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암농민TV유튜브]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은 영암군 금정면의 대봉감(떫은감) 농가도 강타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농작물재해보험이 이들의 피해를 제대로 보상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시대, 농업 재해 대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암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올해 8~9월 35℃ 이상의 폭염이 42일간 지속됐다. 강수량은 121mm로, 최근 3년 평균(290mm)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로 인해 과실의 세포 변질·괴사, 생육 저해, 낙과 등 피해가 속출했다. 영암군 대봉감 재배면적 809.5ha 중 250ha 이상(31%)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올해 수확량이 평년의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농민들은 폭염 피해에 더해 보험 보상마저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어,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영암군 금정면은 전체 농지의 74%(60ha)에서 대봉감을 재배하는 주산지다. 연간 1만 2000톤을 생산해 전국 4위를 자랑하지만, 올해는 그 명성을 유지하기 힘든 처지에 직면한 것이다.

현행 농작물재해보험은 ‘보험사고 한 건당 적과 후 착과수의 6%를 초과하는 경우’만 피해로 인정한다. 즉, 한 번의 피해 사고로 전체 과실의 6% 이상이 손상되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봉감은 일소 피해(햇빛으로 인한 화상)를 입으면 2~3일 내에 낙과되고, 3일 안에 썩어버리는 특성이 있어 피해 입증이 어렵다.

이와 관련해 지난 21일 서삼석 국회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아 농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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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농민들은 NH농협손보 측을 향한 강한 불만들을 성토했다.

정철 영암군농민회장은 “단감과 떫은감은 특성이 전혀 다른데 보험 적용은 똑같이 되어 있다”며 “이미 땅에 떨어져 썩어버린 감은 피해로 인정되지 않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농가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이 현재 농작물 재해보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춘홍 영암군농민회 금정면지회장은 “20년 전부터 약관과 조사 방식을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금정면 대봉감 대책위원회를 가동해 보험사를 상대로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암군은 오는 30일까지 피해조사를 마무리하고 중앙부처에 재난지원금을 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관수시설 확대를 위한 보조금 신청을 독려하고, NH손보와 관련 부처에 보험약관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특히 농업과학원에 떫은감의 ‘탄닌’ 성분으로 인한 일소피해 취약성 연구를 제안, 이를 보험약관 개정의 근거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농민들은 ‘임산물 생산단지 규모화 사업’의 보조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높이고, 재해보험의 ‘6% 규정’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농작물재해보험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대봉감 피해와 더불어 벼멸구 피해 등 복합적인 농업 위기에 직면한 농민들의 20년 넘은 호소에 귀 기울여,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