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사’ 자처하는 영암군, 미혼 남녀 만남 주선까지 군청 직원 여성, 삼호重 남성 11:11 만남 주선 타 지자체 사례서 “개인 사생활 침해” 지적도 “반드시 결혼?” 20~30대, 10명 3명에 불과해 결혼 안하는 이유, ‘결혼자금 부족’ 가장 높아 “만남 주선 이벤트보다 경제 여건부터 개선해야”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03월 26일(화) 17:17

(결정사=결혼정보회사 줄임말)

영암군이 지난 21일 미혼 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심쿵 설렘!! 청춘남녀 만남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영암군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결혼을 망설이는 미혼 남녀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결혼 장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전한다.

영암군은 3월 초부터 2주간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공개모집을 진행해 11명(미혼 여성)의 참가자를 선발했다.

또한 현대삼호중공업도 사내모집을 통해 11명을 선발해 총 22명(남 11명, 여 11명)이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군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미혼 남녀가 연애와 결혼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청춘들의 삶에 결혼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행사 추진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번 행사가 우승희 군수의 지시로 갑작스럽게 추진됐으며, 예산만 확보되면 관내 다른 유관기관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는 군 관계자의 전언을 두고, 행정기관의 지나친 사생활 개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관련해 타 지자체 사례를 살펴보면, 2021년 경북 영주시가 ‘솔로탈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30쌍의 데이트 비용을 전액 지원했고, 2022년 전북 무주군도 6쌍의 미혼 남녀에게 데이트 관련 비용을 제공한 바 있었다.

당시에도 자발성 훼손과 과도한 사생활 개입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온라인상에서도 “결혼할 사람은 스스로 만난다”, “개인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 등의 비판적 반응과 함께 자발성 논란, 낙인 효과 등의 문제가 제기됐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20~30대는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27.5%에 그쳤다.


또한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는 ‘결혼 자금 부족’을 꼽은 비율이 20~30대에서 30% 이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실제 청년층의 경제적 형편도 더욱 어려워져 20대 가구의 연소득은 2018년 대비 7.4% 감소한 반면, 부채 보유액은 4년 새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는 중장년층과 다르다”며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적 여건 개선과 양성평등에 중점을 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영암군 관계자는 “영암군이 워낙 시골이다 보니 솔직히 (청년들이) 만날 자리가 많지 않아 이런 취지로 행사를 진행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삼호읍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청춘남녀가 요즘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가 만남의 자리가 부족하고 결혼하는 분위기가 적어서일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혼하려면 주거도 마련하고 육아도 해야 하는데 영암군의 정주 여건으로는 결혼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청춘남녀 만남 주선보다는 이들이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지역 여건 개선에 정책적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10년간 국내 혼인 건수는 4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3673건으로 2013년 대비 40% 감소했다. 출생아 수도 같은 기간 47.3% 줄며 더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여건 악화와 함께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출산율 하락의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정부와 지자체의 보다 근본적이고 청년 맞춤형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