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 한 농민단체가 지역 농협 하나로마트의 수입농산물 판매 관행을 강력 규탄하고 나섰다.

영암군농민회는 30일 농협중앙회 영암군지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세운 농협이 정작 농민 생존을 위협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농민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삼호농협과 금정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미국산 레몬, 필리핀산 바나나 등 수입 과일이 판매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작년에도 신북농협에서 수입 바나나 판매가 이뤄지다 항의로 중단된 바가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민회원들은 수입 과일 모형을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들은 “우리 농민이 만든 농협이 외국 농산물을 팔아 조합원 등에 칼을 꽂고 있다”며 “농협중앙회는 전국 농협을 대상으로 즉각 수입농산물 전수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특히 강명구 농협개혁위원장은 “농협은 20~30%에 이르는 수입 과일 마진에 혈안이 됐다”며 “조합원 주머니를 털어 장사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농산물은 헐값에 사들이고선 수입품으로 배를 불리는 모습에 농협 정신이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농민회는 “농약·비료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정작 농산물값은 폭락해 농민은 죽을 지경”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이 세운 농협이 외국 농산물을 판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성토했다.

관련해 농민회 권혁주 사무국장은 “문제를 제기하면 잠시 중단하는 척하다 어느새 다시 판매하곤 한다”며 “농협이 자성하지 않는다면 대대적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철 영암군농민회장은 “조합원이 표를 던져준 조합장이 되레 농민 등에 칼을 꽂는 형국”이라며 “당장 판매를 중단하고 농가에 피해 사과문을 내걸라”고 촉구했다. 또 “농협중앙회 군지부는 관내 농협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위반 시엔 지원을 중단하는 등 강력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민단체의 반발에는 정부의 농산물 수입 확대 기조에 대한 불만도 깔려있다. 정부의 농산물 수입 확대 정책이 물가 안정에는 별 효과가 없으면서 농가 피해만 키우고 있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여기에 농협마저 수입 농산물 취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산지 가격 하락에 일조하고 있어 농민들의 불만은 더욱 큰 상황이다.

한편, 영암군농민회는 “농협이 즉각 시정에 나서지 않으면 삼호농협부터 수입농산물 판매장을 철거하는 등 더욱 거센 실력행사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