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실체가 의심되는 인쇄업체들과 5억 원이 넘는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승희 군수 취임 이후 이들 업체와의 계약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업체들은 영암군 내 의심스러운 주소로 등록한 뒤 지역업체로 위장해 계약을 따낸 정황이 포착됐다.


의심스러운 주소지 등록 및 계약 집중 정황

D 업체와 G 업체로 불리는 두 인쇄업체는 각각 2020년과 2019년에 영암군에 인쇄업 등록을 했다. 그러나 본지가 확인한 결과, 등록된 주소지에는 실제 인쇄 사업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D 업체 주소지 건물 1층에는 약국과 미용실이 있었고 2층은 비어있었다. G업체 주소지에는 철물점만이 확인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업체와의 계약 추이다. D 업체의 경우 등록 후 2년간 단 한 건의 계약도 없다가, 우승희 군수 취임(2022년 7월) 직후인 2022년 11월부터 갑자기 계약이 급증했다. 2022년 11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약 2년간 D 업체는 총 36건, 3억 9807만 6650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G 업체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2019년 등록 후 2020년에 단 한 건의 계약만 있다가 2022년 11월부터 계약이 집중됐다. 같은 기간 G 업체는 총 18건, 1억 2576만 7000원의 계약을 따냈다. 두 업체를 합하면 2년간 총 54건, 5억 2384만 3650원 규모의 계약이 체결된 셈이다.


인쇄업 등록 절차의 심각한 허점 드러나

이번 사태는 영암군의 인쇄업 등록 절차에 심각한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영암군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신규 업체 등록 시 현장 방문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해당 업체들의 등록 주소지에는 애초에 인쇄 사업장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영암군이 신규 등록 시 현장 방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두 업체 대표 모두 등록 주소지 건물의 소유주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주와 업체 간 관계 및 주소 사용 동의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실제 사업장 부재에도 불구하고 해당 주소를 사용해 등록을 완료한 것은 행정 절차상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단순히 기존 업체의 변경사항에 대한 관리 감독 부실을 넘어서는 문제다. 신규 등록 단계에서부터 기본적인 확인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영암군의 인쇄업 등록 및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지역업체 우대 정책 악용 가능성

이번 사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업체 우대 정책이 오히려 악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역업체 우대 정책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행되는 제도로, 일정 금액 이하의 수의계약 시 지역 소재 업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암군 세무회계과 관계자는 “가능한 한 관내 업체에 계약을 분배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실제로는 광주 소재 업체로 추정되는 업체들이 영암군 내 허위 주소지로 등록해 지역업체로 위장한 뒤 계약을 따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무회계과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이 “영암과 광주에 모두 있다”고 언급해 실제 소재지에 대한 의문을 더욱 키웠다. 이는 실질적으로 영암군에 사업장을 두고 있지 않은 업체가 지역업체 우대 혜택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업체가 받은 계약 규모다. 2년간 총 54건, 5억 2천만 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은 실제 영암군 소재 중소 인쇄업체들의 기회를 빼앗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오히려 역외 업체에 혜택을 준 결과를 초래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행정 절차상 문제와 책임 소재 불분명

이번 사태는 행정 절차상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인쇄업 등록 시 현장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계약 체결 시에도 실제 사업장 확인 없이 서류상 검토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서 간 정보 공유 및 협조 체계가 미흡해 이러한 문제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기획감사실 박한글 예산팀장은 발주부서에서 업체의 소재지까지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무회계과 관계자는 서류상 문제가 없고 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면 계약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허위 정보 제공 시 등록 취소가 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실제로 이러한 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각 부서가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 이러한 책임 회피는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계약이 2년 넘게 지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영암군의 이번 사태는 지방자치단체의 계약 제도와 지역업체 육성 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특정 시기에 특정 업체와의 계약이 급증한 점, 행정 절차상의 허점, 그리고 관계자들의 책임 회피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영암군의 책임 있는 해명과 함께,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