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 ‘우리동네 군민주치의’ 제도가 홍보용 이벤트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우승희 영암군수는 군서면 죽정마을경로당을 방문해 군민주치의 사업을 홍보했다. 공중보건의사와 보건소 직원이 매주 수요일마다 11개 읍·면 경로당을 순회하며 어르신 건강 관리에 나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재 운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우선 인력과 예산이 제한적이다. 영암군은 초고령사회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9.2%에 달한다. 이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검진 항목도 혈압·혈당 측정 등 기초 수준에 그친다. 만성질환 관리와 전문적 진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각지대는 여전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시범사업 당시에도 3개월간 4281명만 혜택을 봤다. 전체 어르신의 일부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군민주치의를 통해 65세 이상 어르신이 받는 혜택이라곤 1년에 단 1번 혈압·혈당 측정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의료 자원이 부족한 농촌 현실을 감안하면 군민주치의 제도 도입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군수 치적용 ‘이벤트성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초고령사회인 영암군의 어르신 건강 문제가 워낙 심각한 만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군민주치의 제도가 실효를 거두려면 지역 병·의원과의 연계 강화, 전문 의료인력 확충 등 내실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와 찾아가는 방문진료 등 어르신 맞춤형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영암군은 아직 이렇다 할 후속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채 임기응변식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우승희 군수가 내세운 “한 분의 어르신도 의료사각지대에 있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체계적인 준비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군민주치의 제도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고 말 수 있다. 영암군의 선제적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