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그늘 아래 사라진 농로…모밀항 주민들 “생존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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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그늘 아래 사라진 농로…모밀항 주민들 “생존권 위협”
급경사 우회도로에 농기계 전복 위험, 농번기 피해 심각
21년부터 계속된 약속 불이행에 주민들 ‘분통’, 소통 부재
군청·해수청 서로 다른 해명에 혼란만 가중, 대책 불투명
100여명 탄원서 제출, 행정심판 청구 등 법적 대응 태세
  • 입력 : 2025. 05.16(금) 12:40
  • 선호성 기자

농번기가 한창인 5월, 삼호읍 모밀항 마을 주민들이 목포신항 대체진입도로 공사로 인해 생존권과 생활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약속은 폐기되고 농로는 단절됐다”며 관계기관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하루 일이 사흘 걸려…농기계 전복 위험 상존

모밀항마을비상대책위원회 김달오 공동위원장은 “건너편에서 건너편으로 모판 하는데 지금 사흘이 걸려버리는 경우도 있다”며 공사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호소했다. 본지 기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한 결과, 주민들이 이용해야 하는 임시 우회도로는 단 한 곳이었으며, 이마저도 경사도가 높고 굴곡이 급해 농기계 통행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었다.

“70~80도 될 정도의 급경사에 1톤 차도 올라갈 때 바로 옆에 농수로가 있어 바퀴가 닿아 위험하다”는 김 위원장의 지적처럼, 농기계 전복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농번기인 현재 하루 수십 대의 농기계가 이 도로를 이용하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사는 통로를 확보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관행인데, 농로 옆에 제대로 된 우회도 하나 만들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며 “현재의 임시도로도 경사도가 가팔라 농기계로 다니기도 힘든 기존의 마을 길 하나만 남겨둔 것이고, 농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주요 농로들은 전부 막혀 있는 상태”라고 김 위원장은 설명했다.

▲ 목포신항 대체진입도로 공사로 인해 모밀항 마을 주민들이 이용해야 하는 임시 우회도로. 70~80도에 달하는 급경사로 농기계 전복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두 차례 약속 불이행…“전문용어로 주민 눈속임”

2021년 주민설명회에서 영암군청은 기존 농로 폐쇄에 따른 대안으로 ‘다이아몬드형 교차로’ 설치를 제안했으나, 이후 사전 검토나 주민 협의 없이 이 계획은 폐기됐다. 2024년 두 번째 설명회에서는 주민들이 강하게 요구한 통로박스(굴다리) 설치안이 설계도면에서 빠졌다.

김달오 위원장은 “전문용어를 써서 주민들 못 알아듣게 안내했다”며 “시골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 태반인데, 전문용어로 쓰고 넘어가 버리면 그걸 어떻게 압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전 이장과의 구두 약속으로 “농번기 전까지는 통로를 확보해 주겠다”고 했으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 목포신항 대체진입도로 공사 현장


관계기관 서로 다른 답변에 주민 혼란

관계기관들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영암군 건설교통과 김선동 도로시설팀장은 “통로박스는 농업기반팀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통로박스를 다 추가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목포지방해양수산청 항만건설과 관계자는 “통로박스가 아예 설계에서 삭제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 지반개량 중이라 통로박스를 바로 얹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우회로에 대해 “경사도는 13도이고 보완을 해놨다”며 “완만하게 해놓은 구간이 있으나 콘크리트 양생 중”이라고 주장했다.

본지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콘크리트 양생 중인 일부 구간이 있었지만, 농번기인 현재 농민들은 여전히 급경사와 좁은 폭의 임시도로를 이용해야 했고, 농기계 통행에 위험이 큰 상황이었다.

또한 통로박스 설치 계획에 대해 영암군은 ‘이미 설치하기로 했다’는 입장인 반면, 목포해양수산청은 ‘설계에서 삭제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지반개량 중’이라는 모호한 답변만을 내놓아 주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양 기관 모두 구체적인 통로박스 설치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 목포신항 대체진입도로 공사로 인해 모밀항 마을 주민들이 이용해야 하는 임시 우회도로. 70~80도에 달하는 급경사로 농기계 전복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비산먼지·소음 피해 이번이 처음 아니다

주민들은 비산먼지, 황토유입, 수질오염 등으로 인한 환경 피해도 심각해 세대당 연간 약 60만 원의 피해가 추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달오 위원장에 따르면 “국가사업이니 이해하라”며 보상이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이 공사로 인한 주민 피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에도 영암군은 기준치 이상(71dB)의 소음이 발생하자 일부 기계 작업을 임시 중단시키는 ‘조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인근 숙박업소 점주는 “소음, 진동, 분진으로 손님들이 환불을 요청해 영업을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측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접적인 금액 보상 나간 건 없다”며 “법적으로 가능한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주민 이동권 보장 의무를 언급하며 보상의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100여 주민 연판장 서명…“생존권 문제”

모밀항 마을 주민 100여 명은 탄원서 연판장을 작성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또한 영암군청, 목포지방해양수산청, 감리단, 시공사를 상대로 4건의 공식 민원을 일괄 제출하며 ▲주민과의 실질적 협의 재개 ▲임시도로의 긴급 개선 ▲통로박스 설치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모밀항마을비상대책위원회는 이번 민원이 무시될 경우, 행정심판, 환경분쟁조정, 감사원 감사 청구, 언론 제보 및 집단행동 등 법적, 사회적 대응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제는 단순한 건설 민원이 아니라 생존권의 문제”라며 “행정과 시공기관은 더 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당장 현장에 나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조치해야 한다”는 김달오 위원장의 호소가 절박하게 들린다.

▲ 모밀항 마을 주민 100여 명이 작성한 탄원서 연판장


지역발전과 주민권익 균형 필요

498억 원이 투입되는 이 공사는 목포신항과 삼호읍 영암테크노폴리스를 연결하는 길이 1.69km, 왕복 4차선의 대체진입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2026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최소 1년 이상 농로 단절 상태가 지속될 것임을 의미하며, 주민들의 고통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김성수 목포해수청장은 착공 당시 “이번 대체진입도로 확보를 통해 교통정체 해소와 이동거리 단축으로 향후 30년간 약 650억 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역소멸을 걱정하며 농촌을 내세우는 시대에, 공공기관이 주민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공익인가”라는 모밀항 주민들의 물음은 지역발전과 주민권익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처럼 사업 효과를 위한 장기적 시각과 농번기에 직면한 주민들의 당장의 절박함 사이에서, 각 기관의 적극적인 소통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키워드 : 목포신항대체진입도로공사 | 영암군 | 집단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