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인박사유적지 황토 맨발걷기길

영암왕인문화축제 기간인 이달 29일 황톳길 맨발걷기 행사가 열린다.

행사에는 박동창 맨발걷기 국민운동본부 회장이 안내자로 출연해 관광객과 지역주민을 만난다고 한다.

금융 전문가인 박 회장은 은퇴 후 ‘맨발걷기 치유 효과’를 경험하고, 이를 전 국민에게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그가 주도하는 맨발걷기 국민운동본부는 현재 회원 3만명에 달하고, 전국 100여개 지회·지부가 있어 정기 맨발걷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영암군은 왕인박사유적지에 500m, 기찬묏길에 660m 황토 맨발걷기길을 조성했다.

이러한 맨발걷기는 전국적 열풍이다.

영암군보다 앞서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맨발 걷기 전용 황톳길 조성에 나서는 형편이다.

특히 포털이나 유튜브에서는 맨발걷기 효과에 대한 찬양 일색의 글과 내용들이 넘쳐난다.

관절염, 여드름, 불면증, 우울증, 두통부터 고혈압, 당뇨병에 심지어 말기 암, 뇌졸중, 뇌종양 같은 중증질환까지 극복했다는 후기들이 줄을 잇는다.

만병통치약에 가까울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이러한 맨발걷기가 정말 이 정도로 건강 효과가 있을까?

관련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살펴보면 맨발 걷기의 효능은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안전을 고려하면 맨발 걷기를 권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맨발 걷기로 얻는 혈액순환 촉진과 심리적 안정 등의 효과들은 신을 신고 안전하게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며,

고유감각을 키우거나 발 근육을 강화하는 것들도 올바른 걸음걸이 교정과 개별적인 발 마사지 등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맨발 걷기와 신을 신고 안전하게 걷기와의 차이가 크지 않고 그에 비해, 맨발 걷기로 생길 수 있는 위험 부담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김학준 교수는 “태어나자마자 신발을 신는 우리는 발바닥이 약해 자칫하면 상처 나기 쉽다”며 “흙 속엔 우리가 평소에 접하지 못한 치명적인 균들이 많은데, 상처로 감염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에겐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며 여러 전문가들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은 환자는 혈관 내피에 이상이 생겨 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굳는다. 이때 심장과 멀어 혈액이 잘 가지 못하는 발에 작은 상처라도 나면 정상적인 치유가 이뤄지지 못하고 궤양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정형외과 박영욱 교수는 “당뇨가 있을 경우 발바닥 상처는 당뇨발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부를 수 있다”며 “차라리 위생적인 환경에서 발바닥 지압이나 마사지 등으로 맨발걷기와 같은 이점을 얻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니어들에게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한다.

가천대 길병원 재활의학과 임오경 교수는 “우리 발뒤꿈치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지방 패드가 깔려있다”며 “나이가 들면 이 부분이 위축해 뒤꿈치 부분에 체중이 그대로 실려, 대신 쿠션 역할을 해줄 신발 없이 맨발로 걸었다간 발목·무릎 관절과 뼈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