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에다 왜 돈을 줍니까”…송전선로 지원금 논란

송전선로 공청회, 남은 질문 ④ 피해 대책·선택권

한전, 영암군 지원금 506억 추산
지중화 기준에 농촌 생활권 반발
안전 설명에도 주민 선택권 반문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년 10월 16일(금) 11:12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사업 공청회에서 영암 주민들이 수백억 원대 지자체 지원금보다 직접적인 피해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전선로 건설로 피해를 감당할 주민들의 생활과 안전을 먼저 살펴야 하는데, 왜 지자체에 돈을 주느냐는 것이다.

지난 7일 영암군청소년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영암읍 학송리에 토지를 소유한 한 주민은 자신의 산을 송전선로가 지나간다며 직접 영향을 받는 주민의 피해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이 꼭 필요하다면 주민에 대한 보상이나 이주 등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자체에다 왜 돈을 줍니까”라고 반문하며, 지자체장이 사업에 동의한다고 해서 주민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전 유성웅 차장은 송전선로 주변 토지·주택에 대한 보상은 관련 법률에 따라 이뤄진다고 설명한 뒤, 영암군에 대한 재정지원금 규모를 506억 원으로 제시했다.

영암 통과구간 약 23km에 km당 20억 원을 적용한 460억 원에 조기 입지선정에 따른 가산금 10%를 더한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주민 개인에 대한 토지·주택 보상과는 별도로 지자체에 지원하는 재원이다.

유 차장은 주민의 질문을 송전선로 주변 마을에 지원금이 우선 배분돼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지자체 지원금의 3분의 2 이상을 주변 마을에 우선 지원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는 지원금을 어느 마을에 얼마나 배분하느냐에 그치지 않았다. 직접적인 피해를 감당해야 할 주민들의 생활과 안전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보다 지자체에 재정적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도 지자체 지원금 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송전선로 건설에 필요한 진입로와 임시 작업장 등의 인허가 문제를 거론하며, 지자체 지원금이 행정기관의 협조를 얻기 위한 ‘입막음용’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주민 피해를 줄이거나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는 데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 김노연 씨도 지자체에 지급되는 돈이 정작 피해를 겪는 주민의 삶을 보호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돈으로 사람의 목숨과 미래를 살 수 있느냐며, 지원금보다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원금보다 실제 피해를 줄일 대책이 우선이라는 주민들의 요구는 송전선로 지중화 기준을 둘러싼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한전은 주거 밀집도와 토지 이용 상황, 기술적 시공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중화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암군 통과구간은 모두 가공선로로 계획돼 있지만, 영암군과 협력해 신북면 평지의 주거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일부 지중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씨는 사람이 적게 사는 농촌에서는 그러한 기준으로 언제 지중화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집이 밀집하지 않은 곳에도 과수원이 있고, 주민들은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주거 밀집도를 중심으로 지중화 여부를 판단하면 농촌 주민들이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둘러싼 문답에서도 이러한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김 씨는 한전이 보상금이나 전자파 기준치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자신이 송전선로 주변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무엇을 해줄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한전 이재득 차장은 전자파에 대한 우려를 설명하면서 송전선로 아래 사택에 한전 직원과 가족들이 거주하는 사례를 들었다. 이어 과거 축사에 태양광을 설치할 때도 전자파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많은 농가가 이를 설치하고 있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김 씨는 이러한 비교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직원들의 사택 거주나 농가의 태양광 설치는 스스로 선택한 일이지만, 자신은 원하지도 않은 송전선로 건설을 통보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그건 선택의 문제잖아요”라며 자발적으로 선택한 경우와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업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같은 기준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주민들이 요구한 것은 지자체에 얼마를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원하지 않은 송전선로 건설로 달라질 자신들의 삶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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