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인박사 행차 길놀이

영암군은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2024 영암왕인문화축제’를 개최했다.

영암군에 따르면 이번 축제에는 약 16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89만명에 비해 82%가량 급감한 수치로 역대급 흥행 실패의 성적이다.

축제 기간 중에는 봄꽃 개화시기 지연과 개막일 당일 비 소식 등 악재가 겹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영암지역 벚꽃 개화시기는 평년 대비 7일 가량 늦춰졌으며, 축제 첫날에는 비로 인해 야외 행사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방문객 감소는 이 같은 기후 요인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축제 기간에 불거진 문제점도 있었다. 개막 이튿날 비가 그친 주말을 맞아 왕인문화축제를 찾은 방문객들로부터 주차장 통제와 관련된 민원들이 쏟아졌다.

특히 “혁신의 면모가 빛났다”고 자화자찬하며 영암군이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과 달리, 축제장 내 교통 통제 미흡과 안내 인력 부족으로 관람객들의 불편이 목소리가 컸다.

영암군청 온라인 게시판에는 “축제 방문객을 무시하는 듯한 안내 요원들의 태도에 실망했다”는 불만을 토로하는 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 3월 31일에 영암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민원 내용

영암군은 올해 축제에서 지난해 제시했던 ‘문자·활자에서 콘텐츠로의 확장’이라는 기조에 따라 왕인박사 관련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밤 시간대까지 넓히고, 왕인박사유적지에서 상대포까지 공간을 확장했으며, 왕인박사 인물에 49개 콘텐츠를 추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축제장을 찾은 인파가 작년 대비 80% 이상 감소할 만큼 흥행 참패의 축제 성적 속에서 콘텐츠 혁신의 성과를 가늠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영암군 배포 보도자료를 보면, 반에 반토막보다 못할 처참한 흥행 실패의 요인들을 냉정하게 분석하기는커녕 이를 또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찬양일색으로 정신승리에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 4월 3일에 배포된 영암군 왕인문화축제 관련 보도자료

낯짝의 두꺼움을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축제 기간 고르지 않은 날씨와 늦게 핀 벚꽃 등으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고, 인물에 콘텐츠를 더한 행사로 대한민국 대표 축제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전남도 관계자는 “향후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과 내실있는 운영이 필요하다”며 “지자체들과 서로 협력해 축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