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각 읍·면에서 개최한 올해 주민과의 대화를 두고, 군민 주도 주민과의 대화가 아닌, 군청 주도 군정 홍보에만 치중한 행사가 아니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영암군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4 혁신 공감 주민과의 대화’라는 이름 아래 주민 참여를 통한 정책 제안의 시간이었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군정 홍보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일부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의견 개진이 제한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무엇보다 각 읍면마다 진행된 ‘주민과의 대화’ 행사에서는 오로지 우승희 군수의 군정 홍보하는 데만 전체 시간의 3분의 2 이상이 할애되어 진행됐다.


또한 주민들과의 질문답변 시간에는 사전에 영암군에 제출된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었으며, 그 순서까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특히 각 마을 이장과 지역단체장을 중심으로 순번을 세운 뒤, 차례대로 질의 응답하는 대본까지 만들어 이를 읽으면서 발언들을 이어가는 수준이었다.

물론 사전에 건의나 제안을 하지 않은 일부 일반주민도 발언권을 얻어 질문을 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예정된 그다음 순번의 질문자의 질문까지 받으며, 한꺼번에 답변하는 식으로 예정된 응답의 순서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미암면의 한 주민은 “마을 쓰레기 소각장 문제로 12년 넘게 고통받는 주민들의 의견을 대표해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건의를 했다. 하지만 군수가 기껏 하는 답변이 ‘우리 직원들이 고생이 많다’라는 답변이었다”면서 군민과의 대화에 비토하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우승희 군수는 이번 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주민의견을 반영해 혁신 영암의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암군의 이런 행사 운영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며, 참여와 소통을 강조하는 행사의 본래 취지를 흐리게 했다는 지적이다.

주민 참여를 통한 혁신과 공감이 이루어지려면, 주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했다는 것이다.

한편, 영암군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서는 총 213건의 건의와 제안이 제출됐으며, 제안 내용 중 주요한 것들로는 쌀 생산 감축, 타 작물 전환 농업인 육성, 영산강 강변 청보리밭 조성, 청년 로컬창업 컨설팅단 구성, 대봉감 홍보전시관 조성, 친환경 농산물 유통센터 건립, 주민 주도형 태양광 단지 조성 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