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 당찬 도전들과 성공적 결과
민간플랫폼 활용 고향사랑지정기부 개시


지난해 11월 27일, 영암군은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다.

적극행정 일환으로 민간플랫폼을 활용한 고향사랑 ‘지정’기부를 시작한 것이다.

민간플랫폼을 활용한 고향사랑지정기부 개시는 전국 지자체 중 광주 동구청이 최초다, 그리고 최근 영암군이 이를 두 번째로 개시했다.

고향사랑e음이 아닌 민간플랫폼을 통해 당찬 도전을 시작한 동구청과 영암군은 전국적 주목을 받게 됐다.

영암군은 우선 고향사랑기부제플랫폼 ‘위기브’에 입점, 지정기부 프로젝트로 ‘신생아 생존보장 영암맘(mom) 안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군비가 투입되는 2027년 공공산후조리원 개원을 준비하면서 조리원에 필요한 저출력 심장충격기, 비접촉식 수면 생체신호 모니터링 시스템, 혈압기, 적외선 치료기 등 신생아 안정보장 물품을 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작 한 달여 만에 프로젝트 목표치(3355만원)의 300%를 훌쩍 넘겼고, 지난해 말까지 최종 기부총액은 1억7323만2000원으로 무려 517%를 달성했다.

영암군의 도전은 계속됐다. 두 번째 지정기부는 ‘대불산단 탄소 배출 0g 프로젝트’였다.


군민을 비롯한 개개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하고, 대불산단 내 대중교통 불편, 주차장 부족, 무등록 이륜차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불산단 교통수단을 전기자전거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

두 번째 도전도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12월 22일 개시한 두 번째 프로젝트는 비록 목표치 3000만원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연말까지 단 열흘 만에 2123만1900원을 기록했다.



2023년 영암군 고향사랑기부제 성과 분석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


이러한 영암군의 적극행정 성과에 대해 한국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기부제특별위원회(위원장 권선필 목원대 교수)가 이달 초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2023년 11월 27일 시작한 영암군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난 35일간 3818명이 모금에 참여해서 3억9079만6000원을 모금했다. 1일 평균 1116만5000원을 모금했고, 기부자 1인당 10만2000원을 기부했다.

고향사랑e음과 민간플랫폼(위기브) 두 곳을 통해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진행한 영암군은 고향사랑e음을 통해 8억4537만7000원을 모금했고, 민간플랫폼을 통해 3억9079만6000원을 모금했다.

민간플랫폼을 35일만 이용했기 때문에 해당 기간 고향사랑e음과의 1일 평균 기부액을 비교하면, 민간플랫폼이 889만5000원 더 많았고, 1건당 평균 기부액은 고향사랑e음이 7만1000원 많았다. 1건당 평균 기부액의 경우 고향사랑e음이 높았던 이유는 고향사랑e음을 통한 고액기부자가 더 많았다는 분석이다.

2023년 모금 기간 내 민간플랫폼과 고향사랑e음을 통한 모금 비율은 각각 54.2%와 43.8%였다. 이 비율을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첫날부터의 모금에 적용하면 민간플랫폼이 18억2000만원, 고향사랑e음 8억4000만원으로 총 26억6000만원 정도 모금이 가능했다고 한다.

민간플랫폼을 활용한 모금 성과가 높은 이유는 고향사랑e음에 비해 결제가 간편해서 기부자 편의성이 높고, 시스템 안정성이 높아 기부자가 접속 후 신속하게 결제할 수 있으며, 민간플랫폼을 통해 지정기부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기부 유인을 제공한 측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플랫폼 활용 지자체에 대한 정부의 제동
모법의 취지를 망각한 시행령의 일방적 제한


민간플랫폼을 활용한 적극행정으로 지방소멸위기의 돌파구를 찾던 영암군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정부의 지속적인 민간플랫폼 운영 중단 요청에 결국 새해 첫날 지정기부 모금을 중단하게 됐다.


영암군보다 우선해서 지정기부 프로젝트들을 추진해 온 광주 동구도 정부의 이 같은 요청에 따라 이달 초순께 민간 플랫폼 모금을 중단할 예정이다.

아쉬움이 크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일수록 추가 세원 확보는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영암군의 민간 플랫폼을 이용한 기부받는 행위가 위법이라며 이를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 1항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고향사랑기부금의 모금·접수 업무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업무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모법(母法) 제8조 1항에서는 ‘고향사랑기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정한 금융기관에 납부하게 하거나, 정보시스템을 통한 전자결제·신용카드·전자자금이체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그밖의 공개된 장소에서 접수해야 한다’고 돼 있다.

모법에서 ‘그밖의 공개된 장소’에서도 모금이 가능하다며 넓게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령 제8조 1항이 이를 단 하나로 제한해 버린 것이다.

시행령에서의 제한 이유는 없다. 그냥 그렇게 시행령에 규정돼 있기에 그렇다는 게 이유다.

지자체들은 시행령에 따라 정부 독점 플랫폼 ‘고향사랑e음’에 ‘강제위탁’을 당하면서 분담금까지 내는 형편이다.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서 독점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은 구축운영비 90억7000만원부터 각 지자체로부터 걷어서 만들었다.

하지만 운영의 실상은 수천 건에 이르는 시스템 오류와 비일비재한 서버 다운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 고향사랑e음의 운영 형편은 이러한 불편마저 감내하며 출향인들이 고향사랑을 위해 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운영되는 독점 플랫폼인가.

정부는 지자체들의 민간 플랫폼 이용을 통제하면서 ‘고향사랑e음’만을 고집하는 마땅한 이유조차 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TV 속 윤석열 대통령은 ‘플랫폼 독점 철폐’라는 말을 외치고 있다.

도대체 이 정부는 정체가 뭔가.

선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