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깎는다더니…영암군, ‘혁신’ 이름으로 5천만원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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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깎는다더니…영암군, ‘혁신’ 이름으로 5천만원 몰아주기
같은날 150개 단체 삭감조사, 9개 단체엔 특별지원
사회단체 일반활동을 혁신 의제로 포장, 중복지원도
34개 협업기관 운영위원회는 관계자 연락망 역할만
군, “혁신성 부족하지만, 보조금 우회 꼼수는 아냐”
  • 입력 : 2025. 06.27(금) 11:25
  • 선호성 기자
▲ 지난 20일 영암읍 달빛청춘마루에서 열린 ‘2025년 영암군 지역사회 혁신플랫폼 의제 실행 설명회’ 모습.

영암군이 ‘지역사회 혁신플랫폼’ 사업으로 9개 단체에 총 5천만 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선정된 사업들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기존 특정 단체들의 일반 활동을 ‘혁신 의제’로 포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협업’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각 단체가 자기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는 구조로, 사실상 단체 운영비를 우회 지원하는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암군은 지난 20일 영암읍 달빛청춘마루에서 ‘2025년 영암군 지역사회 혁신플랫폼 의제 실행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지역 30개 단체·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군은 9개 의제에 총 5천만 원(군비 4500만 원, 자부담 500만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혁신플랫폼 사업은 민선8기 영암군이 3년간 추진해 온 보조금 삭감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군은 재작년부터 민선7기의 보조금 지원 패널티를 이유로 각종 사회단체 보조금을 대폭 삭감해 왔다. 재정건전성을 명분으로 지역 단체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해 온 것.


단체 일반업무가 ‘혁신 의제’로 둔갑

선정된 9개 사업을 살펴보면 각 단체의 고유 활동이나 일반 활동이 그대로 ‘혁신 의제’가 됐다. 한국음악치유협회가 제출한 ‘음악으로 치유에 길을 열다’(500만 원)는 협회의 본래 설립 목적인 음악치유 활동이다. 영암군 여성자원봉사협의회의 ‘돌봄 동행단의 행복처방 한 상’(500만원)도 평소 봉사활동이고, 바르게살기운동 영암군협의회의 ‘장·나·라(장바구니 사용 캠페인)’(500만 원) 역시 기존 환경 캠페인 활동이다.

이들 단체의 활동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아니다. 영암군이 150개 단체에는 보조금 삭감을 압박하면서, 9개 단체의 일반 활동이나 행사를 ‘혁신’으로 포장해 특별 지원하는 차별적 행정이 문제다. 같은 봉사활동, 같은 캠페인도 ‘혁신플랫폼’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예산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게다가 ‘지역문제를 협업으로 해결한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각 단체가 제안한 자기 업무를 자기가 수행할 뿐이다.

특히 한국상록회 영암상록회의 ‘바른말 고운말 사용하기’는 해당 단체의 특별한 활동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급조된 의제로 보인다. 이는 의제 선정 후 단체를 찾은 것이 아니라, 단체를 먼저 정하고 의제를 끼워서 맞췄다는 방증이다.

Y-share Plus 사업도 문제다. 영암군청년센터는 지난 23일 국무조정실 공모사업에 선정돼 ‘Y-Share’ 운영을 위한 국비 2,000만 원을 확보했다. 그런데 혁신플랫폼에서도 청년협의체가 거의 동일한 이름의 ‘Y-share Plus’로 500만 원을 추가 지원받는다. 사실상 같은 사업에 중복으로 예산이 지원된 셈이다.

각 단체가 평소 하던 일반 활동을 그대로 ‘지역 혁신 의제’로 제출하고, 그 단체가 사업비를 받아 수행하는 구조는 사실상 단체 운영비 지원과 다르지 않다. 동일한 성격의 활동도 ‘혁신플랫폼’ 사업에 포함되면 예산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삭감 대상이 되는 차별적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오전엔 보조금 삭감 조사, 오후엔 5천만원 지원

주목할 점은 시기의 아이러니다. 영암군은 6월 19일부터 20일까지 지난해 ‘상생투자사업’(보조금 지원사업의 변경 명칭)으로 지원받은 150개 단체를 대상으로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5명과 전수 면담을 실시했다. 각 사업의 필요성을 따지며 예산 삭감을 압박하던 바로 그날 오후, 군은 새로운 보조금 사업 설명회도 개최했다.

한쪽에서는 보조금을 줄이고,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명분으로 보조금을 나눠주고 있었던 것이다. 150개 단체는 삭감 압박에 시달리면서, 어떤 단체는 기존 일반 활동에도 ‘혁신’이라는 이름표를 받으며 특별 지원을 받고 있었다. 같은 봉사활동, 같은 지역 활동도 어떤 사업에 속하느냐에 따라 지원 여부가 갈리는 것이었다.


뒤바뀐 선정 절차

영암군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래 같은 경우는 순서가 설명회를 하고 나서 그다음 선정하는 게 맞죠. 근데 올해 같은 경우는 대선부터 해서 구제역도 있었고, 그런 경우들 때문에 순서가 좀 바뀌어서 좀 특별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정상적으로는 설명회를 먼저 하고 의제를 선정해야 하는데, 올해는 의제를 먼저 선정(3~4월)하고 설명회를 나중(6월)에 했다는 것이다. 의제 선정 과정은 불분명했다. 관련해 박영하 자치행정과 과장은 “영암군은 관여하지 않았고, 지역 주민들끼리 선정했다”고 답했다.

각 단체가 자기 업무를 ‘의제’로 제안하고 자기가 수행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으로 미뤄보자면 의제의 혁신성과 상관없이 단체 관계자들끼리 임의로 나눴다는 결론이 나온다.

박영하 과장 역시 “지역 주민들이 좀 더 혁신적이고 새로운 개선된 사업들을 제안했으면 좋았는데 저희도 그 부분은 매우 아쉬운 점이 많다”고 스스로 한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종전 사업을 유지하려면 굳이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보조사업 주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은 수긍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각 단체의 기존 사업이 그대로 선정된 것은 사실이다. 혁신성이 부족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기존 사업과의 차별성이나 사업 선정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34개 협업기관은 ‘연락망’ 역할만

혁신플랫폼은 지역문제를 여러 기관이 협업해 해결한다는 취지지만, 실제로는 각 단체가 자신들의 일상 업무를 ‘지역문제’로 제안하고 스스로 수행하는 구조다. 음악치유협회가 ‘음악치유’를 제안하면 당연히 그들이 수행하고, 봉사협의회가 ‘봉사활동’을 제안하면 역시 자기들이 한다. 34개 협업기관은 명단에만 있을 뿐, 실질적 협업은 없다. 이를 ‘협업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대 포장이라는 지적이다.

군은 34개 기관이 참여하는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관련해 군 관계자는 운영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권한을 가진 위원회가 아니고 실무자 연락망 정도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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