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냄새도 견디기 힘든데”…산란계 축종변경에 주민들 ‘부글부글’ 신북 오리농장 축종변경에 주민 반발 현수막 줄이어 주민들 “무창계사도 악취 차단 역부족, 근본 대책 필요” 영암군 축종변경 규제 미비, 주민-농장 갈등 심화 우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06월 17일(월) 23:24

영암군 신북면에 위치한 K오리 농장의 산란계 농장으로의 축종 변경을 두고 인근 마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두어 달 새 신북면 곳곳에는 “K오리는 나 혼자 잘 살자고 주민 건강권 침해하지 마라”, “오리도 징글징글한데 산란계가 웬 말이냐 - 축종 변경 반대”, “우리 주민일동은 끝까지 반대한다 – 오리·닭 축종 변경”, “돈은 네가 벌고 모든 냄새는 주민들의 몫이냐!!”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걸리면서 갈등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축종변경 반대 현수막은 주민들에 의해 계속 게시되고 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군청의 민원 신고로 현수막이 철거되지만, 곧바로 주민들이 새 현수막을 내걸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K오리 농장 대표 A씨가 8,000평 규모로 운영 중인 오리농장을 철거하고 그 부지에 산란계 농장을 새로 설립하는 축종변경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A씨 측이 산란계 사육을 위해 철거 부지에 현대화된 무창계사를 도입해 냄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인 데 반해, 신북면 주민들은 산란계 농장이 들어설 경우 오리농장 때보다 악취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현재 영암군에는 무창계사 시설이 전무해 주민들의 우려와 불신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신북 행정4구 임병선 이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행 조례상 오리와 닭이 축종 분류상 같이 묶여 있어 별도 허가 없이도 산란계로 축종 변경이 가능하지만, 냄새로 인한 주민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임 이장에 따르면 해당 농장은 과거 아스파라거스 농장으로 운영되다 오리농장으로 축종 변경할 당시에도 주민 동의 없이 일부 주민 도장만 받아 허가를 취득했으며, 규모가 8,000평까지 커지면서 악취로 인근 주민들이 오랜 기간 고통을 호소해 왔다. 최근 오리농장 부지 3,000평을 철거하고 연내 산란계 농장 허가를 추진하면서 주민 반발이 폭발하고 있다.


해당 오리농장 인근 주민들의 우려는 산란계 농장 악취에 대한 직접 체험에서 비롯된다. 임 이장을 포함한 주민 6명은 최근 나주시 공산면 일대 산란계 농장을 방문했는데, A씨 측이 도입을 검토 중인 무창계사 시설을 갖춘 농장에서조차 악취가 확인됐다고 한다.

임 이장은 “무창계사는 오염 공기를 위로 배출해 오히려 냄새 확산이 우려되고, 계분 건조 과정의 악취 역시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민들은 지난 2월 5일 열린 ‘신북면 주민과의 대화’에서도 이 문제를 거듭 제기했지만, 당시 우승희 군수는 군 조례에 따른 허가 사항이라며 난색을 보였고, 영암군 역시 축종 변경에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남 지역 관련 조례를 살펴보면, 일부 지자체에서는 주민 피해가 큰 축종으로의 변경을 제한하거나, 주민 동의를 의무화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영암군의 경우 축종변경 제한이나 주민 동의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상황이다.

이는 악취 민원이 많은 축종으로의 전환을 제한하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특히 산란계 농장의 경우 계분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주민 피해가 극심한 만큼, 조례 개정을 통해 사전에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 이장에 따르면 K오리 농장 인근 주민들은 축종 변경 저지를 위해 군청 항의 방문과 집회 등 강경 투쟁도 불사할 계획이어서 자칫 물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암군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