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회가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두 달 동안 업무추진비로 총 392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이 공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의원들이 매월 받는 의정비와는 별도로 지출된 금액이다.

의정비와 별도 지출 ‘업추비’
연간 예산만 1억2천여만원

현재 영암군의회 의원들은 의정활동비 150만원과 월정수당 195만7890원을 더해 매달 345만 7890원의 의정비를 지급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은 의회운영 업무추진비를, 의회 전체는 의회운영 공통경비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영암군의회의 올해 업무추진비 예산은 의회운영 업무추진비 7152만원, 의회운영 공통경비 5540만원 등 총 1억2692만원에 달한다. 이 중 1~2월에만 이미 30% 이상이 집행된 셈이다.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잇따른 식사 접대
“의정 활동인가, 먹방인가”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1~2월 업무추진비 중 무려 77%가 각종 식사 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의장과 부의장의 경우 의정 협조 직원이나 지역 기관장 등과의 식사 자리가 잦았고, 상임위원장들도 간담회나 현장 방문 명목으로 유관 기관 관계자 등과 수시로 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장은 1월 5차례, 2월 7차례 등 두 달간 모두 12차례에 걸쳐 식사 접대 비용을 지출했다. 같은 기간 부의장도 9차례 식사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장의 경우 두 달간 식사비로 총 1,529,000원을 사용했으며, 부의장은 1,078,500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회운영위원장은 간담회 등 명목으로 총 7차례 식사비를 사용했고, 자치행정위원장은 10차례, 경제건설위원장은 7차례 식사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식사 자리는 대부분 소규모로 이뤄진 만찬이나 오찬이었지만, 간혹 1인당 식사비가 2~3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의회운영위원장의 경우 두 달간 식사 명목으로 총 471,500원을 사용했고, 자치행정위원장은 1,023,500원, 경제건설위원장은 467,600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 같은 식사 비용 중 상당수가 단순 접대성 경비라는 점이다. 지출 목적이 ‘의정 업무 협조’ 정도로만 기재된 경우가 많아 구체적으로 어떤 의정 활동을 위한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반면 정책 연구, 자료 구입, 토론회 개최 등 실질적인 의정활동에 사용된 예산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만 영암군의회 예산 중에는 별도로 정책 개발비 항목에 4천만원이 책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예산이 의원들의 연구와 토론 활동에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주목된다.


불투명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만났는지 몰라”

업무추진비 사용의 적절성과 투명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과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 등에 따르면, 법령상 근무지 외 사용, 법정 공휴일 사용, 심야(23시~06시) 사용 등 업무추진비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영암군의회의 업무추진비 내역에는 사용 시간이 기재되지 않아 제한 시간대 사용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 간담회나 식사 명목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경우, 누구를 만나 어떤 의정 활동을 했는지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영암군의회가 제출한 자료상으로는 사용 목적이 ‘의정 업무 협조’ ‘관내 행사 참석’ ‘업무 협조’ 등으로만 두루뭉술하게 기재된 경우가 상당수였다. 업무추진비 사용의 구체적 사유와 목적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엄격한 집행 관리 필요” 지적
“구체적이고 투명한 사용 내역 공개해야”

업무추진비가 의정비와 별개로 지급되는 만큼, 사용 기준을 더욱 엄격히 세워 의정 활동에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곳에 쓰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 내역도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의회의 투명하고 신뢰받는 의정 활동을 위해서는 업무추진비 사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정립과 철저한 집행 관리가 필요하다. 영암군의회가 자체적으로 업무추진비 사용 절차와 기준을 강화하고, 사용 내역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주민을 위한 의정 활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