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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민간인 학살 희생에 관한 자세한 얘기들을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영암 민간인 희생사건 관련 결정문 안에 제법 세세한 당시 상황들이 기록돼 있었다. 보도자료로 어림짐작한 것보다 훨씬 참혹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됐다. 적어도 결정문에 담긴 내용만큼은 전부 게재할 요량이다. 연재 내용은 결정문에서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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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서면은 월출산(月出山·809m)을 끼고 있다. 이러한 조건 때문에 전쟁 발발 전부터 군서면은 빨치산의 근거지가 되면서 군경에 의한 희생사건이 발생했다.¹⁾

1950년 9·28 서울 수복 이후에도 목포·무안 등 타 지역 인민군과 좌익들이 후퇴 또는 월출산 입산을 위해 이곳으로 몰려들면서 이 지역에서는 인민군·지방좌익에 의한 희생사건과 군경에 의한 희생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1950년 10월 9일 배를 이용해 해창항에 들어왔다.²⁾

신덕정 주민 정이동(당시 31세)은 “그날 경찰 지휘관은 한○○였고 경찰 최○○이 같이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해창리 신덕정·도장리 도리촌·마산리 낙안마을을 수색했고 그중 신덕정에서는 주민 김재봉(당시 32세)을 시켜 이 마을의 주민들을 소나무 앞으로 모이게 했다.

그러나 경찰이 들어오자 마을주민 중 젊은 사람들은 도망가 소나무 앞에 모인 40∼50명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과 여성들이었다. 경찰은 이들 중 김재봉(당시 32세)과 김정호(당시 20세·학생) 두 사람을 소나무 앞 ‘콩밭’에서 사살했다.

이 사건목격자 강연임(여·당시 23세)은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참고인 박금숙(당시 30세·도리촌 거주)은 “경찰이 도리촌 주민을 국민학교(폐교)에 모이게 한 후 신덕정 소나무 앞으로 끌고 갔다. 가서 보니 소나무 옆 콩밭에 신덕정 주민 2명이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제적부에는 김재봉의 사망일이 “1959년 8월 28일”로 기록돼 있다. 사망년도는 다르나 날짜는 실제사망일의 음력 날짜와 일치한다. 이들의 시신은 모두 수습됐다.³⁾

한편, 경찰은 도리촌마을에서 가택수색을 하던 중 서오철의 집에서 북한 돈이 들어 있는 가방을 발견하자 서오철(당시 26세)⁴⁾을 해창 부근으로 끌고 가 사살했다. 서오철의 시신은 희생 직후 가족이 수습했다.(당시 26세)⁵⁾

이 사건의 가해자는 한○○를 비롯한 영암경찰서 경찰로 판단된다. 한○○는 군서면 마산리 출신으로 인민군 점령기에 그의 가족들이 몰살당한 상태였는데 한○○를 알고 있는 동료 경찰은 가족을 잃은 경찰들의 분노와 상심에 공감하면서도 한○○가 분노하여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켰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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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2007년 11월 27일 ‘영암 구림 첫포위 사건’을 진실규명 의결했다. 이 결정서에 의하면 1950년 10월 17일 공비토벌작전을 전개하던 영암경찰서 경찰에 의해 영암군 군서면 구림마을 주민 44명이 사살됐다. 군서면 사건으로 신청된 사건번호 다-8609호는 보완조사가 필요해 이번 보고서에서 제외했다.
2) 참고인 정이동 진술조서(2007.4.30.); 참고인 박금숙 진술조서(2007.4.30.); 6·25 영암수복기념비건립추진위원회, 『영암의 맥과 경찰 전사』, 1998, 19쪽. “1950.10.9. 목포에서 귀환한 민족진영 천수봉 등은 목포서로부터 20명 병력을 지원받아 해창에 상륙.”
3) 참고인 정이동 진술조서(2007.4.30.). “제가 김재봉의 시신을 수습했고 김정호는 친척인 김몽현이 했다.”
4) 신청인 김운호 진술조서(2007.3.15.). “서오철은 2대 국회의원 유인곤(柳寅坤)의 비서였다고 한다.” 유인곤은 영암지역 제2대 국회의원(1950.5.31.∼1954.5.30.)이었음을 확인했다.
5) 참고인 박금숙 진술조서(2007.4.30.). 박금숙(당시 30세·서오철의 형수)은 “경찰이 가택수색을 하던 중 시숙 서오철의 집에서 북한 돈이 들어 있는 가방을 발견하자 북한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시숙을 사살했다. 시신은 피해자의 형제들이 수습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