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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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민간인 학살 희생에 관한 자세한 얘기들을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영암 민간인 희생사건 관련 결정문 안에 제법 세세한 당시 상황들이 기록돼 있었다. 보도자료로 어림짐작한 것보다 훨씬 참혹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됐다. 적어도 결정문에 담긴 내용만큼은 전부 게재할 요량이다. 연재 내용은 결정문에서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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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암리 뒤에 있는 활성산은 국사봉으로 이어져 그 자락이 지리산까지 연결된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 때문에 장암리는 한국전쟁 이전부터 빨치산과 좌익활동이 활발했다. 당시 경찰이 영암면에서 금정산, 유치산으로 작전을 나갈 때는 반드시 장암리를 거쳐야 했다.

이로 인해 낮에는 마을을 지나가는 경찰이 주민들에게 부역 여부를 추궁하며 폭행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이 마을의 젊은 사람들은 이를 피해 산으로 피난을 가곤 했다.


문효선·문태선·문영태 희생사건

1950년 10월 20일(음 9월 10일) 오후 3시경 경찰이 장암리에 들어와 수색작전을 벌였다. 경찰은 밭에 일하러 간 문효선(당시 57세)·문태선(당시 48세)과 집에 남아 있던 문영태(당시 25세)를 대신리 2구 천변으로 끌고 가 사살했다.

문효선·문태선은 나이가 많아 피신하지 않고 농사일을 하던 중이었고, 문영태는 정신적 장애가 있어 피난 다니지 않았다.

신청인 문희봉(당시 12세·문영태의 동생)은 “오후 5시경 총소리가 여러 차례 나서 경찰이 작전 중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형과 다른 사람 2명 등 3명을 대신리 2구 천변에서 총살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시신은 모두 가족과 주민에 의해 수습됐다. 문효선·문태선·문영태의 제적부를 확인한 결과, 문효선의 경우만 “1952년 9월 9일 사망”으로 기록돼 연도는 다르나 날짜는 희생자의 기일과 일치했다.

한편 『영암군지』와 『광복 30년』에는 ‘1950년 10월 20일 물러간 폭도가 영암면내를 기습했으나 군경 청년단체 합동으로 적을 격퇴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경찰의 장암리 수색은 이 작전의 연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아임 희생사건

최아임(여·당시 46세)의 장남 문○○(당시 22세)은 전쟁 발발 이전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형무소에 수감됐던 이력이 있어서 보도연맹에 가입됐다. 전쟁이 나자 문○○은 입산했고, 동생 문△△(당시 18세)도 신변의 위험을 느껴 피신했다.

1950년 12월 중순경 마을이 소개되자 최아임의 다른 자녀들(셋째아들 문영식·딸 문정순·넷째아들 문홍식)은 영암면 동무리로 피난 나갔고, 최아임은 장남과 둘째아들이 걱정돼 마을에 남아 있었다.

최아임의 딸 문정순(당시 14세)은 이웃인 윤내심·문승오(윤내심의 아들) 모자와 함께 영암 장날¹⁾에 식량을 가지러 장암리에 들어갔다. 이들은 동무리로 돌아가다가 경찰과 청년단원을 만났는데, 경찰은 윤내심을 앞세워 장암리에 들어가 최아임을 체포해 대신리 야산으로 끌고 가 사살했다.

이날 경찰과 마주쳤던 참고인 문승오(당시 16세)는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최아임의 시신은 다음날 대신리 산 9번지에서 발견돼 친척들에 의해 수습됐다. 장암리 주민인 참고인 최유근(당시 13세)은 “최아임은 아들 형제가 입산한 것 때문에 살해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족보에는 최아임의 사망일이 음력 ‘1950년 12월 3일 사망’으로 기재돼 있는데 이는 양력 1951년 1월 10일로 실제 사망일과 일치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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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청인 문홍식 진술조서(2008.2.18.). “영암면 장날인 5, 10일에는 숙소를 비워주어야 했다. 그래서 증을 받아 장암리로 식량을 가지러 가곤 했다.”
2) 신청인 문홍식 진술조서(2008.2.18.). “문○○은 우리 집 머슴이었고 이○○은 작은 집 머슴이었다. 아마도 그 두 사람이 어머니(최아임)의 얼굴을 아니까 경찰이 대동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