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암읍 종합버스터미널 전경. |
영암군이 버스터미널 임차비를 연 1억 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2배 올리려다 의회의 철퇴를 맞았다. 의회는 9월 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분 1억 5,718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4년간 반복된 매입 약속 불이행이 있다. 군은 ‘매입하겠다’는 약속만 반복하며 이미 12억 원의 임차료를 지출했다. 이번 인상안이 통과됐다면 향후 10년간 30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 14년간 총 42억 원을 내야 했다. ‘50억 원 매입비가 부담스러워’ 시작한 임대가 결국 비슷한 금액으로 돌아온 셈이다.
의회 “100% 인상 납득 못 해”…예산 전액 삭감
지난 1일 열린 제319회 영암군의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영암버스터미널 임차비 인상안이 전액 삭감되는 초강수를 맞았다.
군은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터미널 임차비 1억 5,718만 원을 증액 요구했다. 기존 예산 1억 5,000만 원과 합치면 연간 3억 700만 원으로, 지난 4년간 지불했던 연 1억 5,000만 원의 정확히 2배다.
강찬원 의원은 “1년에 1억 5,000만 원 주던 걸 3억 원을 준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4년 동안 안 올렸다고 해서 임대료를 100% 인상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류미아 건설교통과 과장은 “2021년부터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았고, 부가세 누락분을 포함했으며, 중간지원조직 입주를 위한 2층 추가 임대료가 포함됐다”고 해명했지만, 의원들은 급격한 인상 폭에 납득하지 못했다.
4년째 같은 약속…“중장기 대책 어디에”
의회의 강한 반발은 4년간 누적된 불신에서 비롯됐다. 영암버스터미널 문제는 2021년 8월 전 사업자가 운영을 포기하면서 시작됐다. 군은 당시 ‘울며 겨자 먹기’로 직영에 나서며 “1년간 임대 운영 후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군은 매번 “내년에 매입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그사이 임차료로 12억 원이 넘게 나갔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터미널이 1997년 건립된 28년 된 노후 건물이라는 점이다. 6,392㎡ 부지에 지상 2층 규모인 이 건물은 낡아서 상가 분양률도 떨어지고 지역 중심지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연 3억 원을 내야 한다는 요구였다.
김영중 기획예산실장은 “터미널이 폐쇄되면 군 전체에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강 의원은 “삼호, 신북 등 이미 폐쇄된 터미널이 여러 곳”이라며 “협박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의회 동의 없이 2층 추가 임대…“절차 무시”
임차비 인상만으로도 논란이 큰 상황에서, 절차적 문제까지 불거져 의회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군이 의회와 사전 협의 없이 터미널 2층 480㎡를 추가 임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군은 중간지원조직 12개를 터미널 2층에 통합 입주시킨다는 명목으로 추가 임대를 진행했다.
이에 강찬원 의원은 “승인받아야 할 것은 받고 동의 구해야 할 것은 구해야 하는데, 예산서만 던져놓으면 의회가 보지도 않고 승인해주는 곳이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김영중 기획예산실장은 “의회와 소통할 기회가 있었는데 놓친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의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영암버스터미널 임차비 변화
2021~2024년: 연 1억5000만원 (4년간 총 12억원 지출)
2025년 요구: 연 3억700만원 (2층 추가임대 포함 100% 인상)
의회 결정: 증액분 1억5718만원 전액 삭감
현재 계약: 2026년 1월까지 유지 (기존 1억5000만원)
향후 10년 예상: 현 수준 유지 시 약 30억원
14년 누적 임차료: 약 42억원 예상
당초 매입 예상비: 약 50억원
“제로화 경고” 현실로…집행부 완패
이렇게 강경한 의회 앞에서 집행부는 마지막 호소를 시도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1억 5,718만 원 중 8,000만 원만 감액하고 나머지는 살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최소한 7,718만 원이라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강 의원은 “충분히 절차를 밟아서 오라”며 “터미널 임대료와 2층 리모델링비는 승인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원안대로 해달라고 하면 아예 제로화시키겠다”고 경고했고, 이 경고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결국 의회는 임차비 증액분 1억 5,718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집행부의 호소를 거부하고, 기존 예산 1억 5,000만 원으로만 연말까지 운영하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현재 임대 계약은 2026년 1월까지 유지된다.
우 군수 “내년엔 매입” 지시…과연 지켜질까
의회의 전액 삭감 결정 이후, 군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4일 건설교통과 김인종 교통행정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군수님이 내년 본예산에 터미널 매입비를 편성하라고 지시했다”며 “의회에서도 강하게 요구하는 만큼 내년에는 꼭 매입 예산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작년까지는 경제적 여력이 안 좋아 못 세웠는데, 3년간 계속 못 세우다 보니 터미널 소유주도 어려워져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매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내년 본예산에서 연장 계약이나 매입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4년째 반복되는 약속이라는 점에서 실현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재정난으로 국도비 매칭도 포기하는 상황에서 50억 원의 매입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50억 아껴보려다 50억 쓰는 아이러니
결국 영암군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50억 원에 매입하든, 계속 임차료를 내든 비슷한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매입은 군의 자산이 되지만 임차료는 영원히 사라진다.
‘50억 원이 아까워’ 시작한 임대가 ‘50억 원에 육박하는 임차료’로 돌아온 아이러니한 상황. 매입을 미룬 대가는 고스란히 군민의 세금으로 치러지고 있다.
선호성 기자 opennews@openmedia.co.kr
2026.09.29(화) 07:34














영암군민 제안 12건, 내년 예산 반영 여부 심의




