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감량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뜨겁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판매가 개시된 위고비 열풍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위고비도 제대로 알고 맞아야 하는 치료제다. 무분별하게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제발 좀 이렇게 하세요”, “이렇게 하면 인생 바뀜” 유튜브나 SNS에서 흔히 접하는 자극적인 문구들이다. 이처럼 짧고 강한 자극은 클릭을 유도하고, 뇌는 반복적으로 더 많은 자극을 원하게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살이 빠진다’는 위고비(Wegovy)는 매우 매력적인 키워드처럼 등장했다. 주사 한 번으로 체중이 줄어든다는 메시지는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다가오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니 “위고비, 제발 이 정도는 알고 맞으세요.”


단순한 체중감량 주사가 아니다

위고비는 노보 노디스크사가 개발한 주 1회 피하 주사제로, 주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다. 원래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체중감량 효과가 탁월해 2021년 미국 FDA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이 약물은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작용제로,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증가시키며, 위 배출을 지연해 식사량을 자연스럽게 줄이도록 돕는다. 쉽게 말해, ‘배고프지 않아도 먹는 습관’을 교정하는 데 유리한 구조를 만든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시각적 자극이나 감정적 섭식 습관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위고비 역시 궁극적으로는 ‘행동 변화’라는 전제 위에 작용하는 도구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임상 데이터는 매우 우수하지만

비당뇨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임상시험(Step 1)에 따르면, 위고비 투여군은 평균 체중의 15% 감소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기존의 어떤 비만 약물보다도 우수한 성과였다. 또한 2024년 발표된 연구(SELECT 연구)에서는 4년 이상 투여한 경우 체중감소 효과가 장기간 유지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단, 약물 중단 후 1년 내에 상당수가 원래 체중을 회복했다는 점도 함께 보고되었다. 이는 위고비가 단기 다이어트를 위한 속성 주사가 아니라, 장기적 체중 관리 전략의 일부로 활용돼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


체중감량을 넘어 뇌 건강으로

흥미로운 점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체중감량 외에도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이 약물을 사용한 집단은 사용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치매 위험이 약 48% 낮았고, 니코틴 의존도도 28%가량 감소했다. GLP-1 수용체 작용제가 향후 중독성 행동 조절이나 신경퇴행성 질환 예방에도 응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작용도 조심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복부 불편감, 설사 등 위장관 증상이며, 주로 용량 증량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며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췌장염, 담낭 질환, 신기능 저하, 갑상선 C세포 종양 등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도 보고 되고 있다. 특히 갑상선 수질암(MTC)이나 다발내분비샘종양증(MEN2) 가족력이 있으면 사용이 금기되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투약할까?

위고비는 BMI 30 이상,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등을 동반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투약은 0.25mg으로 시작하여 4주 간격으로 증량, 최종적으로 2.4mg에 도달하는 방식이며, 이 과정에서 부작용 모니터링과 생활습관 변화에 대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간편한 해답’이라는 오해는 위험

최근 위고비는 온라인상에서 ‘체중감량 주사’라는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 단기간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해외 직구 시도등도 늘고 있으나, 이는 정품 여부, 용량 조절, 부작용 대응 측면에서 모두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위고비는 절대로 ‘단기 해결책’이 아니다. 체중감량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할 건강 마라톤이다. 전문가의 조언은 그 마라톤 여정에서 정확한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

백영하 KH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진료지원센터장
건강소식 2025년 8월호 中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