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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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민간인 학살 희생에 관한 자세한 얘기들을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영암 민간인 희생사건 관련 결정문 안에 제법 세세한 당시 상황들이 기록돼 있었다. 보도자료로 어림짐작한 것보다 훨씬 참혹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됐다. 적어도 결정문에 담긴 내용만큼은 전부 게재할 요량이다. 연재 내용은 결정문에서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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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7월 23일 후퇴했던 영암경찰은 여수에서 집결해 10월 5일 23시경 강진군 성전에서 영암을 향해 출발했다. 당시 영암경찰부대는 이봉하 경감이 지휘했고 선발대는 이태회 경사가 지휘했다.

영암경찰은 강진군과 영암면의 경계에 있는 ‘풀치재’에서 빨치산과 교전을 벌였고 이 와중에 경찰 1명이 전사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경찰 선발대가 영암면 개신리에 도착한 것은 10월 6일 새벽이었다.

한편, 영암면 주민들은 경찰이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렇게 빨리 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10월 6일 새벽 농덕리 율산·둔덕·백운정마을 주민들은 잠을 자다가 나오라는 소리를 듣고 여느 때와 같은 좌익들의 소집인 줄 알고 개신리 쌍정마을에 모였다.

그런데 쌍정마을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좌익들이 아니라 경찰 선발대였다. 주민 30여 명이 집합장소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총소리에 놀란 주민들은 도망을 치거나 쌍정계곡에 숨기도 했으나 대부분 경찰 선발대에게 붙잡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율산 주민 문일봉(당시 18세)은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당시 영암 진주 작전에 참여했던 ○○○(당시 20세·학도병)은 “적은 다 피해버린 상태였다. 다만 보초를 서던 주민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당황해하면서 떨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역시 이날 작전에 참여했던 ○○○(당시 21세·경찰)도 “보초를 서고 있던 폭도 여럿을 잡았다. 총은 없었고 대창을 들고 있었다. 그들을 경찰서까지 끌고 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체포한 사람들의 몸을 수색했고, 율산 주민 문태언에게서 ‘삭 대’(홈이 파여진 벼 검사도구)가 나오자 쌍정 용계 앞에서 문태언을 사살했다. 또한 경찰을 보고 놀라 도망가던 율산 주민 신정옥과 백운정 주민 김호재 등이 쌍정에서 사살됐다.¹⁾

경찰은 나머지 주민들을 붙잡아 영암경찰서 방향으로 연행했다. 동이 틀 무렵 경찰서와 약 100m 떨어진 남풍리에 도착했다.

생존자인 문화식(당시 19세)은 “남풍리에 도착했을 때 주민들이 보이자 경찰이 그들을 쏘아 죽였다. 아마 인민군 환영 나온 사람들로 간주한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들을 모두 엎드리게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연행자들을 두 줄로 엎드리게 한 뒤, 앞에서부터 한 명씩 차례로 일으켜 세우며 사살하기 시작했다. 율산 주민 문남식·문복길·문춘근 등이 이때 사살됐다. 현장 생존자인 문행열(당시 18세)은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경찰이 주민들을 차례로 사살해 나가자, 연행자 중 한 사람이 ‘우리는 좌익과는 상관없는 양민’이라고 아는 경찰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경찰은 사살을 멈추고 군경가족을 선별한 다음 남은 사람들을 영암경찰서로 연행해 조사했다. 이날 연행자 중 율산 주민 문행열·문일봉·문화식·문성길·문재근, 백운정 주민 금화선·황문석 등이 생환했다.

이날 희생자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농덕리 율산 주민 문남식(당시 28세) 외 4명과 백운정 주민 김호재(당시 22세) 등 6명이었다. 이들의 시신은 가족들이 수습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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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고인 방기심 통화보고서(2008.9.23.); 참고인 문일봉 진술조서(2008.4.30.) “경찰은 도망가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사살했다.”; 참고인 홍장원 진술조서(2008.4.29.) “김호재는 또릿또릿하고 젊고 하니까 쌍정마을에서 그냥 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