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암군의 고향사랑기금 운용을 살펴보자면, 온갖 일회성 이벤트나 홍보성 사업에 쏟아붓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매몰돼 지역 현안 해결과는 동떨어진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애초에 공모로 정한 사업이라 해도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부실해 보여 기금 사용의 투명성과 민주성마저 의심이 드는 상황이다.

영암군은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으로 12억3,600만원을 모았다.

같은 해 진행된 ‘고향사랑기금사업 아이디어 공모’ 결과를 바탕으로 ‘엄니, 영암 극장 가시게’, ‘엉덩이 기억상실증 회복 프로그램’ 등의 사업을 올해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기금의 쓰임새를 들여다보면 일회성 이벤트나 전시성 행사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엄니, 영암 극장 가시게’ 사업은 1억원의 예산을 들여 어르신들에게 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지만, 정작 40년 넘게 문화 소외를 겪어온 영암군 실정을 감안하면 근본적 해법이 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나머지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단기간에 한정된 인원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65세 이상 인구 3만명, 18세 이하 인구 6227명 등 영암군 인구 구성을 고려하면 사업 수혜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사업이 주민들의 실질적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일시적 처방에 머무를 뿐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우승희 군수가 밝힌 ‘아이 키우기 좋은 영암 만들기 계획’에서도 고향사랑기금 활용 구상만 제시될 뿐, 구체적 실현 방안은 부재하다.

영암군은 49개 세부사업에 292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재원 마련 대책도 불투명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난해 진행된 ‘고향사랑기금사업 아이디어 공모’는 주민 의견 수렴 과정으로서 한계가 명확해 보인다.

채택된 아이디어가 대부분 단기 처방에 그쳤다는 점에서 기금 운용을 둘러싼 근본적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영암군은 고향사랑기금 운용에 있어 현 시점에서 요구되는 건 단발성 처방이 아닌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비전이다. 지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업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기금이 주민 복리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면밀한 기획과 집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영암군은 기금 운용의 전 과정에서 주민 참여 기회를 대폭 늘려야 한다. 숙의 민주주의에 입각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사업 선정 및 예산 집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영암군에 쏟아지는 기부금이 진정 고향 발전의 자산이 되려면 실효성 있는 장기 프로젝트에 쓰여야 한다. 지역민의 자발적 참여 속에 기금이 활용될 때 고향사랑기부제도의 취지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영암군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선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