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이 최근 공개한 민일기 부군수의 2024년 1월부터 3월까지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집행 내역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는 부군수 개인의 과실을 넘어 조직 차원의 구조적 문제가 내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기준 초과 식대 지출, 예산 전용 등 문제점 다수

우선 간담회 등 식사 명목의 지출이 과도하게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지출 내역을 보면 1인당 식사 비용이 3만 원 내외인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종원식육식당 448,000원(15명 참석)”, “산청한우숯불 498,000원(18명 참석)”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통상적인 공무 식사 기준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1인당 식사 비용의 상한액은 차관급 이상 3만원, 4급 이상 2만5천원, 5급 이하 2만원으로 설정돼 있다. 지자체의 경우에도 이에 준하는 수준에서 식비 기준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기준에 비춰볼 때 영암군 부군수의 식사 비용 지출은 명백히 과도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3개월간 부군수 업무추진비의 80.9%(건수 기준), 66.3%(집행액 기준)가 식사 명목으로 쓰였다는 사실이다. 영암군의 올해 세출예산 사업명세서를 보면 부군수 기관운영업무추진비 총액은 3,63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런데 공개된 자료상 부군수의 1분기 식대 지출이 분기 예산액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초 기관운영업무추진비로 책정된 예산 외에, 다른 용도의 예산이 식대로 전용됐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실제로 부군수 업무추진비 내역에는 시책추진 명목의 식대 결제 사례가 다수 포함돼 있다. 시책추진업무추진비는 자치단체의 특수시책사업, 투자유치 등에 쓰도록 지정된 예산이다. 이런 정해진 목적 외로 예산을 쓰는 것은 제도 취지에 명백히 어긋나는 일이다. 더욱이 단순 식사 접대로 전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으니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간담회 명목의 모호성... 특정업체 반복 이용도 ‘의혹’

여기에 간담회 개최 사유로 ‘노고 격려’, ‘업무협의’ 등 막연한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점도 의혹을 자아낸다. 구체적 회의 안건이나 협의 내용 없이 모호한 명목만 나열한 채 고액 식사 접대비를 결제한 정황이 다수 포착된 것이다.

‘노고 격려’, ‘업무협의’와 같은 표현은 그 자체로는 업무추진비 사용 목적으로 적절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노고를 격려했는지, 어떤 내용의 업무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면 이는 업무추진비 사용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모호한 표현이 될 수 있다. 공개된 자료에 이런 막연한 사유만 나열되어 있고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점은, 이것이 업무추진비의 적절한 사용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아울러 특정 업체에 대한 반복적이고 집중적인 이용 내역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삼호읍 A식육식당과 영암읍 기찬랜드 B식당이 가장 눈에 띄는데, 3개월간 무려 8번씩이나 이용됐다. A식육식당의 경우 지출 총액이 2,814,000원, B식당은 2,768,000원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업체의 선정 횟수와 금액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이례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식당이 접대 장소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편중된 이용이 과연 합리적이고 공정한 것인지, 이 과정에서 어떤 특혜성 계약이나 관행이 있지는 않았는지 의심을 거둘 수 없는 대목이다.



제도적 통제장치 미비가 근본 원인

나아가 이 같은 과도한 예산 집행과 부적절한 전용이 가능했던 근본적 배경에는 제도적 통제장치의 미비가 자리 잡고 있다.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한 사전 심사와 승인, 사후 정산 등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무추진비는 그 특성상 집행 과정에서 상당한 재량이 부여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엄격한 기준과 통제하에 운용돼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합리적 기준 없이 부군수의 자의적 판단에 의존하게 된다면 예산 누수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영암군 민일기 부군수의 업무추진비 이용 실태는 업무추진비 제도 운용상의 핵심적 문제점을 드러내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피상적 기준, 느슨한 통제가 빚어낸 필연적 결과인 셈이다.



통제 시스템 확립, 외부 감시장치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우선 업무추진비 관련 규정을 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정비할 것을 주문한다. 회의나 간담회 개최 기준, 1인당 식사 비용 상한액 등을 명확히 적시하고, 사전 품의-승인-사후 정산 등 통제 절차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관운영-시책추진 등 세목 간 전용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아울러 외부 감시장치의 보완도 요구된다. 업무추진비 내역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군의회, 주민 등 외부 기관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사 등을 통한 사후 적발과 함께 사전 예방 차원의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