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배 농가의 저온 피해는 행정과 현장 간 괴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영하 4도까지 떨어진 기온으로 배꽃 암술이 괴사하는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행정의 대응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영암군이 “농가 평균 20% 전후의 피해율”이라고 발표하면서도, 동시에 “피해조사를 아직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모순된 상황이다. 이는 피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수치를 발표했거나, 실제보다 피해를 과소평가했음을 의미한다.
현장 농민들이 체감하는 피해는 군 발표의 두 배가 넘는 50% 이상이다. 배 농사 경험이 많은 농민들은 꽃 내부만 봐도 피해 정도를 즉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군은 5월에 열매가 맺힌 이후에야 피해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뒷북 행정’은 당장 지원이 필요한 농민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번 저온 피해가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피해에 이은 ‘이중고’라는 사실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이상기후는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군의 대책은 여전히 사후적이고 임시방편적이다.
이제는 농정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현장 농민들의 경험과 지식을 적극 활용하여 정확한 피해 파악을 해야 하며, 사후 보상보다 예방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농작물 재해보험 제도를 농민 중심으로 개편하여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을 축소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농민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응하려는 진정성 있는 자세다. 행정은 스스로의 모순을 바로잡고 농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7: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