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영암군에 시간당 최대 66.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38분경 학산면 신안마을 인근 하천의 범람 위험이 제기되면서 마을 주민 전체에 대피 권고까지 발령됐다.


학산 지역의 시간당 강수량은 66.5mm를 기록했으며, 군 내 여러 지역에서 도로와 농경지 침수가 보고됐다. 삼호읍 용앙리에서는 아파트 앞 도로가 침수돼 차량 한 대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전남소방본부

특히 상습침수지역인 삼호읍 용앙리 일대는 올해 7월에 이어 이번에도 침수 피해를 입어 반복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전히 해당 지역 배수 시스템이 집중호우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영암군은 작년 침수 사태 이후 318억 원 규모의 하수도 정비 사업을 계획했다. 이 사업은 삼호읍 용앙리 일원에 4.33km의 하수관로를 개량하고, 분당 500㎥ 용량의 빗물펌프장을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국비 확보의 어려움으로 사업 착공이 내년 하반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반복되는 침수피해에 대한 대응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늘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선 지난 7월 침수사태 발생 당시 군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과 하수도정비계획 승인 협의 중”이라며, “추가 국비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책정된 국비는 5억 원에 불과해,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암군으로서는 올해와 같은 반복적인 침수피해에 그저 주민들에게 재해보험 가입을 당부하는 게 전부인 형편이다.


한편, 이번 기록적 폭우는 전남 전역에 큰 피해를 입혔다. 진도에서는 시간당 최대 112.2mm의 강수량이 기록되었으며, 해남 101mm, 강진 96.5mm 등 여러 지역에서 시간당 100mm에 육박하는 비가 내렸다.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전남지역 논 222.6헥타르에서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졌으며, 주택 145동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도로 침수와 산사태 위험으로 인해 523세대 666명의 주민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총 365건의 호우 피해 신고를 접수했으며, 특히 오후 2시 30분 이후 2시간 동안 278건의 신고가 폭증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번 폭우가 제14호 태풍 ‘풀라산’이 약화된 열대저압부의 영향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남지역의 호우 특보는 대부분 해제되었으나, 일부 지역에는 여전히 강풍 특보가 발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