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주민자치 역량 강화를 위해 ‘영암형 주민자치회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영암군은 지난 7일 주민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암형 주민자치 활성화 정책간담회’를 열고, 주민자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서는 전문가 강연, 순천시와 해남군의 주민자치회 운영 사례 공유 등을 통해 주민자치의 필요성과 향후 영암군 주민자치회의 역할 등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이를 바탕으로 영암군 실정에 맞는 주민자치 모델 구축 방향을 모색했다.

영암군은 조례에 근거해 읍·면별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고, 주민 주도의 자치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영암군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 업무 ▲협의업무 ▲수탁업무 ▲주민참여예산 관련 업무 등을 수행하게 된다.

조례 상 주민자치회 위원은 지역 내 거주자, 사업장 종사자, 각급 학교·기관·단체 구성원 등 16세 이상 주민 중에서 공개모집과 추천을 통해 선정된다. 위원 정수는 읍·면별로 20~30명이며, 임기는 2년이다. 주민총회를 통한 주민 의견 수렴, 자치계획 수립, 분과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인 운영 방안도 규정되어 있다.



자치회 내실화와 투명성 확보가 관건

그러나 영암군 주민자치회가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치회 구성의 투명성과 자치 활동의 내실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자치회 위원 선정 과정에서 특정 계층이나 이해관계 집단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공정성과 대표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

또한 자치회 운영 과정에서 위원들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독점이나 전횡을 방지하고, 다양한 의견이 고루 반영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아울러 자치회 활동의 투명한 공개, 주민 참여 확대 등을 통해 개방적이고 신뢰받는 자치기구로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기초단체에서 발생한 주민자치회 운영상 문제점은 영암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례로 인천 서구 검암경서동 주민자치회에서는 특정 위원이 자치회 예산을 횡령하거나 위원 가족 명의 사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화군 길상면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기금을 해외여행 경비로 전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같은 일탈 사례는 자치회 운영의 책무성과 청렴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방증한다.

아울러 자치회 위원 선정의 불투명성, 위원 구성의 대표성 미흡, 예산 사용의 불투명성, 행정기관의 부당한 간섭 등도 여러 지자체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이다. 영암군은 이 같은 선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주민자치회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주민 참여와 소통이 자치의 핵심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소수 위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폐쇄적 기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민총회 등 열린 소통 창구를 적극 활용해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에서는 기존의 ‘추첨’ 방식에서 ‘선정위원회’를 통한 위원 선발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치회 위원 선정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선정위원회 구성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자치회 운영에 행정기관의 부당한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치회의 본래 취지인 주민 주도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선정위원회 도입으로 위원 선발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다만 선정위원회 구성의 민주성, 독립성, 투명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영암군은 이 같은 쟁점을 면밀히 검토해, 지역의 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차별화된 자치회 모델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선정위원회 구성의 적절성과 위원 선발 과정의 공정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행정의 지원은 받되 지나친 관여는 경계하는 지혜로운 운영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주민자치회가 자립적이고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영암군 관계자는 “주민자치회는 군민 주권을 실현하는 기구”라며 “각계각층의 주민이 지역사회의 주인으로 나서 각 읍·면에 딱 맞는 영암형 주민자치회 모델 구축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주민들로 구성된 자치기구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며 지역사회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자치 모델의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 속에서 주민 화합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리더십과 운영의 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선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