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아동 삶의 질 ‘10년째 제자리’…대도시와 격차 심화 경고음 대도시-농어촌 격차, 저출생 위기 부추겨 “아동 투자 확대, 맞춤형 정책 시급” 지적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4년 07월 03일(수) 17:21

저출생 위기 속에서 아동의 삶의 질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전라남도 아동들의 삶의 질이 10년째 전국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대도시와 농어촌 간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아동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역 맞춤형 정책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4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연구 결과, 전라남도 아동의 삶의 질이 전국 17개 시도 중 14위를 기록했다. 이 결과는 7월 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 삶의 질과 지역격차 대응방안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전국 17개 시·도의 초등학교 3·5학년과 중학교 1학년 학생 2,500명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건강, 주관적 행복감, 아동의 관계, 물질적 상황, 위험과 안전, 교육환경, 주거환경, 바람직한 인성 등 8개 영역, 43개 지표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아동 삶의 질 지수(CWBI·Child Well-Being Index)를 산출했다.

조사 결과, 전남의 아동 삶의 질 지수는 92.23점으로 전국 14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실시된 1차 조사에서의 순위와 동일해, 10년간 개선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인접한 광주광역시와의 큰 격차다. 광주는 109.43점으로 전국 4위를 차지해 10년 전 12위에서 8계단이나 상승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두 지역 간 격차는 대도시와 도 지역 간 삶의 질 양극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남의 경우, 주거환경 영역에서는 전국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으나, 주관적 행복감과 위험과 안전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지역 간 격차의 원인으로 사회서비스 인프라의 차이를 지목했다.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교육 환경, 문화 시설 등의 차이가 아동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선숙 한국교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생 시대, 아동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역 간 편차를 분석하고 지역별 특성과 아동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아동권리 실현을 위한 법률적 근거가 되는 아동기본법을 제정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성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복지 패러다임인 포용적 성장이 중요하다”며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기회의 평등을 높여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아동 지원을 늘려 아동 친화적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출생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적으로는 부산(117.38점)이 아동 삶의 질 1위를 차지했으며, 세종(116.40점), 대구(110.92점)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충남(82.24점)이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고, 전북(85.67점), 강원(91.90점) 순으로 하위권을 형성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출생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아동의 낮은 삶의 질이 인구 유출이나 출산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저출생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봉주 교수는 “OECD 국가의 아동가족 관련 정부 지출이 GDP 대비 2.5%인 반면 한국은 1.3% 수준”이라며 “저출생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아동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자녀를 출산해 키우는 과정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세이브더칠드런,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연구 결과 발표와 함께 지역 환경과 아동의 주관적 웰빙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종합 토론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