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질타 무색…9억 쓰고도 성과 없는 업체 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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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질타 무색…9억 쓰고도 성과 없는 업체 또 선정
심사시 과거 성과 평가 배제…미래 계획만 검토
재공고에도 단독 응모만…경쟁 구조 사실상 붕괴
위법적 민간위탁 후유증…특정업체 독점 고착화
혈세 낭비·지역개발 기회 상실·행정 신뢰도 추락
  • 입력 : 2025. 04.04(금) 15:08
  • 선호성 기자

“과거 성과 평가는 심사에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 2월 6일 영암군의회 경제건설위원회에서 예산만 소비하고 성과는 내지 못한다는 혹평을 받았던 농촌활성화지원센터를 운영해온 사단법인 사회혁신포럼이 또다시 영암군으로부터 민간위탁을 받게 됐다.

이번에는 형식적으로 공고 절차를 거쳤지만, 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성과가 미미했다는 근본적 문제는 심사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본지가 보도한 ‘법 절차 무시 및 특혜성 민간위탁’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책임성 부재와 경쟁 구조 붕괴라는 더 심각한 문제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9억원 투입, 성과는 합창단 창립뿐”…성과평가 없이 또 8억원 위탁

“이 조직은 돈만 쓰는 기관이다. 사업비가 남았다고 족구장을 만들고, 차량 진입조차 어려운 곳에 농산물 텐트를 지어놓았지만, 한 번이라도 사용된 적이 있는가?”

지난 2월 영암군의회 경제건설위원회에서 고화자 위원은 이같이 강하게 비판했다. 2023년부터 2년간 총 8억 9천만 원(1년 차 5억 7천만 원, 2년 차 3억 2천만 원)이 투입됐으나, 실질적 성과는 민간 합창단 창립과 거제 공연 동상 수상, 지역 자원조사 정도에 그쳤다.

신환종 도시디자인과장은 “기본적인 성과는 갖고 있다”고 답변했으나, 용당권 개발사업이나 10년 넘게 문을 열지 않은 신북 전통된장 시설 등의 활성화 실패를 부인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영암군은 지난 4월 1일 동일 법인을 다시 수탁기관으로 선정해 향후 2년간 약 8억 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더욱 문제는 도시디자인과 지역개발팀과의 통화 취재 결과, 선정 과정에서 과거 2년간의 성과 평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별도로 자료를 드린 건 없고, 재공고해서 새로 뽑는 것이라 현재 사업 계획만 가지고 판단했다”는 군 관계자의 설명은 성과와 책임 간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졌음을 보여준다.


붕괴된 경쟁 시스템과 독점 구조

이처럼 성과가 미비했던 업체가 또다시 선정된 배경에는 경쟁 자체가 붕괴된 시스템이 있었다. 이번 선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경쟁은 전혀 없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첫 공고에는 두 개 업체가 접수했으나 한 곳이 심사 당일 불참했고, 재공고 후에는 사회혁신포럼만 단독으로 응모했다.

“논란이 없게끔 지역 제한을 두지 않고 전국을 대상으로 공고했다. 그런데도 처음에는 두 군데밖에 응모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경쟁 업체들의 관심 부족이 아니라, 영암군의 민간위탁 사업이 갖는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이미 사회혁신포럼이 영암군의 농촌활성화지원센터, 도시재생센터, 에너지센터 등 주요 중간지원조직을 모두 위탁받아 운영하는 독점 구조가 형성된 상황에서, 다른 업체들은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회혁신포럼의 대표는 영암군 혁신위원회 행정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물로, 이미 2년 전 민간위탁사업 대상자 선정 당시부터 특혜 논란이 컸었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환경은 건전한 민간위탁 시장의 경쟁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된 상황을 보여준다.



단절된 책임성과 성과평가

이러한 경쟁 시스템 붕괴는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성과와 책임성 간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단절됐다는 점이다. 9억 원을 투입하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운영 업체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과거 성과에 대한 평가 없이 다시 위탁을 받는 상황은 공공 자원 운영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

“군에서 갖고 있는 정보나 업체와 겪었던 과거 이력, 사업 성과를 가지고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을 영암군은 의도적으로 배제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향후 성과 관리 방안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성과 지표는 아직 나온 게 없다”고 말했다. 사업 부진 시 대응책에 대해서도 “가능한 제재 방안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불명확한 답변만 내놓았다.


위법적 민간위탁의 후유증

이러한 책임성 부재와 경쟁 붕괴는 2023년부터 시작된 위법적 민간위탁 과정의 후유증이었다. 2023년 영암군이 도시재생센터(8억), 농촌활성화지원센터(3억), 에너지센터(3억) 등 총 13억 규모의 사업을 하나의 업체에 독식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시작됐다. 특히 문제가 된 사회혁신포럼의 대표가 영암군 혁신위원회 행정분과위원장이란 점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됐다.

각 센터별로 위법 사항도 드러났다. 농촌활성화지원센터는 「영암군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추진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3조와 「영암군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제10조가 정한 공개 모집 절차를 생략했고, 「영암군 사무의 민간위탁 조례」 제6조가 명시한 의회 동의 절차마저 무시했다. 도시재생센터는 공익법인 자격이 요구됨에도 무자격 업체를 선정했으며, 에너지센터는 광주·전남 소재 제한을 피하고자 세종시 본사 업체가 영암에 지점을 등록하는 편법이 사용됐다.

이에 대해 우승희 군수는 지난해 9월 군정질문에서 “적극적인 업무 추진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사업자 지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공개모집 절차 없이 수탁기관을 지정했다”고 인정했으나, 법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영암군은 “공익법인과 비영리법인의 실효성을 따질 수 없다”는 등 자의적 법령 해석으로 정당화를 시도했다.

또한 영암군은 자체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으나, 9월 영암군의회 군정질의 과정에서 감사 자료 제출은 거부해 오히려 의혹만 키웠다. 11월 영암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수탁기관 선정 행정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주의·훈계 처분이 내려졌으나, 처분 수위가 낮아 제대로 된 감사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낭비되는 17억원과 지역 발전 기회 상실

결국 2023년부터 2년간 약 9억 원의 예산을 소비하고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 농촌활성화지원센터에 이번에 또다시 8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성과 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슷한 결과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화자 위원이 지적한 “용당권 개발사업이 5년도 넘었는데 아직 개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례나, “신북 전통된장 시설이 한 번도 문을 열지 않았다”는 비판은 중간지원조직이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실패가 단순한 예산 낭비를 넘어, 영암군 농촌 지역의 발전 기회를 상실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농림부 지침상 중간지원조직은 지역 내 유휴 시설 활성화에 사업비의 30%를 의무적으로 투입해야 하지만, 이러한 활성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지역 발전의 기회비용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초 농촌활성화지원센터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유휴 시설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지역사회의 자원과 기회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행정 신뢰도 추락과 경쟁 생태계 붕괴 우려

이번 사태로 영암군 민간위탁사업 전반에 대한 행정 신뢰도는 크게 추락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민선 8기 동안 절차상 위법적 행정절차로 특정 업체의 독식 구조를 고착화시키면서 다른 역량 있는 업체들이 영암군 사업 참여 자체를 꺼리는 ‘경쟁 포기’ 현상까지 나오는 게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한 사업의 문제를 넘어 영암군 행정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성과가 미비한 업체에 계속해서 혈세를 투입하는 행태는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지역 발전의 기회비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회복되지 않으면, 민간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민간위탁제도 자체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영암군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회복을 위해 외부 특별감사의 필요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키워드 : 독점 | 민간위탁 | 영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