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1기작 1회’ 지원이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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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1기작 1회’ 지원이 최선인가
  • 입력 : 2025. 07.11(금) 13:13
  • 영암열린신문

영암 대봉감 농가의 비명이 절절하다. 봄 저온피해에 이어 초여름 이상고온으로 85%가 넘는 감이 떨어졌는데, ‘1기작 1회’라는 규정에 막혀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니. 60년 농사꾼도 “처음 겪는 일”이라는 이번 사태는 기후위기 시대에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우리 농업 재해 대응 체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산림청이 올해부터 적용한 ‘1기작 1회 지원’ 원칙은 봄 냉해, 여름 가뭄, 가을 태풍이 예측 가능했던 시절의 유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5월에 일교차가 20도를 넘나들고, 6월에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된다. 한 해에도 여러 번 극단적 기상현상이 덮치는 게 ‘뉴노멀’이 됐다. 그런데도 행정은 여전히 “한 작물에 한 번만”이라는 낡은 틀에 갇혀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3년에도 영암 대봉감은 봄 동상해로 80% 피해를 봤다. 기후재해가 반복되고 있는데도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농민들이 “뒷북 행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재해가 일상이 된 시대에 행정은 여전히 재해를 예외적 상황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1기작 1회’ 원칙의 폐기는 시작일 뿐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업 안전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복합재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유연화해야 한다. 둘째, 사후 보상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극한 기상에 견딜 수 있는 시설 지원, 품종 개발, 재배 기술 혁신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셋째, 농작물재해보험의 현실화가 시급하다. 기후변화를 반영한 보험료율 조정과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영암 대봉감 농가의 절규는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기후위기 최전선에 선 농업의 SOS다. “약값도 없어 빚을 내야 한다”는 농민들의 호소에 “예산이 없다”고 답하는 것이 과연 행정당국의 역할인가.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식량안보의 토대이자 국토 보전의 파수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산 타령이 아니라 농업과 농민을 지키려는 행정당국의 의지다.
영암열린신문 opennews@open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