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8일 냉천마을, 잊혀진 학살의 기록 (1) 영암군 민간인 희생사건(1) #011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05월 31일(금)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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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민간인 학살 희생에 관한 자세한 얘기들을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영암 민간인 희생사건 관련 결정문 안에 제법 세세한 당시 상황들이 기록돼 있었다. 보도자료로 어림짐작한 것보다 훨씬 참혹한 진실들을 마주하게 됐다. 적어도 결정문에 담긴 내용만큼은 전부 게재할 요량이다. 연재 내용은 결정문에서 발췌해 정리한 것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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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면은 서쪽은 덕진면과 신북면, 남쪽은 영암면, 동쪽은 장흥군 유치면, 북쪽은 나주군 세지·봉황·다도면과 닿아 있는 곳으로 국사봉(613m) 등을 비롯해 산이 많은 산악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1950년 10월 6일 영암면이 군경에 수복되자 월출산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빨치산들이 본거지를 금정면으로 옮겼다.

경찰·해병대는 금정면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해 마을에 소개령을 내리고 1951년 3월까지 집중적인 토벌작전을 벌였다.

1950년 12월 16일 해병대가 영암면에서 금정면으로 들어오기 위해 여운재를 넘다가 빨치산의 기습으로 선발대원 2∼3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¹⁾ 이 사건 이후 군경은 사흘간 여운재에 주둔했다. 그리고 12월 18일 아침 여운재 아래에 있는 냉천마을을 시작으로 금정면 일대에 대한 토벌작전을 전개했다.

1950년 12월 18일 금정면에 출동한 기동대 소속 ○○○(당시 21세·의경)는 “금정면 여운재에서 주둔하고 있던 해병대 2명이 공비에 의해 사살됐다. 그래서 여운재 아래 냉천마을 소탕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 같은 기동대 소속 ○○○(당시 20세·학도병)도 “해병대 4명이 빨치산에게 당했다. 그래서 해병대 지휘관이 앞장을 서고 경찰도 함께 작전을 나갔다. 여운재에서 냉천마을로 내려가 소탕작전을 했다. 그날 남송마을까지 공비토벌을 했다”고 진술했다.

연보리는 영암면에서 금정면으로 들어오는 길목인 여운재 아래 마을로 냉천마을·연산마을·다보마을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냉천마을에서는 12월 16일부터 총성이 울리자 20∼30대의 젊은 남자들은 피신했으나 노인·여자·어린이 등은 바로 앞산에 주둔한 군인이 무서워 피난을 나가지 못했다.

1950년 12월 18일 아침 군경은 박격포와 기관총을 쏘며 냉천마을로 내려왔다. 당시 11살이던 참고인 조일남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군경의 박격포 공격으로 불이 붙은 집 안에서 불에 타 죽은 주민도 있었다. 생존자 하영철(당시 18세)은 “할머니(김금해·여·당시 82세)는 노인이라 집에서 나오지 못한 채 불에 타 죽었다”고 진술했다.

역시 생존자인 김분임(당시 13세)은 “우리 집은 도로변에 있었는데 갑자기 기관총이 지져대고 집에 불이 붙었다. 남동생(김공석·당시 9세)을 불 속에서 데리고 나왔지만 결국 죽었다. 아버지(김억량·당시 52세), 어머니, 갓난애기, 오빠(김정도·당시 15세)가 총에 맞은 상태에서 집과 함께 불타버렸다”고 진술했다.²⁾

김채규(당시 62세)의 가족(김채규와 김채규의 부인 2명, 큰며느리와 손녀·손자³⁾, 둘째아들 김상수 내외와 갓난아기) 9명은 마을 앞 도로로 내려가다 사살됐다. 큰며느리 이화만(여·당시 33세)은 임산부였다.⁴⁾ 이 광경을 목격한 김남례(당시 13세)는 “마을 앞 도로로 가는 길에 만삭인 당숙모가 아들 영준(3세)이의 손을 잡고 길바닥에 죽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서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속이 발발 떨리고 가슴이 탁 막힌다”고 진술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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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방부, 『한국전쟁사』5권, 1971, 1236쪽. 1950년 12월 16일 여운재에서 전사한 해병대의 신원은 해병대 ‘목포부대’ ○○○(○○○, 계급 1해)으로 추정된다. 해병대 전몰자 명단 중 ‘병 목포부대 1등 수병 ○○○ 1950.12.16. 영암에서 사망.’; 『목포보훈지청 전사기재 기록물 회신』(2008.10.13). 1954년 해군 해병사령관 강기천 명의의 전몰장병 통지서도 같은 내용이다.; 한편 나춘자 통화보고서(2008.3.4.)에 의하면 이날 해병대의 길 안내를 맡았던 금정면 연보리 냉천마을 조경성도 해병대와 함께 여운재에서 사망하였다. “시아버지(조경성)가 앞산에서 작전 나오다 해병대 2명과 함께 전사하였다고 들었다. 제사는 동짓달 초이렛날이다.(1950.12.16 사망)” 제적부에 조경성은 “원호대상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2) 참고인 김분임 통화보고서(2008.9.25.). “집이 불타서 찌그러져 버리는 바람에 어깨에 총을 맞아 피를 흘리고 있던 갓난애기(여동생)는 구하지도 못하고 타버린 어머니마저 보듬고 나오다 떨어트리고 말았다. 나중에 큰언니(김야문·여·당시 23세)가 집 안에서 아버지 다리 하나를 발견했고 머리가 타버린 오빠의 시신은 마당에서 발견했고 동생은 개가 다 뜯어먹어 시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참고인 김순례통화보고서(2008.9.25.).
3) 손자 김영준은 제적부에 “1951년 11월 9일 사망”으로 되어 있어 연도는 다르나 날짜는 기일과 일치하였다.
4) 참고인 김황기 진술조서(2008.5.1.). “당숙 김남수 가족이 내려가는 것이 보여 따라 가려는데 해병대가 김남수 가족한테 총을 쏴버렸다.”; 참고인 김상태 통화보고서(2008.9.26.); 참고인 김삼만 통화보고서(2008.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