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 이장단대회 예산 집행 ‘미스터리’…용역비·꽃값 급증에 증빙은 ‘깜깜’ 용역비 2배·꽃값 10배 급증, 사유는 불분명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
| 2024년 07월 10일(수) 16: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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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의 2023년 ‘이장단 한마음대회’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 특정 항목 지출의 급격한 증가와 불투명한 정산, 그리고 증빙 자료 공개 거부 등 심각한 의혹이 제기됐다. 더욱이 이장단협의회(회장 유태경)의 모호한 법적 지위와 영암군과의 관계가 이 문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영암열린신문이 입수한 2022년과 2023년 정산보고서에 따르면, 두 해 모두 3천만 원의 보조금이 전액 집행됐다. 그러나 세부 항목별 지출 내역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행사 용역비다. 2022년 830만원이었던 용역비가 2023년에는 1,910만 원으로 130% 이상 증가했다. 꽃 구입비의 경우 더 극적인 증가를 보였다. 2022년 49만원에 불과했던 꽃값이 2023년에는 500만원으로, 무려 920% 상승했다. 현수막과 행운권 제작비 역시 2022년 76만7천원에서 2023년 165만원으로 115% 증가했다. 반면, 2022년 정산보고서에 있던 옷과 수건 구입비(총 1,721만9천원) 항목은 2023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 2022년, 2023년 영암군 이장단 한마음대회 정산보고서 |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행사의 기본적인 내용과 규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2월 1일 영암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예년과 비슷한 4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주요 행사 내용도 시상식, 오찬, 경품 추첨 등으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2023년 정산보고서의 간소화다. 2022년 보고서에 비해 세부 항목이 대폭 줄어들어,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크게 저하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영암군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22년도랑 23년도를 이렇게 전임자가 비교하지 않으셨을 것 같다”며 “담당자가 다르고 보조금을 받는 단체에서도 사람들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보조금 관리 감독의 부실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조금 집행에 대한 관리 감독은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일관성 있게 이루어져야 하며, 전년도 자료와의 비교 검토는 기본적인 절차다. 특히 3천만 원이라는 상당한 규모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이러한 기본적인 검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이 특정 항목의 지출이 전년 대비 수백 퍼센트 증가했음에도 이에 대한 적절한 검토나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관리 감독의 형식화, 부실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 공적 자금 관리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관리 감독의 부실은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나 자금 유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운용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본지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영암군은 정산보고서만을 공개하고 지출 증빙 서류는 공개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인 정보라서”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의 지출 증빙서류는 기본적으로 공개 대상 정보이며,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면 해당 부분만 가리고 나머지를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 지난해 12월 1일 열린 ‘2023 영암군 이장단 한마음대회’에 참석한 우승희 군수(맨 앞줄 우측 5번째)와 유태경 회장(맨 앞줄 우측 4번째) |
특히 주목할 점은 영암군이 이장단협의회의 성격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장단협의회가 군에서 규정을 두고 관리하는 단체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이장단 한마음대회에 3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영암군과 이장단협의회 간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영암군은 이장단협의회의 내부 운영이나 정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하면서도, 상당한 금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영암군에는 이장단협의회에 관한 직접적인 조례가 없는 반면, 개별 이장에 대한 여러 지원 조례가 존재한다. 이는 이장단협의회의 법적 지위와 영암군과의 관계에 대해 추가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이러한 상황은 공적 자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식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단체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집행 내역에 대한 증빙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지방 행정의 투명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암군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장단협의회 측에 연락을 취해 본지와의 소통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으나, 하루가 지나도록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 본지는 독자적으로 이장단협의회장 유태경 씨의 연락처를 입수해 직접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 역시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관련 당사자들의 해명이나 설명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이처럼 관련 당사자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은 예산 집행의 불투명성에 대한 의혹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공적 자금 사용에 대한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러한 태도는 지방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장단 한마음대회의 예산 집행 문제는 지방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중요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영암군의 보조금 관리 감독 체계와 정보공개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지난 2월 26일 ‘영암군의회 의원 의정활동비 결정을 위한 주민공청회’에 찬성 의견 발표자로 자리에 참석한 유태경 회장 |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