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영암에서 이어진 123일간의 기록을 특집기사로 다뤄봤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부터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까지, 이 기간은 영암군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소리 내어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시간이었다.
영암은 결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이 아니다. 평범한 농민들과 소상공인들, 공무원들과 학생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이곳에서, 계엄 사태는 작은 충격파를 일으켰다. 그러나 군민들은 그 충격에 주저앉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군청 앞 시국대회에 모인 백여 명의 주민들, 읍내 로터리와 5일장터에서 홀로 피켓을 든 이들, 서울까지 트랙터를 몰고 올라간 농민들. 이들은 거창한 구호나 대규모 집회가 아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는 작았을지 모르나, 진심이 담긴 것이었다.
영암군민들의 123일은 화려한 승리의 역사가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했던 기록이다. 트랙터를 몰거나, 피켓을 들거나, 촛불을 밝히거나, 때로는 은박담요를 두르며 저항의 상징에 동참하거나. 그 소소하지만 단단한 행동들이 모여 결국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에너지가 되었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겨울은 지나갔다. 영암의 들녘에도 봄이 찾아왔다” 특집기사의 마지막 문장처럼, 이제 영암에도 따스한 봄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 봄이 저절로 온 것이 아니라, 추운 겨울을 견디며 꾸준히 목소리를 낸 군민들의 작은 용기가 모여 만들어 낸 계절임을.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닌,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지켜진다. 영암의 123일은 바로 그 진리를 조용히 증명한 시간이었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7: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