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안군 80㎿ 규모 BESS 사업 조감도

정부가 7월 31일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계획’을 발표하고 전라남도를 차세대 전력망 혁신기지로 지정했다. 이어 지난 6일 전남도는 1조 5천억 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정부 입찰을 전량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 전남을 에너지 대전환 핵심거점으로 지정

정부는 7월 31일 발표를 통해 전남 지역 철강·석유화학 산업단지를 재생에너지 기반 마이크로그리드로 전환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특정 지역에서 전력을 자체 생산·소비할 수 있는 소규모 전력망을 뜻한다.

전남의 대표적인 철강 산업단지인 광양과 석유화학 산업단지인 여수가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지역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돼 산업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학 캠퍼스, 스마트팜, 공항 등에도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하고, 이를 다방향으로 연결해 인공지능 기반 재생에너지 전력망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나주 한국에너지공대를 중심으로 ‘K-그리드 인재 창업 밸리’를 조성해 전남대학교, 광주과학기술원과 협력한 인재 양성 계획도 포함됐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1일 정부 발표를 환영하며 “2030년까지 총 23GW 규모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인구 50만 명 규모의 서남권 에너지 혁신성장벨트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1.5조 규모 ESS 사업 전량 확보

전남도는 6일 2025년 제1차 ESS 정부 입찰에서 전국 5개 시·도 공모 물량 전체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영광, 무안, 진도, 고흥, 광양, 신안 등 6개 시군에 7개 사업이 선정됐으며, 총 523MW 규모다. 2023년 제주에서 처음 추진된 이후 육지 지역에서는 최초다.

선정된 사업지는 서해안의 영광-무안-신안과 남해안의 진도-고흥-광양을 연결하는 서남해안 벨트를 형성한다. ESS는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에 공급하는 설비다.

이번에 확보한 저장장치 규모는 3천138MWh로, 전남 가구당 일평균 전력소비량(7kWh) 기준 약 45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사업비는 1조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남도는 지난 5월 도-시군 합동으로 ‘계통안정 ESS 지원단’을 선제적으로 구성하고, 19개 사업희망자를 대상으로 주민수용성 확보 계획을 논의한 뒤 긍정적인 의견서를 전력거래소에 제출한 바 있다.


9천여 개 일자리 창출 기대

ESS 사업만으로도 제조 및 건설 분야에서 9천300여 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 재생에너지 설비제작 및 시공 업체의 매출 증가도 기대된다.

주민참여형 이익공유 모델도 도입된다. 마을이나 학교 단위에서 주민들이 전기 생산에 직접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전남도는 연간 1조원 규모의 에너지 기본소득 실현도 추진 중이다. 에너지 기본소득은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도민과 공유하는 정책이다.

김영록 지사는 “에너지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며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의 새 역사를 전남에서 도민과 함께 써 내려가겠다”고 강조했다.

정현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도내 대규모 ESS의 획기적인 도입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고 에너지 기본소득 실현 및 첨단기업 유치를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7년까지 ESS 신규 입찰물량이 이번의 3배를 넘는 1.6GW까지 예정돼 있어 전남도는 추가 사업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번 정책은 7월 10일 정부가 발표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산업단지 조성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