 3월 확인한 결과, 설치 이후 약 4년 10개월 동안 측정 횟수는 994회에 그쳐 전체 기간의 약 57%만 가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측정기 전원은 마을 쉼터 외부 콘센트에 연결돼 누구나 플러그를 뽑을 수 있는 구조였다. 군은 당시 별도 전원 공급 등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보도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전원 연결 방식은 그대로다.

군 관계자는 별도 전원을 설치하려면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추경에 요구한 예산은 노후 장비의 패널 교체와 유지보수를 위한 것으로, 전원 구조의 개선 시기와 방식은 제시하지 않았다.

측정자료 공개 방식도 주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군은 10초마다 자료가 쌓여 분량이 많다며 군청을 방문하면 열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방대한 원자료의 방문 열람만 안내할 것이 아니라 시간대별 측정값과 악취 발생 현황을 정리해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축사 한 곳 과태료·개선명령

주민들은 악취측정기뿐 아니라 축사에 대한 군의 관리·감독이 실제 피해를 줄였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학평마을 주변 축사 가운데 한 곳에는 가축분뇨 관리와 관련한 위반으로 과태료와 시설개선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해당 축사에서 소 분뇨가 외부로 유출될 우려가 있는 시설 상태를 확인해 빗물이 들이치거나 분뇨가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시설을 보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개선 기한은 이달 말까지로, 축사 측이 신청하면 연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취재 시점인 30일 기준으로는 기한이 끝나지 않아 시설개선의 완료 여부와 후속 점검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주민 측은 군이 행정처분 사실을 밝히고 있지만 어떤 시설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알기 어렵고 실제 악취도 계속되고 있다며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배출 영상 제보…당시 처리 경위 확인 못 해

행정처분과 별도로 주민들은 과거 축사 인근의 액체 배출 영상 제보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되지 않는 점도 군의 관리·감독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로 들고 있다.

이 씨는 축사 저장시설에서 수중펌프를 이용해 액체가 외부 물길로 배출되는 장면을 4∼5일간 지켜본 끝에 촬영해 영암군 환경기후과에 제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 직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자신이 배출구로 본 부분이 닫혀 있었다며, 당시 점검이 실제 배출 경위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군 관계자는 해당 제보가 올해 접수된 사안이 아니어서 현재 담당자로서는 당시 신고와 현장점검 경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해당 물길이 영산강으로 이어진다는 이 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 일대 물은 결국 영산강으로 흘러간다는 식으로 답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물길의 종착지가 아니라 축사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되는 액체가 가축분뇨나 오염된 세척수인지, 적정한 처리 과정을 거쳤는지였다.


악취 대책 현수막도 철거·훼손

축사 관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주민들이 내건 악취 대책 요구 현수막의 철거와 훼손 문제로도 이어졌다.

이 씨는 현수막 3개 가운데 정식 게시대가 아닌 곳에 건 2개가 설치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낫으로 찢겼다고 주장했다. 미암면사무소 앞 게시대에 건 현수막 1개는 이틀 만에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 씨는 면사무소 앞 현수막을 철거한 사람을 확인하려 군에 CCTV 확인을 요청했으나 제3자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결국 29일 영암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면사무소 앞 현수막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게시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암군 환경기후과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 확인한 결과 정식 신고된 현수막은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군 환경감시원도 현장에서 현수막 한 장이 훼손돼 떨어진 모습을 확인해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수막을 철거하거나 훼손한 사람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은 주민 움직임과 관련해 영암군 환경기후과 관계자는 주민감사청구를 위한 서명 사실은 이번 취재 과정에서 처음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씨 명의의 축산악취 민원이 계속 접수돼 왔고 현수막 설치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군은 축사 한 곳에 과태료와 개선명령을 내리고 악취측정기 유지보수 예산을 요구하는 등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별도 전원 공급 시기와 개선명령의 최종 이행 결과, 과거 영상 제보의 처리 경위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주민 측은 앞으로 미암면 주민 등을 상대로 서명을 확대하고, 대표자 선임과 청구서 작성 등 주민감사청구를 위한 정식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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