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출산 아래 잔혹한 기억: 용흥리 탑동마을 사건 영암군 민간인 희생사건(1) #003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4년 01월 31일(수) 1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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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민간인 학살 희생에 관한 자세한 얘기들을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영암 민간인 희생사건 관련 결정문 안에 제법 세세한 당시 상황들이 기록돼 있었다. 보도자료로 어림짐작한 것보다 훨씬 참혹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됐다. 적어도 결정문에 담긴 내용만큼은 전부 게재할 요량이다. 연재 내용은 결정문에서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용흥리는 월출산 아래 마을로 좌익활동이 활발한 마을이었다. 당시 전남유격대 사령관인 황점택이 용흥리 세실마을 출신이었다.
전쟁 초기에는 대규모의 인민군이 용흥리 탑동마을에 2∼3일 주둔한 적도 있었다. 인민군 점령기에는 우익 집안인 송구현 일가가 지방좌익에게 몰살됐다.1) 이러한 이유로 경찰 측 참고인들은 용흥리를 ‘빨갱이 마을’이었다고 공통적으로 진술했다.
1950년 10월 7일 용흥리에는 전날 영암에 진주한 경찰이 마을에 불을 지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 소문을 듣고 청년들은 마을 뒷산으로 피신하였고 주민들은 이불·옷가지 등 살림도구를 따로 숨겨놓았다.
10월 8일 새벽 영암기동대 소속 1개 소대 경찰 30여 명이 총을 쏘며 탑동마을에 들어왔다. 총소리에 놀란 주민들은 마을 뒷산으로 피신하였다. 경찰은 이들을 뒤쫓아 골짜기를 수색하면서 송영만2), 오남옥·최의조의 둘째부인3)·정관채·송영조4)·정영채5) 등을 붙잡아 현장에서 사살했다.
이 중 오남옥은 인민군 점령기에 마을 인민위원장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좌익세가 강한 용흥리에 들어와 부역혐의자를 색출한 것으로 보인다.6) 그러나 나머지 희생자들의 부역 혐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마을 뒷산에서 이들을 사살한 후 마을로 내려와 가가호호 수색해 30∼40명의 주민들을 마을 앞 도로에 집결시킨 뒤 이들을 꿇어앉혔다. 경찰은 주민들을 훑어보면서 일부 사람들 등에 분필로 ‘×’ 표시를 했다.
이날 사건 현장에 있었던 송영원(당시 11세)은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경찰이 분필을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일부 사람들 등에 ×자를 그었다. 그러고는 따로 앉힌 뒤 솔밭으로 끌고 가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총을 쏴 죽였다. 아버지(송도현)가 그때 솔밭에서 돌아가셨다.”
이날 솔밭에서 사살된 7명 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송재희7)·송도현·송영현·김한용 등 4명이다. 나머지 3명은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경찰은 오전 10시경 용흥리에서 퇴각하면서 수색 중 몰수한 옷가지와 가재도구 등을 송상현·송재수 등 주민 10여 명에게 지게 한 뒤 이들을 영암경찰서로 연행했다. 이와 관련해 용흥리 작전에 참여한 ○○○(당시 20세·학도병)은 “영암경찰이 진주하고 나서 하루 이틀 뒤에 바로 용흥리 작전이 있었는데, 탑동마을에서 주민들이 숨겨놓은 담배를 찾아내 주민을 시켜 영암경찰서까지 지고 오게 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 마을 주민 송장현은 이날 피신했다가 자기 때문에 이복동생 송제현이 연행된 사실을 전해 듣고 영암경찰서로 자수하러 갔다.
영암경찰서로 연행된 송영대·송제현·송재수와 자수했던 송장현 등은 10월 11일(음력 9월 1일) 경찰서에서 끌려 나가 살해됐다. 이 사실은 함께 연행되었다가 생환한 송상현이 가족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송상현은 풀려나왔지만 그의 아들인 송영대는 희생됐다. 그러나 경찰이 죽은 장소를 알려주지 않아 희생 장소를 알 수 없어 이들의 시신은 수습하지 못했다. 유족들은 음력 8월 그믐에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당시 용흥리 탑동마을 작전에 참여하였던 참고인 ○○○(당시 21세·의경)는 “용흥리 토벌작전 때 그 마을 주민들이 애매하게 피해를 보았다”며 민간인 희생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날 희생자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탑동마을 뒷산 송영만 외 5명, 탑동마을 앞 솔밭 송재희 외 3명, 영암경찰서에 수감됐다가 살해된 송영대 외 3명 등 모두 14명이었다.
다음에 계속
1) 신청인 송영기 진술조서(2007.5.14.) “태극기를 들고 있다가 좌익들에게 죽음을 당했다.”
2) 신청인 송영필 진술조서(2007.5.14.) “형(송영만)과 오남옥 씨는 그 자리에서 총살되었다. 형의 시신은 어머니와 내가 수습했다.”
3) 신청인 최만호 통화보고서(2008.4.17.) “숙모(최의조의 둘째부인·여·30대)는 겁이 많아 경찰이 마을에 들어오자 산으로 도망가다 경찰 총에 맞아 사망했다.”
4) 참고인 송영원 진술조서(2008.3.12.) “형(송영조)같이 젊은 사람들은 ‘빨치산 아니냐’라면서 경찰이 산에서 바로 쏘아 죽였다고 들었다.”
5) 신청인 정찬일 진술조서(2008.5.15.). “아버지(정영채)와 어머니, 동생이 현장에 있었다. 총소리가 잠잠해져 일어나서 상황을 살피는데 경찰이 총격을 가했다고 들었다.”
6) 참고인 오선하 진술조서(2007.5.14.). “백부 오남옥은 마을 인민위원장을 했다.”; 참고인 송영원 진술조서(2008.3.12.). “경찰은 오남옥을 발견하고 ‘네가 오남옥이냐?’ 물었는데 그렇다고 대답하니까 바로 쏘아 죽였다고 들었다.”
7) 신청인 송보현 진술조서(2008.3.12.). “송영원이 목격하고 알려주었는데 아버지(송재희)가 겁이 나서 도망을 쳤는데 경찰이 붙잡아 등에 분필로 ×자 표시를 하더니 ×자 표시를 한 사람들을 신작로 옆 솔밭으로 끌고 가 그 자리에서 총살을 했단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