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수십억 원대 용역 사업 발주를 앞두고 ‘전차용역 가점’ 조항을 적용해 특정 업체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전차용역 가점 조항이란 입찰 평가 시 특정 용역 수행 실적이 있는 업체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미 다른 지자체에선 이를 둘러싼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하는 등 많은 문제가 야기돼 왔던 상황.

14일 영암군이 공고한 38억 원 규모의 ‘독천지구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입찰에서는 특정 전차 용역 실적에 최대 2점의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번에 전차 실적 가점 대상이 된 용역이 1780만원 규모로 서울 소재 D업체와 수의계약된 사업이었다.

본지의 취재 결과, D업체는 최근 5년간 전남 지역에서만 50여 건의 관급 공사를 수주했는데, 그중 절반가량이 영암군 발주 사업이었다. 영암군 관내 사업 대부분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때문에 이번 전차 실적 가점 적용으로 이번 38억짜리 사업에 D업체를 염두해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행안부 기준을 근거로 전차용역 가점 조항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안부 훈령은 실적 반영 가능성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은 지자체에 일임하고 있었다. 영암군의 자의적 해석이 깊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일선 지자체에서는 조항의 허점을 악용한 특혜 시비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대폭 손질했다. 최근에는 조항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소송까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암군이 문제의 조항을 여과 없이 적용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혜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제도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고민 없이 관행에 젖은 행정을 펼쳤다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과 균등한 기회 보장은 공공계약의 대원칙이지만, 전차용역 가점 조항은 제도의 허점을 노출하며 특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영암군을 비롯한 지자체는 조항의 폐지를 포함해 제도 전반을 개선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