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의 한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네팔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두 달이 지났다. 이 비극적 사건은 농장주의 구속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농장주는 외국인 근로자 10명을 상습적으로 폭행했으며, 62명에게 총 2억 6천만 원의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돌이켜보면 분명한 징후가 있었다. 노동자들은 “감옥 같은 농장”이라며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파출소와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이 절박한 목소리는 묵살됐다. 이는 이주노동자를 ‘우리’가 아닌 ‘그들’로 취급하는 배타적 시선을 보여준다. “상대가 한국인이었으면 이렇게까지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노동부 관계자의 발언이 이를 증명한다.
현행 고용허가제도는 이주노동자들을 사업주에게 종속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사업장 변경이 제한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설령 신고하더라도 제대로 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절망감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고용노동부가 뒤늦게 외국인 고용 취약 사업장을 집중 점검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이주노동자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인권을 가진 존재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영암군 차원에서도 상담 창구 확대, 정기적인 근로환경 모니터링, 긴급 상황 대응 체계 구축 등 지원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한 청년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 사건을 계기로 지역사회가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국적과 피부색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당면 과제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7: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