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10일 향교 내 교궁에서 김현재 케이삼흥그룹 회장의 공적비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 제막식에는 우승희 영암군수, 강찬원 영암군의회 의장, 최종수 성균관장, 강동하 영암향교 전교를 비롯해 기관사회단체장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현재 회장은 전열 좌로부터 6번째)

영암군 출신의 케이삼흥그룹 김현재 회장이 3천억 원대의 부동산 투자사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어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김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과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케이삼흥은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 플랫폼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이 확정되면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투자자 유치 과정에서는 ‘빅데이터 분석’, ‘구글 출신 전문가’ 등을 내세워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월 2%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하며 천여 명 이상의 피해자를 양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직급에 따라 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다단계 조직을 운영한 정황도 포착됐다. 일부 피해자와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해 규모는 3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 회장은 과거에도 유사한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전력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삼흥그룹 회장으로 재직하며 기획부동산 사기를 저질렀다.

당시에는 ‘기획부동산 사관학교’로 불리며 업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당시로서는 새로운 마케팅 수법을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투자자들을 상대로 허위·과장광고를 벌이고 24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사기 행각의 이면에는 정치권 인맥과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김 회장은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 등 사회적 신망을 쌓아갔다.

고향인 영암에서도 2004년 영암향교 경서학원에 6000만원을 기탁하는 등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왔다. 장학금 지원, 체육 꿈나무 육성 등의 활동을 통해 지역 내 영향력을 공고히 했다.

지난해에는 영암군 체육회와 4년간 3억2000만원 지원 협약을 맺고, 영암향교로부터 공적비까지 세웠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충격과 함께 공분이 일고 있다. 한 지역 주민은 “외부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영암이 조롱거리가 될까 우려된다”며 김 회장의 공적비 철거를 주장하고 나섰다.

▲ 지난해 8월 18일 이봉영 영암체육회장과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은 체육인재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케이삼흥의 재무상태는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금은 100만원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는 7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모집된 자금이 사업 외의 용도로 운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영암군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오랜 기간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인물로 여겨졌던 김현재 회장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배신감과 함께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그의 공적비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이번 사건이 지역사회에 남긴 상처와 실망감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영암군은 앞으로 지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